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 이슈/창조-진화 논쟁

빅뱅우주론은 진화론이니 버려야 한다?

별아저씨의집 2008. 10. 29. 14:06
천문학 박사과정에 있는 어느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자신이 다니는 한인교회에 창조과학 세미나가 열렸는데 무척이나 힘들었다며 위로를 구했다. 

창조과학 세미나 강사는 빅뱅우주론은 증거가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단다. 황당해서 질문도 못하던 그 후배는 세미나 후에 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천문학에서 그 증거를 직접 관측한다는 것을 알려주며 소위 적색편이라고 불리는 개념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세미나 강사는 이해를 못하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것이 천문학에 전문적인 지식도 없이 그저 훈련받은 내용을 전달 받은 입장이니 그럴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빅뱅우주론은 천문학의 근간이고 우주의 나이는 백억 년 이상 오래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 빅뱅우주론이 가설에 불과하다는 얘기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증거가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는 주장처럼 할말을 잃게 한다. 

창조과학회에서는 지구의 나이가 6천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천문학을 부정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빅뱅우주론의 증거가 확실하다는 후배의 말에 그 강사는 빅뱅우주론은 진화론이라서 안된다고 했다고 한다. 아, 그래 그렇다. 진화론이라면 심지어 하나님이 하신 일들도 부정해야한다. 별들의 내부에서 탄소가 만들어지고 그래서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이 준비되는 긴 우주역사의 과정들이 진화론이라는 누명앞에 죄인이 되어버린다. 

세미나가 끝나고 그 후배는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이제 천문학 포기해야 겠네라고. 답답한 후배는 어떻게하면 좋으냐고 하소연했다. 교회에서 다들 세미나를 들었고 자신이 천문학을 하는 걸 다 아는데 어떻게하면 좋겠냐고. 답답한 상황이었다. 진화론이니까 빅뱅우주론을 버려라. 그러면 천문학도 다 포기해야 한다. 그 후배가 신앙이 매우 연약한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혹 신앙을 포기하게 되지는 않았을까? 그 후배에게 그렇게 충고했다. 천문학은 너가 더 전문가인데 그 세미나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왜 정확하게 짚어주지 못했냐고? 글쎄다. 진화론이라며 칼날을 들이대는데 당신이라면 쉽게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충고했다. 숙제를 하라고.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대해 공부하라고. 그리고 창조과학회의 주장에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잘 들여다 보라고. 그리고 나서 너가 가진 전문성을 가지고 과학을 하나님의 것으로 클레임하라고.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내 후배에게 만은 아니다. 오랜지구론자인 휴 로스는 지질학이나 천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지역교회에서 모종의 이단처럼 집단으로 취급받아 결국 적응을 못하고 떠도는 경우를 언급한다. 다행히 신학적으로 제대로 된 시각으로 과학과 신앙의 관계를 이해하고 있는 교인들이 많은 교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나 한인교회들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의 교육은 역시 크리스챤 과학자들의 책임이다. 

창조과학회는 권력이다. 그 세미나 강사는 전문성도 없는 분일텐데 감히 빅뱅우주론이 가설에 불과하다며 판결을 내려버린다. 창조과학회 강사로 전임사역자이니 교회에서는 당연히 초청했으리라. 창조과학회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가르치는 것은 좋다. 지구의 나이는 6천년이라는 것이 성경적이라고 주장하라. 그러나 왜 꼭 그것만이 기독교의 유일한 입장이라 주장하는가. 빅뱅우주론이나 오랜 지구를 인정하는 것도 또 다른 기독교의 입장인데 왜 그것은 진화론이라고 부정하는가? 그것도 심지어 적색편이가 무엇인지 이해도 못하는 짧은 전문성으로 감히 빅뱅우주론이 가설이라고 말하는가? 창조과학 강사님들, 제발 오버는 그만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