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비혼, 출산, 그리고 가정

별아저씨의집 2021. 1. 3. 13:32

비혼, 출산, 그리고 가정  (2020.11.18)


https://www.facebook.com/jonghak.woo.9/posts/3408789056012355


1. 일본인인 사유리가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해서 얼마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결혼하지 않고 출산해도 되나, 남자없이 혼자 정자기증 받아 출산해도 되나, 논란이 많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고 동거를 하다니, 아니 결혼도 안하고 애를 낳다니, 아니 남자도 없이 혼자 아이를 낳다니... 이런 반응들도 있지만 그게  어때서, 이런 반응도  많습니다. 비혼 출산 찬성율이 30%라는 기사도 있더군요. 



찬반 어느 한쪽을 주장하려는  아닙니다. 결혼과 결혼제도에 평소에 하던 생각입니다. 



2. 결혼이 무엇입니까? 두 사람 사이의 약속입니다. 전통적인 우리 문화에서는  집안 간의 약속이기도 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사회경제적 연합입니다. 제도화된 결혼은 두 사람을 하나의 연합된 단위로 보고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사회적 지원을 해줍니다. 결혼은 가족으로 인정받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고 세금과 복지, 교육 등등 가족은 사회제도를 운영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가 됩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사회적으로 결혼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공무원이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시청에 가서 결혼 신고를 하는 것이죠. 



하지만 결혼과 결혼 제도는 다릅니다. 결혼은  인간 사이에 서로 사랑하고 헌신하기로  약속이라면 결혼 제도는 약속을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내고 보장해주는 사회경제적인 장치입니다. 



3. 기독교인들 중에는 하나님이 짝 지워준 남녀가 결혼을 하지도 않고 동거하면 죄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거하는 두 사람이 결혼제도를 거치지 않았을 , 결혼하지 않은 것이라고 어떻게 말할  있겠습니까? 



따지고 보면 하나님이 짝 지워  예로 종종 회자되는 아담과 하와는 도대체 언제 결혼을 했습니까? 누가 주례를 하고 누가 혼인신고를 했습니까? 그냥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 동거를 시작한 셈입니다. 



하나님이 주례를 했고 둘이 서약하고 결혼을  거다, 이렇게 해석하는 분들이 있겠습니다. 마찬가지로 동거하는 분들은 둘이 서약을 했고 하나님이 주례를 했다고 얼마든지 주장을  수도 있겠지요. 



4. 결혼식이라는 문화를 거쳐 사회적으로 공표하고 결혼제도를 통해 법적으로 보장받는 결혼제도만이 가정을 구성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결혼과 결혼제도를 혼동한 셈입니다. 



현대사회에서 결혼과 가족의 개념은 여전히 전통적 의미를 갖고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테두리에 담기지 않는부분을 이제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비혼이 점점 늘어납니다. 그리고 언제일지 가늠하긴 어렵더라도 비혼 출산도 앞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 결혼을 단지 전통적 결혼 제도의  안에서만 규정하고 제한하는 것은엉뚱한 일이   있습니다. 심지어 기독교와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5. 비혼이 늘어나는 이유는 결혼 제도의 단점들 때문입니다. 결혼이 불편합니다. 한편으로 가족을 꾸려 사회경제적연합을 이루고 많은 혜택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엄청난 짐을 지게 됩니다.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짐이 과도하게 주어지는 불평등과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유교문화로 인해 전해 내려온 시 월드와의 갈등은 그저 소소한 얘기거리입니다. 독박 육아, 가사노동, 경력단절 등등을 생각해 보면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던 가부장적 결혼의 피해를 거부하겠다는 여성에게 누구가 어떻게 반대할 있겠습니까? 결혼이 불편하다는  판단의 밑바탕에는 우리 사회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남녀 차별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몰라도 결혼이라는  안에 남녀차별이 있다는 것만큼은 누구라도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6. 비혼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동성애가 가정을 파괴한다는 논리도 참으로 엉뚱합니다. 동성애가 가정을 파괴할 수도있겠지요. 마찬가지로  넘쳐나는 이성애로 말미암아 수많은 가정이 파괴됩니다. 이혼율은 굳이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가정을 파괴하는 주범은 절대적인 숫자로   이성애자들입니다. 사랑이 너무 넘쳐서 그런지는 저는  모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생각할 이슈는 비혼입니다. 



7. 이혼과 비혼에 대해 정직하게 직면해야 합니다. 동성애만 잡고 흔들어봐야 소용없습니다. 이미 전통적 의미의 결혼은 많이 파괴되었습니다. 다양한 면에서 결혼은 사회경제적 연합체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족의 의미를 축소기키거나 간과하려는  아닙니다. 하지만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비혼이 낫겠다는 생각에 어떻게 반대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8. 전통적 가치를 지키려는 분들은 많은 노력을 해야할 것입니다. 다만 엉뚱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전통적 개념의 결혼과 가족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연합으로 결혼제도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나의 전통적 결혼 개념을 주입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건  생각이고? 이렇게 튕겨져 나오기 마련입니다. 



9. 가정을 그렇게 중시한다는 교회에서 가장 심각한 가부장적 문화와 남녀차별을 목도해야 하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여자는 목사가   없다거나 성경은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다고 가르친다고 주장하거나 장로들은죄다 남자라거나 여자들은 그저 수종드는 일만 한다거나, 이런 모습은 오히려 가정을 파괴하는 주범입니다.  이유는 이런 불평등한 모습을  젊은 세대들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비혼의 증가를 부추기는 책임이 교회에는 없다고 감히 누가 주장하겠습니까? 



10. 교회는 엉뚱한 일만 하지 말고 문제를 직면해야 합니다. 가정의 가치를 지키고 싶다면 교회 안에서부터 남녀차별을 없애고 가부장적인 가정의 모습 대신에 사랑과 헌신으로 평등한 동역자 관계인 가정의 모습을 모범으로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목사들의 성범죄는 치리도 하지 않고 동성애자들을 축복했다는 이유로 목사를 치리하거나 동성애에관해 제대로 신학적으로 연구해 보자는 수준의 이야기를 해도 교단에서 출교시켜버리는 수준의 잣대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11. 비혼 출산 저는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결혼내 출산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만 낳을 때도 되었습니다. 버려지고 수출되는 아이가 도대체 아직도 얼마나 많습니까? 피는 그리 진하지 않습니다. 끈적할 뿐입니다. 유전자가 같아야  사랑한다는 동물의 왕국 수준의 이야기는 이성과 감정과 의지를 가진 인간에대한 모독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자기 유전자를 가진 아기를 낳고 싶다면 어떤 논리로 막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2. 결혼이 사회경제적인 제도이기도 하듯이 출산도 사회경제적인 제도로서  필요도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대다수가 비혼 출산에 찬성한다면 법적으로 제도화되는 일을 막을 수는 없겠지요. 



결혼과 가정의 근간은 혼인 신고의 여부가 아니라 사랑입니다.  사랑은 호르몬이 작용하는 화학적 반응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고 헌신하겠다는 의지입니다. 기독교 문화가 기독교가 아니듯 결혼 제도는 결혼과 다릅니다. 본질을 붙들  있다면 제도는 시간에 따라 변할 뿐입니다. 계절에 따라 맞춰 입어야 하는 옷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