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차별금지법 2 - 변죽만 울리는 목회자들

별아저씨의집 2020. 7. 7. 17:16
차별금지법 2 - 변죽만 울리는 목회자들 (20. 7. 5)


1.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목회자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 들립니다. 어떤 내용인지, 과연 설득력이 있는지, 정말 차별금지법을 반대할 적합한 이유인지 살펴보니 무척 답답합니다.

2. 우선 이 글은 동성애가 성경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가, 없는가를 논하지 않습니다. 여성이 설교해도 되는가, 여성을 목사로 안수할 수 있는가, 이 문제에 관해 다양한 입장이 있듯이 동성애 문제를 성경적으로 신학적으로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는 교단과 신학의 스펙트럼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3. 그러나 동성애를 허용하든 반대하든 그것은 기독교 내부의 판단입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여성을 차별하면 안되듯이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기독교적 판단이 아니라 법과 인권에 따른 사회적 판단입니다. 그러니 동성애는 죄니까 차별금지법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주장하는 분들은, 우리교회 목사를 대통령으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셈입니다. 그런 주장은 딴데가서 하기 바랍니다.

목회자들의 주장을 몇가지 고찰해 봅니다.

4. 유기성 목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만드려는 이유는 동성애를 합법화하고 '동성애는 죄'라고 말하면 법으로 처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5. 이런 주장은 한마디로 음모론입니다. 일고의 가치가 없는 선동입니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설교하고 가르치는 자리에 있으면 기본 사실 관계는 확인하고 말해야 합니다. 제 말이 안 믿기면, 차별금지법 반대하는 이재훈 목사의 말을 들어보세요. "목회자들이, 동성애가 죄라고 설교하면 처벌 받을까 그러는데 처벌받지 않습니다. "

아무리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고 해도 거짓을 말하며 반대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사기쳐도 전도만 하면 된다, 불법을 해도 물질적 축복만 받으면 된다는 정서와 믿음만 강조하는 반지성적 태도가 이런 음모론의 바탕에 있겠습니다. 특히 가르치는 목회자들은 주의해야 합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연자맷돌 생각이 납니다.

6.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동성애를 허용하고 차별금지법을 시행한다고 주장하는 목회자들도 많습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음모론에 관해서는 언급할 가치가 없으니 넘어갑니다.

7. 김양재 목사는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혼과 입양이 허용되며 성소수자들은 출산할 수 없고 아이를 입양하거나 버리기 더 쉽고 인구가 없어지며 나라 근간이 흔들린다고 했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동성애가 늘어나고 가정이 파괴되고 인류의 미래를 망친다는 목회자들의 주장도 같은 맥락입니다.

8. 유기성 목사의 음모론과 비슷하지만 거짓된 사실관계를 퍼트리는 음모론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잘못된 현상파악과 왜곡된 전망에서 나온 음모론입니다.

9.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동성애가 정말 창궐합니까? 이성애자들이 갑자기 나도 동성애자 해보자 이렇게 됩니까? 이혼이 법적으로 허용되면 잘 살던 부부가 나도 한번 이혼해 보자 이렇습니까?

반대로 지금까지 동성애가 창궐하지 않은 이유는 기독교인들이 성소수자들은 지독히도 차별하고 혐오했기 때문이라는 자랑입니까? 그래서 차별할 기회를 금지당하는 것이 그리도 못마땅합니까? 그래서 끝까지 차별하고 혐오하겠다는 겁니까?

10. 곰곰히 생각해 봅시다. 가정이 파괴된 이유가 동성애 때문인가요? 솔직히 말해서 가정이 어디까지 파괴됐는지 안보입니까? 성범죄는 목회자를 피해가지 않고 교회에는 이혼한 가정들이 가득하고 자녀 양육을 비롯해 가정문제가 심각한데 목회자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까? 동성애만 희생양을 삼는 듯 보입니다. 차별금지법만 막으면 파괴된 가정들이 회복이라도 된단 말입니까? 아니면 정말로 동성애가 가정 파괴의 주범이라는 건가요? 도저히 이해가 안갑니다.

11. 동성혼은 출산이 불가하니 인류가 결국 망하게 된다는 주장은 그럴듯 하지만 두가지 심각한 오류를 갖고 있습니다. 첫째, 차별금지법이 허용된다고 해서 동성혼이 마구 늘어나거나 그래서 출산율이 줄어든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습니다. 둘째, 출산율 문제는 동성애나 차별금지법과 관련 없이 이미 심각한 문제입니다. 비혼과 비출산은 사회적 경제적 문제로 대두된지 오래입니다. 동성애 때문에 더 심해진다는 주장은 무슨 근거입니까?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비혼과 비출산이 문제가 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실은 차별 때문입니다. 여성을 차별해 왔던 가부장 제도, 여성을 아이 생산의 도구로 생각해온 사고방식, 출산과 육아가 과도하게 여성에게 부과된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가부장제도가 무너지는 현대사회가 겪고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

12. 목회자들에게 묻습니다. 비혼과 비출산, 가정 파괴의 문제 앞에서 도대체 어떤 설교들을 했습니까? 교회가 오히려 가부장제도의 든든한 공범이 되어 여성차별을 곤고히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사회에서 가장 낙후된 구조를 가진 교회조직이 비혼과 비출산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제시하지는 않고 동성애만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는 중 아닙니까? 차별금지법 막으면 비혼과 비출산 문제 해결되거나 혹은 가정 파괴의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겠습니까? 누가 과연 설득될 수 있습니까?

