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 이슈/과학과 종교: 책과 자료

이안 바버의 생애

별아저씨의집 2009. 6. 18. 15:03
이안 바버가 자신의 80세 생일을 기념해 출간된 책에 실은 짧은 자서전을 읽었다. 아서 피콕이나 존 폴킹혼과 함께 종교-과학 분야의 거장으로 꼽히는 그의 일생은 그가 쓴 글의 제목처럼 오딧세이였다. 

시카고 대학에서 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네소타의 어느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그는 타분야 연구를 지원하는 포드 재단의 장학금을 받아 1 년간 예일 신학대학에 신학과 윤리학을 공부하러 갔다. 거기서 그는 리처드 니버를 비롯한 훌륭한 신학자들을 만나고 신학에 흥미를 느껴 휴직을 허가받아 1년 더 공부를 계속한다. 그리고나서 중대한 결정을 하는데 물리학으로만 만족하지 못하고 종교학 쪽으로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그후 그는 물리학과 종교학을 반반씩 가르치는 자리를 얻게 되었고 드디어 과학-종교의 대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기반을 갖춘다. 

그가 제시한 비평적 실재론이나 '과학이 종교를 만날때'에서 제시한 4가지 유형론에 대한 비판들을 대하는 그의 글을 보면 학자적 깊이가 자연스레 느껴진다. 자연계에 내에 신이 어떻게 개입하는가라는 주제,  divine action에 대한 연구는 과학자와 철학자들이 진지하게 연구해 온 주제다. 최근에는 지적설계론이 등장하며 대중적 운동을 펼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학문적 깊이를 가진 오래된 전통이 이미 과학-종교 분야에 존재한다. 이 분야의 학자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음에도 서로의 논거들을 비평하며 논의하는 과정들을 접하는 것은 좋은 공부가 된다. 

자신이 표현한대로 이안 바버는 20대는 물리학을 공부하는데 바쳤고 30대는 종교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데 보냈으며, 40대에는 과학과 종교를 연결하는 일에 보냈고, 50대는 기술과 윤리를 공부하는데 보냈다. 60대에 계속해서 과학과 종교, 그리고 기술과 윤리를 연결하는 일을 했고 70대에는 진화, 인간의 본성, 환경윤리, 종교다원주의를 공부하는데 보냈다.

그의 인생을 보니 인생이 참 길다는 생각도 든다.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열정과 공부에 대한 욕심은 아무나 가질수는 없는 것일 테다. 물론 중요한 시기마다 공부할 수 있는 환경들을 얻어냈거나 환경들이 주어진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겠다. 

작년에 LA에 이사오면서 풀러에서 과학과 종교 문제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바쁘기도 하고 학비도 만만치 않아 생각을 거두었었다. 이제 LA를 떠나 서울로 가게된다. 나의 20대는 방황과 준비로 지나갔고 30대는 천문학 공부와 연구에 바쳤다. 나의 40대는 어떻게 될까? 나에게는 또 어떤 길과 환경들을 주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