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제가 참여하고 있는 어느 모임에서 평화주의 전통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재세례파들과 관련된 간단한 역사를 비롯해서 평화주의와 비폭력의 입장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평화주의, 정당한 전쟁, 그리고 거룩한 전쟁 세가지 입장으로 나뉘는 견해들에 대해 토론도 해보았습니다.
C. S. 루이스의 책 중에 '영광의 무게'라는 책을 보면 '나는 왜 평화주의자가 아닌가'라는 에세이가 나옵니다. 그의 논점은 결국 원수를 사랑하고 왼뼘을 맞으면 오른빰을 대는 것은 나에게는 적용될 수 있지만 가족이나, 사회, 국가를 이루는 다른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다른 사람이 강도를 만나 당하고 있는데 원수를 사랑해야 한다면 보고만 있는다면 그것은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결과라는 이야기입니다. 독일이 영국을 침략하는데 보고만 있는다면 국가에 대해 무책임한 것이라는 논조입니다. 그러니까 루이스의 입장은 정당한 전쟁, 그러니까 침략 전쟁에 대한 방어,를 인정하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평화주의 전통에서는 역사상 전쟁이 결국 국가간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기독교가 국교화되어 버린 콘스탄틴주의를 배척하는 경향이 강한 이 입장에서는 정당한 전쟁은 있을 수 없다는 뉴앙스가 강한것 같습니다. 결국은 국가이기주의가 깔려 있을 수 밖에 없고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해가 됩니다. 물론 무기를 든 군인으로서가 아니라 다른 역할을 통해서 얼마든지 국가나 사회에 대한 책임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놓치지 않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지만 평화주의 입장을 반기독교적 입장이라고 보는 것은 대단한 오해라고 보입니다. 초대 교회에서 부터 내려온 기독교의 평화주의 전통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죠.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평화주의와 정당한 전쟁 사이에서 기독교가 혹은 개인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는 어려운 문제로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거룩한 전쟁론만 빼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으며 특히 정당한 전쟁론이 대세인 상황에서 평화주의 입장을 더 지지해 주는 것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이 두 흐름과 연관된다고 할 수 있는 역사적 실례는 본 회퍼와 오랜돌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치 통치 아래 독일에서 다른 방향으로 신앙을 실천했던 두 사람의 예를 접해보면서 고민해봐도 좋을것 같습니다. (이 글을 참조해도 좋을 듯 합니다. 본회퍼와 오랜돌프의 갈림길)
또 하나 영화, '미션'을 보면 평화와 저항, 두 가지 다른 길을 간 두 신부의 모습이 강하게 비교됩니다. 중학교 때 이 영화를 보고나서 기독교인은 폭력과 전쟁 앞에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토론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전도사님이 영화가 정해주셨고 토론문제도 주셨지요. 영화 미션을 한번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내가 한 입장을 택하더라도 다른 입장 (평화주의든 정당한 전쟁론이든)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