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 이슈

[과도기 이야기] 49번째 - 폭망하는 창조과학은 이제 그만

별아저씨의집 2021. 1. 2. 20:20


폭망하는 창조과학은 이제 그만. - 과도기 이야기 49번째

1. 어느 교수모임에서 창조과학 회원 두분을 만났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두 분은 평생 창조과학회에서 열심히 봉사하신 분들이겠습니다. 한 분은 이쪽 지부의 회장님이시고 다른 한분은 창조과학회 뿐만 아니라 다른 모임들도 열심히 이끌어 오신 분이랍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질문도 하시고 제 생각도 나누었습니다. 이공계지만 자기 전공 이외에 영역에 관해 귀를 기울이시더군요. 처음 만났지만 신앙과 인품이 훌륭하신 분들임을 살짝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한 분이 지구의 연대 측정, 그리고 우주의 나이에 관해서 질문을 하셨습니다. 탄소연대 측정법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문제제기를 하십니다.

몇가지 말씀을 드렸습니다. 반감기가 짧은 탄소로 지구 연대를 측정하는 건 그 자체가 오류입니다. 창조과학자들은 탄소연대 측정을 공격하지만 탄소를 가지고 지구의 광물이나 운석의 나이를 측정하지는 않습니다. 반감기가 긴 지르콘 등을 사용하지요.

방사선 연대측정법으로 지구의 나이가 결정된 건 이미 100년 전 일이고 달에서 가져온 광물이나 지구로 떨어지는 운석 등, 나이 측정 결과는 대략 1억년 내로 일치합니다. 태양계 전체가 생성되고 광물로 결정화된 시기가 46억년 전쯤 되는 것이죠. 물론 오염된 시료를 쓰면 당연히 이상한 결과가 나옵니다. 그걸 문제 삼는 건 과학연구에서 측정을 어떻게 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나 하는 얘기입니다.

3. 지질학의 연대측정법은 반감기를 이용한 방법만 있는게 아닙니다. 지질학만 연대를 측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해양학, 대기과학 등등 지구의 자연사를 연구하는 분야들의 측정결과는 서로 모순되지 않고 일관됩니다.

천문학도 그렇습니다.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냐고 공손하게 질문하셔서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별의 연대 측정은 핵물리학과 깊은 관계가 있고 지질학의 방사성 원소 반감기와도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20세 전반기에 핵물리학이 발전하면서 지질학 뿐만 아니라 천문학에서 별에 대한 이해가 혁명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주와 지구의 연대가 매우 길다는 건 이 분야 과학계에 이견이 없습니다.

4. 사실 창조과학 회원 중에 이공계 교수들이 꽤 많습니다. 그 중에는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진화생물학, 지질학, 천문학, 우주론 등에 대해 강한 주장을 하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이번에 만난 분들도 그렇습니다. 겸손하게 묻고 의견을 구합니다

지구나이가 6천년 되었다는 주장은 창조과학회원 이공계 교수들 중에도 받아들이지 않는 분이 많습니다. 예전에 어느 물리학 교수님은 젊은지구론이 틀린 건 다 알지만 창조과학회 내부적으로 설득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5. 과학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고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명백한 결론, 그것도 100년 전에 나온 결론에 대해 지금도 딴지를 거는 태도는 건강하지 못합니다. 창조과학의 주장은 100년 전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학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 다들 잘 아는데 옛 자료에 기대어 허망한 주장을 하면 복음에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6. 창조과학회 소속 이공계 교수님들을 꽤 아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교제한 적이 없거나 회장직 등 뭔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분들은 저를 신앙이 없는 타협한 자로 공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창조과학회 소속이어도 자신의 전공을 넘어서 천문학이나 지질학, 그리고 진화생물학의 결과들에 대해 막무가내로 부정하는 그런 도그마적인 태도를 갖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박사학위까지 하면서 과학을 제대로 배운 분들은 그런 태도를 보이기가 쉽지 않지요. 대부분은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해 정말 그런가, 그 분야의 증거는 어떤 것이 있는가, 물으며 들으려는 태도를 견지합니다. 일단 동의를 하지 않더라도 일단 자신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하는 학자적 태도를 갖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특정학교의 교수들이 창조과학 수업 시간에 제 이름을 언급하고 뭐라뭐라 부른다는 얘기도 직접 학생들에게 들었습니다. 창조과학으로 힘쓰셔야 하는 분들의 강의 슬라이드에 저를 어떻게 묘사하는지도 각종 제보로 알고 있습니다.

