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차별금지법 3.

별아저씨의집 2020. 7. 7. 17:18

권영신 목사님 진지한 댓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몇가지 제 의견을 드립니다.

1. 말씀하신 대로 사회나 법이 종교와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는 분명히 존재해 왔습니다. 그럴때마다 신앙인에게는 당연히 사회법보다 성경의 가르침이 더 위에 있습니다. 소비에트에서 국가적으로 종교를 말살하려고 할 때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면서도 신앙을 지킨 것은 바로 사회법보다 성경의 가르침을 우선하였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우선시 한 그리스도인들이 사회를 바꾸고 법체계를 옳은 방향으로 개혁한 일들도 기억해야 합니다. 성경의 희년법이나 고아와 과부와 사회적 약자를 돌보라는 가르침은 우리사회가 따라가야할 규범적 가르침입니다.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성서의 가르침은 당연시되어왔던 노예제도를 폐지하는 일에도 주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삼았던 노예제도를 합리화했던 자들은 성경을 근거로 들기도 했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여성에게도 영혼이 있는가 물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지요.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은 남성 뿐이었던 시절이 그리 먼 과거가 아닙니다. 성경이 인종차별법을 지지한다는 망측한 논리를 국가신학이 주도했던 남아공의 역사는 바로 현대의 일입니다.

2. 신앙들에게는 사회법보다 성경의 가르침이 더 우위에 있지만 문제는 그 성경의 가르침이 사회법을 향상시키는 역할보다는 오히려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낳는 일에도 사용되었다는 점입니다. 성경의 가르침이 더 우선한다는 원칙은 모든 신앙인이 동의하겠지만, 과연 그 내용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사실 성경이 악의 근거로 사용될 수 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3. 차별금지법은 23가지 이유와 관련된 차별을 금지하는 법입니다.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허용법 혹은 동성애 조장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그 이유는 동성애는 이미 사회법 기준으로 불법이 아니고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동성애를 조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동성애 확산에 대한 우려가 있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프레임과 지나친 오해, 그리고 일부 차별금지법을 막으려는 선동이 있다고 봅니다.

4. 만약에 이성애자들을 차별한다거나, 기독교라는 종교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차별한다거나 교회에서 성경을 가르치지 못하게 한다면 교권에 대한 침범, 종교의 영역에 대한 침범으로 보고 교계가 힘을 합쳐서 싸워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 때문에 종교적 권리가 침해당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종교적 기준으로 가치판단이 다르더라도, 비종교인들과 함께 사는 사회에서는 차별이나 혐오, 그리고 배제는 허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종교적 가르침에 따라 차별할 권리를 달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5. 음모론을 언급하는게 심하다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겠습니다. 차별금지법으로 동성애를 조장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넘어트리려고 한다고 주장하는 목사들, 그것도 대형교회 목사들의 이야기를 접해 보지 못하셨나 봅니다. 과학도 부정하는 분들인데 이 정도 음모론을 설교하는 건 별로 어렵지도 않아보입니다. 음모론을 퍼트린다는 비판을 받을 만큼 충분히 심각한 가짜뉴스들을 목사들이 선포하는 중입니다.

6. 동성애 문제와 관련해서 정신의학적 결론은 이미 잘 나와 있습니다. 물론 과학적 판단과 다르게 사회적 수용은 훨씬 어려운 문제입니다. 기독교의 경우는 성경 해석의 문제와 신학적 이슈들을 논해야 하기에 훨씬 더 어려운 문제라고 봅니다.

7. 그러나 분명한 것은 차별은 막아야 하고 개인적 결단을 넘어 사회적 제도로서 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성소수자 문제만 집중해서 공격하지만 인종, 출신, 나이, 성별, 등등 차별 문제는 우리사회의 심각한 문제입니다.

8. 교회가 해야할 일은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동성애 문제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차별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과 대안을 내야 합니다. 목회자들이 앞서서 고민하고 기도하고 이 사회에 메세지를 내 주셔야 합니다.

9. 제가 염려하는 것은 동성애가 창궐해서 교회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가 차별의 옹호자가 되어 망하는 것입니다. 과학이 신앙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 틀렸다고 잘못 가르치는 것이 신앙을 망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생각입니다. 진정 한국교회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차별금지에 교회가 앞장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