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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창조론 대화가 필요해

별아저씨의집 2022. 1. 7. 22:15
 
IVP에서 좋은 책이 나왔습니다. 추천사를 썼는데 책도 보내주셨습니다.
왜 추천사를 썼을까요? 부탁을 받아서? 추천사료 받으려고? 아닙니다. 추천사를 부탁받아도 그냥 수락하지 않습니다. 안 읽은 책은 일단 읽어보고 결정하겠다고 원고를 보내달라 합니다. 그것도 2주 안에 추천사를 달라하면 시간이 모자란다고 거절합니다.
 
보통 번역은 전에 원서로 읽었던 책이 번역출판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러면 흔쾌히 추천사를 수락하거나 바로 거절합니다. 이미 책을 읽었으니 판단이 분명합니다. 이 책은 바로 수락했습니다. ^^
 
이 책은 프란시스 콜린스로 대표되는 바이오로고스 단체의 진화적 창조의 입장과 휴 로스로 대표되는 Reason-to-belive (RTB) 단체의 오랜지구론 입장 간의 대화를 다룬 책입니다.
 
원서를 보니 2017년 9월에 구매했네요. 꽂혀있는 주문서를 보니 그때 몇 권의 책을 함께 구입했습니다. 7만원쯤 찍혀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한국 책은 참 쌉니다.^^ 하필 모두 IVP 책이네요. IVP는 주로 보수적인 입장의 책들을 많이내고 기획과 편집이 괜찮아서 많이 보는 출판사입니다.
 
어쨌거나 이 책은 제가 오랜지구론을 한창 공부하던 대학원 시절에 탐독했던 휴 로스의 RTB가 한쪽 축을 이룹니다. 그리고 다른 쪽에는 [신의언어] 등의 책으로 저에게 '나만 진화적 창조의 관점을 갖는게 아니구나'라는 확신을 주었던 프란시스 콜린스의 바이오로고스가 다른 축을 이룹니다.
 
흥미로운 점은 젊은지구론을 빠져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아니, 그래서 두 입장 간 대화가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사실 휴 로스는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않는 반진화론자의 입장에 가깝고 오랜지구론을 주장해왔지만 창조과학자들로부터는 신앙을 버린 배교자요 진화론자라는 혹독한 비난과 욕을 먹어왔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진화적 창조 입장을 비난하거나 신앙이 없다고 정죄하지 않습니다.
 
물론 입장이 달라도 일단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동의는 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것이 필수라는 뜻이죠. 그러나 젊은지구론 창조과학은 그 점에서 대화의 자세를 갖추지 못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에 젊은지구론을 주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만 갖다 쓰거나 심지어 왜곡을 통해 상대방을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종종 헷갈립니다. 과학에 대한 전문성의 부족 때문인지 혹은 신앙적 열정이 합리적 사고를 막기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분명히 서로 다른 입장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가능함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런 점에서 참 고마운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제가 과신대 운동을 하면서 만난 많은 분들이 입장이 오락가락하거나 뒤죽박죽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내용은 진화적 창조에 가깝지만 어떤 부분은 지적설계나 오히려 창조과학에 가깝고 그리고 또 어떤 부분은 오랜지구론에 가깝기도 합니다.
 
이 책은 진화적 창조의 입장이 과연 무엇인가를 명확히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명확하다는 것은 진화적 창조의 입장에 대해 돌에 새긴 신조들이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폭넓은 경계 안에 포함된 내용들을 볼수 있다는 말입니다.
 
특히 성경에 대해서 RTB와 바이오로고스는 입장이 분명히 갈립니다. 가령, 성서의 1차 독자들에게 의도되지 않았던 내용이 현대인들에게 주어졌을까 이런 질문이 있습니다.
 
가령, 우주팽창을 몰랐던 아니, 우주라는 개념도 없었던 수천년 전 고대근동 히브리인들에게 주어진 성서에 우주가 팽창한다는 메세지가 담겨있을까요? RTB는 1차 독자가 아닌 미래의 독자들에게 주어진 메세지가 있다고 봅니다. 소위 예언이라는 가르침입니다.
 
반면에 바이오로고스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존 윌튼이 말한대로 현대인들이 살고 있는 문화의 강을 뛰어넘어 고대근동의 문화의 강으로 건너가 거기서 성서를 읽어야 합니다. 1차 독자들에게 의도되지 않았던 메세지들, 가령 현대과학의 내용들이 성서에 담겨있다고 볼수는 없습니다.
 
물리학을 전공했다는 어느 창조과학자는 성경에 우주팽창이 나온다고 말합니다. (물론 공룡도..^^) 과연 그럴까요? 지구가 편평하다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주어진 책에 현대과학의 내용이 담겼을까요? 칼빈의 accomodation은 도대체 이 맥락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한답니까? 물리학만 공부해서 그런것 같습니다. 이 분은 또 가속팽창에 대한 반대 의견들을 가지고 우주론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근거로 얘기를 한다고 합니다. 물리학도 제대로 안 한걸로 밖에 다른 판단이 어렵습니다.
 
어쨌거나 이 책은 과신대 분들과 함께 고민하며 토론하며 같이 읽을 생각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책의 각 장들의 저자들이 자기 생각을 밝히지만 바이오로고스의 입장과 자기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진화적 창조의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네, 과신대도 그렇습니다.
 
1월, 멀리 내다보는 달입니다. 이맘때 딱 읽기 좋은 책이 아닐까 합니다. 이 분야에 고민이 있는 분들에게 꼭 정독을 권합니다.
 
저의 추천사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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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신앙의 접점에서 성숙한 대화가 가능할까? 그 가능성을 보여 준 이 책이 무척 반갑다. 겸손하나 날카롭고 학문적이나 신실한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창조에 대한 두 가지 입장인 ‘진화적 창조론’과 ‘오랜 지구 창조론’의 견해가 차례로 드러난다. 이 책은 신앙을 의심하거나 반과학적 주장으로 점철된 소모적인 논쟁 대신에, 성경과 인류의 기원, 진화와 자연신학의 주요 이슈들에 대해 깊이 있는 논점과 통찰을 제공한다. 그런 면에서 창조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한 모두의 필독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희미한 스케치로 남아 있는 창조의 그림을 보다 선명하고 세련되게 그려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