7. 가장 허망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창조과학회 소속 이공계 교수님들이 아닙니다. 학부에서 이공계 전공을 하며 좀 배웠다는 분들, 관광사업을 하며 돈을 버는 분들, 창조과학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분들, 복음의 열정에 불타지만 막상 과학에 대해서는 제대로 못 배웠고 카더라 소식만 들어 정보의 불균형을 심하게 겪는 분들이 그렇습니다.

8. 서울신대에 창조과학 석사과정이 생겼다는 놀라운 사실을 접하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더니 어느 목사님이 댓글을 달았습니다. 창조과학회에서 하는 주장은 하나도 믿을 수 없지만, 반대로 진화에 대한 증거가 하나라도 있냐고 묻습니다.

이분의 반응을 보니 참 도그마라는 것이 무섭다 싶습니다. 창조과학회의 주장이 말도 안된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신학교에서 창조과학으로 석사학위를 주는 것에 대한 비판이나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진화론만 문제 삼는 이분의 비판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일까 의문이 듭니다.

9. 진화과학을 가르치며 석사학위를 주는 신학교도 없습니다. 창조과학 뿐만 아니라 진화론을 가르치면서 과학이 성경을 증명한다며 성서과학을 가르친다면, 그런 학위과정을 만든 신학교가 있다면 저는 똑같이 비판할 것입니다.

어떻게 신앙의 대상인 창조가 과학으로 증명될 수 있으며, 계시의 말씀을 어떻게 과학으로 입증한단 말입니까?

이분은 자신이 전혀 믿지 않는 창조과학회의 허망한 주장은 그리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나 봅니다. 이분에겐 진화론만 위협으로 보이는 듯 합니다.

10. 이분 주장이 이렇습니다. 신이 진화를 사용했다면 1) 신은 시간에 의존한다. 2) 신은 전능하지 않다 3) 보시기에 좋았더라에 위배된다.

그럼 이 목사님은 단세포에서 태어나지 않고 하나님이 뚝딱 창조하신걸까요? 단세포에서 세포분열 과정을 통해 10달 과정으로 창조하신게 맞을 겁니다. 저는 하나님이 시간의 과정없이 뚝딱 창조했다고 주장하는 분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이 목사님도 그럴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목사님을 10달의 과정을 통해 창조한 하나님은 1) 시간에 의존하고 2) 전능하지 않고 3)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창세기 1장의 표현에 위배되는 거 아닙니까?

11. 이분은 이 설명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고 대신에 진화의 증거를 하나라도 제시해 보라고 질문합니다.

네, 저도 질문 하나 드리지요. 지구가 편평하지 않고 둥글다는 증거가 있다면 하나라도 제시해 보세요. 이런 질문이 황당하지요? 그렇습니다. 지구의 역사를 보면 죄다 진화의 증거인데 뭘 증거로 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황당한 질문이라 답이 안 나옵니다.

12. 이 분은 제가 과학계에서 쫓겨날까봐 유신진화를 주장하는 거냐고 묻습니다. 창조과학자들고 지적설계론자들의 잘못이 큽니다. 과학계를 무슨 종교컬트집단처럼 묘사하여 선동을 해대니 일반 신앙인들이 오해하는 이런 참혹한 결과가 생깁니다.

과학자들 중에서 얼마나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신앙 때문에 과학계에서 퇴출을 당합니까? 더군다나 과학계에서 퇴출을 당할까봐 무서워 타협하고 유신진화를 주장한다니요, 참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을 보면 갸륵합니다.