13.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아이가 일년에 몇명입니까? 아직도 아기들을 해외로 수출하는 오명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입니다. 해외로 수출되고 고아원에 버려지는 대신, 선량하고 건강한 사람들을 만나 양육되는 좋은 기회가 있다면 도대체 무슨 근거로 반대할 수 있습니까?

성소수자들이 아이를 입양해서 기르는 것이 정말 못마땅하다고 혐오의 표정으로 고래고래 소리지르기 전에, 버려지는 아이들을 위해서 교회가 무슨 노력을 했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습니까? 버려지는 아이들엔 관심도 없고 책임도 못지지만 성소수자들이 입양하는 것만은 반대라고요? 도대체 무슨 권리로 그런 말을 합니까? 하나님이 그러라고 귀에 속삭이기라도 하셨습니까?

14. 이찬수 목사는 동성애는 죄지만 동성애자들은 받아들인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재훈 목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로 성소수자들을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차별금지법이 재정되도록 앞서서 노력해야 합니다. 교회에서 설교하고 가르칠 때 자신들의 성경 이해와 신학적 판단에 따라 동성애가 죄라고 가르칠 수는 있다고 쳐도, 사회에서 소수자들이 차별받는 건 막는 것이 바로 그들을 받아들이는 태도 아니겠습니까?

이런 모순 같은 발언으로 용서와 사랑을 코스프레하면서 실제로는 사회적 차별이 허용되도록 차별금지법을 막는다는 것은 지극히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15. 종합하면 제 생각에, 대형교회 목사들을 중심으로 한 보수교회들은 변죽만 울리는 중입니다.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교회에 얼마나 심각한 문제들이 많은데 훨씬 더 중요하고 긴급하고 힘을 쏟아야 할 문제들은 건드리지도 않고 동성애라는 희생양을 하나 잡아서 변죽만 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교단과 교회들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16. 차별금지법. 제대로 이해합시다. 가짜뉴스, 음모론을 목회자들이 퍼트리니 복음이 생명력을 잃습니다. 설교할때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면 처벌된다는 식으로 잘못 가르치니 당신들이 가르치는 성경도 딱 그 수준의 찌라시겠다 싶은 겁니다.

17. 성경이 말하는 죄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중심입니다. 그 관계를 깨뜨리는 것이 죄입니다. 그러나 사회에서 범죄는 법적으로 규정됩니다. 살인의 경우, 성경이 말하는 죄와 사회적 범죄는 같은 방향입니다. 그러나 둘의 판단이 다를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경우에 성경적 잣대를 비기독교인들에게 폭력적으로 강요하면 십자군이 되는 겁니다. 한마디로 믿을래, 죽을래 입니다.

18. 성경적으로 신학적으로 어떻게 봐야 하는지 교회 안에서 심각하게 논하고 대화하십시요. 어떤 목사는 여신도에게 빤스를 내리라고 해서 내리면 진짜 교인이라고 했다지만, 저는 그 판단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목사의 말이 맞는지 제 판단이 맞는지는 성경읽고 신학공부하며 따져봐야 합니다. 아무리 그 목사가 목사라고 해도 저는 그의 가르침을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한국교회의 심각한 문제는 목회자들이 과도한 대표성을 띠고 있다는 점입니다.

19. 동성애는 다른 문제라고요? 정말 그렇습니까? 여러분의 교회 목사가 가장 하나님과 가깝고 가장 성경을 잘 이해한다는 것이지요? 네 그런분들께 더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이 글에선 어차피 2번 문제는 다루지 않기로 했으니까요.

20. 결론입니다. 동성애에 대한 입장이 어떻든 간에, 차별은 금지해야 합니다. 차별금지법 반대하려면 구체적 내용가지고 설득하십시요. 가정이 파괴되고 인류가 망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가정은 이미 파괴되고 인류는 이미 망하고 있으니 희생양 물고 늘어지는 대신 교회가 미래를 위해 인애와 공평이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21. 목회자들의 주장이 변죽만 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차별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이 사회에 만연한, 나이, 성별, 학력, 출신, 배경 등 다양한 차별을 막아보자는 건데 그런 차별의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정말 동성애가 문제라면, 동성애를 제외한 다른 차별의 문제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 성찰이라도 담겨야 합니다. 대안까지 안가더라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동성애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목회자들의 목소리가 어디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느껴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