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한국, 대형망원경 프로젝트에 참여하다

별아저씨의집 2008. 12. 29. 06:48
한국이 거대 마젤란 망원경 (Great Magellan Telescope) 건설에 참여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주관하는 이 프로젝트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심의를 거쳐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됨으로써 공식적으로 확정되었다. 

과학선진국들의 일개대학이 소유할 정도로 작은 망원경인 1.8미터 급 망원경이 지금까지 한국이 보유한 망원경의 현실이었으나 거대마젤란 망원경의 지분을 갖게 됨으로써 한국의 천문학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할 기회가 온다. 거울의 면적이 켜야 많은 빛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망원경의 성능은 망원경 거울 지름의 제곱에 비례한다.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망원경은 8-10미터 급의 망원경으로 한국의 1.8미터 급 망원경에 비해 20-30배의 집광력(빛을 모으는 성능)을 갖는다. 

대마젤란 망원경 프로젝트는 미국이 주도하는 2개의 차세대 대형망원경 프로젝트 중의 하나로서 소수정예의 맨파워를 자랑하는 카네기천문대를 비롯하여 하바드대학, 아리조나 대학, 텍사스 대학 (오스틴) 등이 참여한다. 카네기천문대는 6.5미터의 마젤란 망원경 두기를 칠레의 라스 캄파나스에 건설해서 2000년 초부터 운용하고 있으며 이 망원경의 이름에 대(Great)라는 수식어를 붙여 차세대 망원경을 명명하였다. 

대마젤란 망원경은 지름 8.4미터의 거울 7개를 모아서 하나의 거울처럼 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하는데 25미터 거울하나와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총 예산은 7억불 정도가 회자되고 있으나 10억불까지 소요될 수도 있으며 2010년대 후반에 완성될 예정이다. 망원경이 건설될 장소는 현재 마젤란 망원경이 위치하고 있는 칠레 북부의 라스캄파나스이다. 라스캄파나스는 세계에서 망원경을 건설하기에 가장 적합한 조건을 갖춘 지역 중의 하나로 안데스 산맥 기슭의 건조하고 맑은 기상조건 때문에 선명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현재 운용되는 마젤란 망원경의 경우, 지상에 건설된 망원경 중에서는 최고의 선명도를 자랑하는 망원경의 하나로 꼽는데 필자의 경험으로도 하와이의 마우나 키아와 더불어 라스캄파나스는 최고의 관측 조건을 갖춘 곳이다. 한국의 망원경을 한국 땅이 아닌 다른 나라에 건설하는데 대해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은 몰이해에서 비롯된다. 비가 오거나 구름이 짙게 끼면 관측을 할 수 없는 광학망원경의 경우  우기가 길고 흐린 날이 많은 한반도에 지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망원경을 관광용으로 사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말이다. 

90년대 후반에 건설된 8-10미터 급 망원경들에 비해 훨씬 뛰어난 능력을 제공해 줄 대마젤란 망원경은 그 건설비 또한 엄청나게 소요되기 때문에 국제협력이 요구된다. 호주가 이미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결정하였고 이번에 한국의 참여결정이 큰 뉴스가 되고 있다. 한국은 약 10%의 예산을 제공하고 10%의 망원경 시간 (약 한 달)을 받을 예정이다. 

90년 초반에 칼텍과 켈리포니아 대학이 10미터 급의 켁 망원경을 건설함으로써 그동안 불가능했던 많은 연구들이 가능해졌고 그 결과 지난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캘리포니아 대학과 칼텍이 광학천문학 분야의 선두에 섰다. 대마젤란 망원경을 통해 한국도 단순히 대형 망원경 시간을 확보하는 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세계를 이끌어 갈 첨단의 연구들이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엄청남 크기의 거대마젤란 망원경의 개념도. 크기 비교를 위해 7개의 거울 아래쪽으로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