축구시합을 하는데 와서 자꾸 공을 손으로 들고 뛰면 어쩌겠습니까? 심판이 주의를 주고 프리킥을 주자, 따지고 듭니다. 왜 손을 못 쓰게 하냐고? 축구의 규칙을 바꾸어야 한다고. 그럼 어떻게 되겠습니까? 축구계에서는 퇴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13. 손을 쓰고 싶으면 핸드볼 경기를 하면 됩니다. 다들 축구하고 있는데 축구를 새로 정의하겠다면서 핸드볼을 하면 쫓겨날 밖에요. 손을 쓰는 것이 잘못되었다는게 아닙니다. 손을 쓰고 싶으면 핸드볼 경기를 하라는 겁니다. 축구하는데 와서 자꾸 손으로 훼방 놓지 말고.

지적설계론자들이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창조를 주장해서 과학계에서 퇴출된 것이 아닙니다. 게임의 규칙을 어기면 그 게임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14. 보통 과학을 잘 모르는 분들이 꼭 엉뚱한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 전공분야 과학자들이 진화라고 부르는데, 그 분야 논문 한편 안써본 자들이 그건 진화가 아니라고 합니다.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답니다. 글쎄요. 신앙이 있는 과학자들이 봐도 그런게 신앙을 갖지 않은 과학자들이 보면 어떻겠습니까? 뭐 이런 무식하고 막무가내인 집단이 있나, 그러지 않겠습니까?

페친이 퍼온 글을 보니 장기영이라는 분이 제 이름을 언급하셨네요. "창조과학에 대한 불신과 기독교 신앙이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며 비판하는 군요.

이런 분들이 정말로 과학을 모르는 분들이죠. 창조과학이 무슨 주장을 하는지 감도 못잡는 분 같습니다. 인간과 공룡이 같이 뛰어놀았다는 창조과학 비디오 본 아이들이 교회에서 거짓말했다고 주일학교 안 나가겠다는 그런 상황은 전혀 개의치 않나 봅니다.

수십년 동안 창조과학의 비판을 과학이 하나도 답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데, 공부 좀 하시면 좋겠습니다. 게놈을 다루는 유전학은 수십년도 안되었지만 엄청난 결과를 내고 있지요. 자신이 모르면 남들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자만심은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15. 하나님이 지구를 편평하게 만드셨다고 믿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 만들고 움직이지 않게 하셨다고 믿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런 믿음을 가졌다가도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자세히 연구해 보니 지구는 편평하지 않고 둥글며 우주의 중심에 있는게 아니라 저기 변두리에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새로 밝혀진 과학은 창조와 모순된다면 과학을 부정하면서 고대의 상식을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붙들고 있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지동설이 기독교 신앙과 모순된다거나, 아직 지구가 둥글다고 완벽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고집부리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네, 망합니다.

16. 지금이 딱 그렇습니다. 수십억 년의 지구의 역사는 수많은 생물들이 변화했고 단순한 종에서 복잡한 종으로 진화한 역사를 드러냅니다. 현대과학은 생명과학과 지질학, 대기과학, 해양학, 화성지질학, 천문학, 항성진화, 우주론 등 하나의 빅히스토리를 일관되게 보여줍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지만 이 정도는 잘 알고 있습니다.

17. 창조과학을 어릴 때부터 배운 장년들은 물론 심리적인 장벽을 느낍니다. 지구나이가 46억년이라니, 생물이 진화했다니, 도대체 어떻게 이런걸 주장할 수 있냐며 기독교인 맞아? 이렇게 묻습니다. 네,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들여다보고 연구해보면 그런걸 어쩌겠습니까? 나는 귀를 막을래, 과학 다 틀렸어, 이런 태도는 건강한게 아닙니다. 과학이 밝힌 결과 앞에서 내가 창조에 대해 오해한 것들을 돌이키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18. 요즘 고등학교에서 빅뱅부터 시작하는 빅히스토리를 배웁니다. 우주의 나이, 지구의 연대, 생물진화 이런거 부정하는 50대 60대 아저씨들은 여전히 중세시대의 상식에 머물러 있지만 자라나는 아이들, 청년 세대는 다릅니다. 망할려면 혼자 망하세요. 젊은세대에 까지 그런 폭망하는 도그마를 강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