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이해 안되는 서류 제출

별아저씨의집 2009. 7. 28. 00:08
아내와 함께 보내는 미국에서의 마지막 날, 새벽부터 잠이 깨었습니다. 파사데나 '조카' 집에서 편하게 머물고 있는데 아직 할일이 많아 마음이 어수선해서인지 깬 잠이 다시 들지 않습니다. 

한국의 학교에 보낼 임용구비서류들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되는 거라 그런지 신원진술서도 작성해야 하는군요. 가족, 부모형제자매, 처 부모 까지 주민등록번호부터 최종출신학교까지 기록하게 되어 있군요. 미국생활에 익숙해 있다보니 이런 과정이 꽤나 낯설고 불편합니다. 일일이 한국에 전화를 걸어 주민등록번호들을 받아내야 하는것도 그렇습니다. 주민번호야 그렇다고 처도 왜 최종학교명을 요구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심지어 처부모의 최종학교명을 왜 경찰청에서 필요로 하는지 감이 안 잡힙니다. 국립대학이라 그렇다고 칩시다. 어쨌든 그쪽에서 필요하다니까 주어야 겠지요. 그런데 왜 똑같은 서류를 4장이나 자필로 쓰라는 건지는 정말 이해가 안되네요. 21세기 전자정부의 수준에 안맞는 요구사항입니다. 아, 그래도 잊어버렸던 군번은 병무청 홈페이지에서 바로 확인이 되더군요. 한국의 은행이나 보험회사 전화번호를 찾으려고 그 회사 홈피에 가서 클릭을 해보면 액티브 X를 설치하는 프로그램이 마구 다운로드 되어 버리고 저의 맥 컴퓨터에서 무용지물인 인터넷 보안의 최대 적인 액티브 X가 설치가 안되면 심지어 전화번호 찾는 일도 안되는 경험이 많은데, 그에 비하면 병무청 홈피 좋습니다.  

생각해보니 학교에 지원을 할때도 서류작성이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별로 필요없는 정보들을 일일이 찾아서 구비해야 제출해야 하는 것이 미국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직장을 지원할때는 연구계획서나 자신의 이력서등, 충실한 내용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반면, 서류제출 자체는 그리 까다롭지 않습니다. 보통 이메일로 하지요. 인터뷰를 할때에도 일에 관련없는 개인정보는 프라이버시 때문에 묻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정보는 저녁식사를 하면서 슬쩍 물어보는 것이지요. 

한국과 미국의 기본적인 차이는 믿고 시작하냐 의심하고 시작하냐의 차이인것 같습니다. 보통 honor system 이라고 하지요. 일단  의심하고 시작하면 모든 증명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고 일단 믿어주고 시작하면 그런 증명의 과정은 나중에 문제가 되었을때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왜 한국은 의심하고 시작하는 시스템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모든면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교수 임용과 관련해서 속이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회전반에 정직이라는 가치가 자리잡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본적인 사회 분위기 위에 교수임용과 관련해서 학력위조로 부터 시작해 수많은 문제가 있었고 그 문제가 오랜동안 심하게 이어지면 결국 시스템 자체가 의심하고 시작하는 시스템으로 확립되는 것 같다는 추정을 해 볼수 있겠습니다.  

한국에 먼저 들어간 분들이 다들 하는 얘기입니다만 나 개인적으로는 적응이 필요하겠습니다. 그리고 상식과 신용이 통하는 한국사회의 발전을 희망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