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중력파 소스 소동(?)

별아저씨의집 2019. 4. 27. 11:01

중력파 소스 소동(?)

 

어제 아침엔 일어나자 마자 이메일이 쏟아졌습니다. 중력파 소스 후보가 관측이 되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추적 작업을 위해서 이날 전세계 주요 천문대의 관측자들이 연락을 받았을 겁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릭 천문대의 3미터 망원경도, 소위 ToO (target of opportunity)라고 해서, 갑자기 우주에서 뭔가가 터지면 다른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1시간까지 새로운 타겟에 대한 관측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마침, 어제는 우리 프로그램이 배정되어 있어서 서울대에 있는 원격관측실에서 아침부터 준비를 하고 저녁까기 관측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밤새 관측을 해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낮 시간에 관측을 하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친구들이 부러워 하는 상황입니다.

 

어쨌거나 아침에 이메일을 체크해 보니 잔뜩 이메일이 밀려있습니다. ToO프로그램을 하는 연구자가 우리 프로그램 연구자들에게 중력파 소스일지 모르는 후보가 나왔다며 여러 질문을 해왔습니다.

 

한국은 한 밤중이라 아무도 답을 할 리가 없고 아침이 되어서야 이메일을 확인한 것이죠. 릭 천문대의 기기 담당자와 우리팀의 관측자, 그리고 프로그램 주요 연구자들이 이메일을 교환하며 분광기의 세팅은 어떻게 할지, 몇시가 가장 적합한 시간인지, 우리 프로그램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좋은지, UC 산타 쿠르즈와 서울대가 화상연결을 해서 오후 셋업을 어떻게 할지, 등등.

 

이것저것 한바탕 소동을 벌였는데, 오후 1시 40분 쯤 되니, 다시 이메일이 왔습니다. 이 소스는 중력파 소스가 아니었던 걸로. ^^

네, 한바탕 소동이었네요. 괜히 우리 관측자들이 힘만 들었습니다. 누구야 잘못된 알람을 울린게~! ^^

 

종종 이런 일이 있습니다. 박사 과정 학생 때도 칠레에 있는 세계최상급 망원경을 가지고 관측하는 한밤 중에 전화가 오기도 합니다. 초신성이 폭발했다. 혹시 관측해 줄 수 있니? 그런 전화들 말입니다.

 

바쁜 하루가 더 바쁘게 되었지만,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었습니다. 진짜 중력파 소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진짜 신나는 일이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