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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미터 헤일 망원경을 품고 있는 거대한 돔의  catwalk에 올라 해가 지는 모습을 본다. 

해발 1700미터의 고지에 있는 거대한 돔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풍경이려니와 붉게 일그러지며 지고 있는 태양도 감동이다.

하늘엔 석양의 칼라가 분흥빛으로 물든다. 

그래, 이렇게 아름다운 석양을 보는 날은 관측하기에 좋은 날이 아니다. 

늦은 오후까지만 해도 맑았던 하늘에 남동쪽으로 부터 구름이 몰려왔다. 비가 올 가능성도 있단다.

해가 진지 30분 경과, 천문관측을 할 수 있는 완전히 어두워지는 시간까지는 아직 30분 이상이 남았지만 

짙게 몰려온 구름탓에 돔을 열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레이다 사진과 적외선 사진 그리고 일기예보를 보니 아마도 오늘 밤 관측은 힘들 것 같다. 


학생때, 그러니까 관측 초짜때 칠레에 가서 관측하는 일이 많았다. 미국국립천문대가  쎄로 토롤로라는 산에 있는데 거기에는 대여섯개의 망원경이 있다. 그런 큰 천문대에 가면 각 망원경을 사용하는 천문학자들이 저녁식사 시간에 한 테이블에 앉는다. 엔지니어들, 나이트 어시스턴트 들, 그리고 각종 스탭들이 식당에 모여들어 식사를 하지만 아무래도 영어와 천문학으로 통하는 천문학자들은 나름 모여 앉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식사 테이블엔 재밌는 화제가 오간다. 

쎄로 토롤로 천문대의 식당에 가면 커다란 유리벽 밖으로 아름다운 안데스산맥의 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그 날도 멋진 풍경을 내다보며 맛나는 칠레음식을 먹고 있었다. 물론 스페니쉬가 안되기 때문에 뭘 먹는지 잘 모를때가 많다. 식탁에는 예닐곱 명의 관측자들이 있었다. 서로 인사를 하고 무슨 관측을 하는지를 얘기하다가 모두들 그날의 기가막힌 노을에 대해 한마디씩 했다. 멋진 노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대기 중에 먼지가 많고 상태가 좋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면 그날 밤 좋은 관측 데이타를 얻을 수는 없다. 반면 좋은 데이타를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상태의 날에는 멋진 노을이 생기지 않는다. 10일째 관측을 하고 있다는 어느 노년의 천문학자가 그렇게 말했다. 둘 다 가질수는 없다. 멋진 노을을 감상할수 있거나 혹은 좋은 데이타를 얻을 수 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둘다 가질수는 없다고. 이런 날은 그냥 멋진 노을을 감상하라고.

인생이 그렇다. 다 가질 수는 없다. 다 가진 놈도 없다. 물론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놈들도 있다. 하지만 그건 몰라서 하는 얘기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 돌아가기전 미국에서의 마지막 관측쯤 되는 이번 팔로마 관측이 첫날부터 안 희망적이다. 컴퓨터로 구름사진을 모니터 하면서 기다리는 동안 긴 세월동안 내가 관측했던 여러 천문대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Posted by 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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