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진화적 창조론은 타락과 원죄 교리를 부정할까?

별아저씨의집 2019. 5. 26. 19:41

진화적 창조론은 타락과 원죄 교리를 부정할까?

 

칼빈신학교 철학자인 제임스 스미스가 한국을 방문 중입니다. 고려대에서 베리스타 포럼 강연을 하고, 서울대에서는 수요일 종강예배에서 강연합니다. 종강예배는 저도 참석할까 합니다.

 

진화에 대한 제임스 스미스의 관점은 [진화는 어떻게 내 생각을 바꾸었나?]라는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지난 번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진화와 원죄 교리에 대한 그의 주장을 살펴봅니다. [인간의 타락과 진화] 책의 3장 내용을 중심으로 합니다.

 

진화적 창조론을 수용하기 어려운 점 중 하나는 타락에 대한 전통적 이해를 포기해야 한다는 오해 때문입니다. 진화적 창조론자들 중 일부는 아담의 인류조상됨, 아담의 역사성 뿐만 아니라 타락의 역사성 (가령 창세기 3장)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 견해에 대한 대대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수정주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원죄에 대한 전통적인 입장을 수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관점도 있습니다. 충분히 보수적이면서도 진화적 창조론을 받아들일 수 있는 관점입니다. 제임스 스미스가 바로 그런 시도를 합니다. 물론 자신의 입장을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조심스럽게 제시합니다.

 

첫째, 아담이 모든 인류의 조상이라는 주장은 오히려 신학적 문제를 제기한다고 지적합니다. 인간이 오래된 진화적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창세기 3장, 당대에 많은 사람들이 살았음을 '자연의 책' 즉, 과학이 보여줍니다. 그러니 일반계시를 통해 드러난 증거와 다르게 아담과 하와가 모든 인류의 조상이라고 주장하려면 신학적 씨름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아담 조상설은 오히려 신학적 도전에 부딪힌다는 거지요.

 

둘째, 아담이 모든 인류의 조상이 아니면, 하나님이 인간에게 하나님의 형상을 줄 수 없는가? 이 질문에 그는 아니라고 답합니다. '나는 더 많은 초기 인구를 인정하면서도 하나님이 인간을 ... 자신의 형상으로 창조하셨다고 단언하는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부연하자면, 하나님의 형상은 생물학적 과정을 통해 주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째, 타락은 선한 상태에서 악한 상태로 변화를 의미합니다. 즉 타락 이전 인간의 상태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지요. 그는 타락 이전의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완전했던 것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선했다고 봅니다. 인간이 진화되었다면 타락을 하기도 전에 이미 불완전한 상태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랄까요.

 

인간은 선하게 창조되었지만 완전하게 창조된 것은 아닙니다. '인간 조상이 지녔던 본래적인 선함을 긍정하는 것은 도덕적 성장과 성숙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과 모순되지 않는다'

 

네째, 타락은 역사적 사건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그는 그렇다고 답합니다. 타락은 그저 존재론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과는 다릅니다. 타락이 시간적인 혹은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면 타락 이전과 이후를 나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원래부터 타락한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주장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면 하나님의 선한 창조에 대한 모순 혹은 도전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간의 진화과정을 보면 폭력 등 다양한 본성들을 가지게 끔 인간이 진화되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생물학적 특성들이 인간의 죄성을 규정하는 내용들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임스 스미스도 이런 주장은 범주의 오류라고 짧게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이 문제는 좀더 길게 논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어쨌거나 그는 타락의 시간성을 주장합니다. '선의 우선성'이라는 전통적 이해를 붙들려면 타락의 역사성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죠. 물론 시간성이 창세기 3장에 대한 문자적 해석에 전적으로 의존할 필요도 없고 그리고 어느 구체적인 시간의 한 순간에서 발생해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타락은 역사적이고 시간적인 것이라는 가르침은 타락이 반드시 한순간에 발생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즉, 창세기 3장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그 사건 자체의 역사성을 부정한다고 해도, 타락이라는 과정은 어느 시점 혹은 시점들에서 역사적으로 전개되었다고 본다는 거지요.

 

제 해석을 붙이자면 창세기 3장의 사건은 그런 구체적이고 역사적으로 발생한 인간의 타락 사건들에 대한 대표적 예로 볼수도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는 진화론적 증거, 유전적 증거를 받아 들여 하나님이 진화를 사용하여 창조했다는 진화적 창조의 입장을 수용하더라도 인간 타락의 역사적, 사건적 측면을 모두 제거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타락을 단지 탈시간적으로 이해해서 존재론적으로만 이해하는 방식으로 갈 필요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제임스 스미스의 주장은 보수적이며 전통적인 해석을 붙들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 타락의 시간성과 역사성을 인정하면서 전통적 교리 안에서 진화를 창조의 방법으로 수용하며 제시하는 시나리오가 흥미롭습니다. 물론 이미 잘 알려져 있고 공유된 관점이지요.

 

스미스의 주장에 대해 근본주의자들이 뭐라고 할지 궁금하군요. 진화적 창조론은 아담의 역사성을 부정하고 원죄를 부정하고 구원론에 심각한 도전을 주며 복음을 훼손한다는 식의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창세기 2장의 아담이 모든 인류의 조상이 아니라는 점은 보수 신학계에서도 통용되는 관점이며 하나님의 형상이나 타락과 원죄 교리를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아담의 역사성이나 타락의 역사성을 부정해야만 진화적 창조론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진화적 창조론의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가장 진보적인 견해는 전통 교리의 포기를 주장하지만, 보수적인 견해는 아담의 역사성을 포기하지도 않고 원죄에 대한 교리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교리를 이해하는 방식이 보다 구체화되고 폭넓어지는 셈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 의견과 달라도 다른 견해를 인정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제가 보기에 제임스 스미스의 견해는 개혁주의 입장이나 복음주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수용할 만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