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생각거리

김수환 추기경의 죽음 즈음에서

별아저씨의집 2009. 2. 27. 17:16
김수환 추기경 생전의 여러 에피소드들이 전해지면서 한동안 뉴스를 메웠다. 영웅에 목말라 하는 한국사회를 다시 한번 까칠하게 바라보게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분의 삶을 얼핏 들여다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카톨릭의 수장으로서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었던 최근의 행적들과 군사독재 시절에 민주화에 이바지했던 모습이 함께 보인다. 전세계에 얽혀있는 카톨릭 교회의 배경을 갖고 있으니 독재 앞에 그 정도 수준의 책임은 당연히 해야했던 것이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 당연히 해야할 일들을 하지 않았던 다른 종교지도자들에 비해 그 분은 분명 존경할 만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나에게 도전이 된 것은 그분의 청빈한 삶이었다. 기독교 목사들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수도자의 모습을 신부들에게서는 볼 수 있다. 물론 얼마만큼 누리고 가셨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교인들이 우상처럼 떠 받들며 쓰시라고 내 놓는 봉투들을 거머쥐는 부유한 대형 교회 목사님들에 비할까. 

워싱턴 둘레스 공항에서 호텔로 택시를 탔었다. 파키스탄/인도 쪽 계열로 보이는 공항 택시 운전사는 택시를 운전한 지 넉달 쯤 되었다고 했다. 벌이가 괜찮냐는 물음에 하루에 100불씩 회사에 납부해야 한다고 했다. 혹 짧은 거리를 가는 손님을 태우게 되면 다시 공항에 가서 한두 시간을 기다려야 다음 손님을 태울 수 있다면서 나름 멀리가는 나에게 고마워하는 눈치다. 하루에 손님을 몇명이나 태우냐고 물었더니 멀리가는 손님은 대여섯명 정도 태운다고 했다. 쉬는 날은 없다고 한다. 백불 가까이 요금이 나오는 손님을 어느 정도 태우면 그럭저럭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쉬는 날 없이 일하는 삶은 고달프게 들렸다. 

경제가 어려울때 서민들의 삶은 더 고달프다. 공무원의 월급도 동결한다고하고 우스꽝스럽게도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을 낮춘다는 얘기도 들린다. 교회도 수입이 줄어 고통을 겪는 가정들에게 십일조 헌금을 면제해 준다거나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한 지역사회를 위해 뭔가 내놓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헌금이 줄어들 것을 예상해서 다들 긴축재정을 하겠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 사회를 섬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회를 책임지려는 의식이 교회 안에 별로 보이지 않는다면 교회는 그저 그들만의 리그가 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