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새학기 첫날을 보내고

별아저씨의집 2009. 9. 1. 22:18
학기 첫날, 내일부터 시작될 강의 준비는 커녕, 며칠 뒤 마감인 프로포잘을 쓰느라 하루가 휘익 지나갔습니다. 새로 만든 신용카드 찾으러 은행에 갔다가 30분을 기다렸고 사무실에 가구가 들어와서 조금 시간이 들었습니다. 나머지는 죽치고 앉아 2페이지 짜리 프로포잘 내용을 만들고 다듬고 다듬고 다듬고.. 그리고 일본, 호주, 미국에서 함께 프로포잘을 내는 동료들이 보는 이메일에 틈틈히 답하고 논하면서 프로포잘을 완성시켜갑니다. 7시쯤 드래프트를 완성해서 보내고 귀가했습니다. 9월은 정말 바쁜 달입니다. 첫날부터.

저녁을 먹고 소화겸 산책을 잠깐 하고 와서 책상에 앉습니다. 지난 7월에 AKARI라는 근적외선 우주망원경 시간을 따기 위해 낸 프로포잘이 성공했다는 이메일이 와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의 평과 점수를 보니 거의 안될만한 프로포잘이 더 좋은 프로포잘이 없는 바람에 시간을 얻게 된 듯 합니다. UCLA에서 이번 여름에 어느 친구와 얘기하다가 뚝딱 만든 프로젝트라  안될 줄 알았는데 운도 따릅니다. 

7시에 보낸 드래프트에 대한 코멘트가 와 있습니다. 그것들을 정리해 넣고 새로 프로포잘을 써서 이번에는 전체 공동연구자들에게 보내고 자면 될 듯 합니다. 물론 내일 아침에는 잔뜩 코멘트가 와 있겠지요. 내일은 오후에 첫강의가 있으니 오후늦게나 되어서 프로포잘에 손을 댈수 있을듯 합니다. 

가끔은 누가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열심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주절주절한 불평 속에서도 사실 이 게임이 재미있어 하는거란 생각도 듭니다. 이 프로젝트 안되면 박사학위 1년 늦는다거나 다음 직장을 못잡는다거나 그런 염려없이 순수히 과학만 생각해서 게임에 임하는 건 축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주절주절 바쁨에 대한 못마땅함을 쏟아내긴 합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되는 건 기적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지만 가끔 기적도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