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 대단히 용기있는 아마츄어리즘

이 책은 교회가 심리학에 물들어 복음을 왜곡하여 잘못된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는 주제를 다루는 책이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 즉 교회가 심리학에 물들어서 자기사랑과 긍정적 사고방식, 성공을 가르치고 있다는 비판은 적절하고 동의할 만한 것이다. 조웰 오스틴을 비판하는 내용이나 성경을 심리학에 짜 맞추어 해석하여 성경의 원의미를 훼손하는 목회자들에 대한 비판은 귀를 기울여 볼 만한다. 현대교회가 안고 있는 번영신학의 문제점을 심리학에 물든 기독교라는 측면으로 분석했다고나 할까. 그러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저자의 논거는 상당히 비약적이고 터무니없다. 한마디로, 대단히 용기있는 아마추어리즘이랄까. 저자는 일단 심리학이 과학이 아니라는 논거를 제시한다. 그리고 과학의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 ..

코스타 간사 수양회를 다녀와서

노동절 주말에 코스타 간사 수양회에 다녀왔습니다. 상담관련 일을 하고 있는 아내를 따라 간사 배우자로 따라 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여러 간사님들, 그리고 새로 만난 많은 젊은 간사님들과 함께 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 수양회는 그동안 참석했던 수양회와는 다른 모습이 보여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리더쉽을 쥐고 있는 시니어 간사님들 보다는 차세대 젊은 간사님들의 약진이 돋보였습니다. 세대교체가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훌륭하게 해 나갈 젊은 간사님들에게 기대가 됩니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코스타의 핵심가치나 운동론등에 대한 논의들이 예전과 다르게 밀도있게 진행되면서도 소수의 의견에 집중되지 않고 전반적인 다양한 생각들을 끌어낸 점이었습니다. 주로 시니어 간사들의 명제적 설명을 토대로 top- ..

[책]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 - 목사,장로,집사,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

서점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 제목이 심상치가 않아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미주한국일보의 종교부 기자가 지난 십년 동안 쓴 칼럼들을 모아 출판한 책이다. 남가주의 한인교회들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교회들이 벌이고 있는 잘못된 일들을 꼬집어 내는 이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가관이라고 할 수 있다. 엘에이로 이사올 것을 생각해서 이 동네에는 어떤 교회들이 있을까 궁금해 하던 나는 이 첵을 반쯤 읽다가 심각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는데 그것은 과연 어떤 교회를 결정해서 다닐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슈를 가지고 논하다가 감정 싸움이 되고 그러다가 교회가 갈라지는 만연한 문제들을 비롯해서 재정사용, 목회자 은퇴문제, 교회 리더들의 몰상식성 등등 부끄러운 문제들이 서너 페이지에 걸친 짧막한 장마다 터져나오..

출퇴근

근 십년 만에 도시 생활을 하다보니 무척 피곤합니다. 집에서 학교 오피스까지 가는데 거리로는 6마일 밖에 안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꽤 됩니다. 집 문 밖을 나서서 오피스에 들어가기 까지 빠르면 30분, 차 막히는 출퇴근시간에는 1시간도 걸리는 군요. 예전에 서울서 살 때는 이런 출퇴근을 아무문제 없이 잘 했을텐데, 시골서만 살다가 도시로 오니 몸이 아직 적응을 못합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퇴근 길에서 뉴스도 듣고 전화로 아내와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나누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왜 이런 복잡한데서 사는가 하는 생각도 들다가 그래도 도시 생활의 장점들도 많겠지하는 생각도 합니다. 어쨌거나 이제 두 주쯤 되었는데 덜 막히는 길, 최단 거리 길, 시간대 별로 어느 차선이 흐름이 빠른지를 조금씩 익히고 있..

오랜만에

10층 창밖 남쪽으로 목성이 보이다 오랜만에 망원경을 들이대고 가만히 앉아 별들을 보다. 노른자 같은 목성에는 두 줄의 띠가 있고 그 옆에는 4개의 달들이 일렬로 서있다. 갈릴레오가 처음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찰했을 때 발견한 이 4개의 목성의 달들은 갈릴레오의 달이라고 부른다. 생각해 보면 먼 과거에도 사람들은 밝게 빛나는 목성을 보았을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망원경으로 그렇게 목성의 달들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수없이 목성을 보았다 익숙한 목성의 줄 무늬와 달들이지만 똑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사람들마다 제각각 다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밤이 깊어간다. 도심의 한복판에 앉아 나는 홀연히 별과 영원과 삶을 생각한다.

LA로 이사하다

지난 주말 금,토에 거쳐서 산타바바라를 떠나 엘에이로 이사했습니다. 금요일 아침에 짐을 싸서 보내고 토요일 오후에 아파트에 들어왔습니다. 10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고 내리는 ㅣ일이 영 거추장스럽군요. 짐정리를 하다가 밤 10시반에 배고파서 순두부를 먹으로 코리아 타운에 갔다오면서, 거참 도시 생활이 좋은 점이 많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론 물가는 훨씬 비싸군요. 자동차 보험표가 일단 두배 이상 올랐습니다. 학교 주차료로 두배가 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나누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삶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면서 여기 담긴 그분의 뜻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수다

어제 엘에이에 아파트 계약을 하러 내려갔다가 여러가지 볼 일들을 보고 오늘 올라왔다. 그 중에는 반갑게 맞아주고 재워주고 반-밤새워준 오진/보희 커플과의 수다떨기가 가장 재밌었다. 이러저런 사는 얘기들을 나누는 것은 웃음과 관심과 연민과 긍정, 그리고 때로는 분노나 답답함의 공유가 어우러진다. 그리고 작은 깨달음들과 배움들, 더 생각해봐야 할 숙제들, 그런 것들이 미래로 연결해 주는 실타래가 되어 과거의 생각들과 함께 하나의 sequence를 만들어 낸다. 사실 산타바바라에서는 깊이 있는 관심사들을 나누고 논하고 찔러보고 막아보는 기회들이 별로 없었는데 가끔씩 주어지는 이런 기회는 꼭 배불리 먹으로 잔치집에 가는 것 같다. 이제 엘에이로 이사가게 되면 조금더 사람답게(?) 살아봐야 할 것 같다.

월버포스의 전기를 읽다 1.

나는 별로 영국의 역사에 대해 괜찮은 통관을 갖고 있지 못하다. 월버포스라는 인물이 영국의 노예제도와 관습들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한 기독교인 정치인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활동한 무대에 대한 시대적 배경과 구체적 상황들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몇 주 전 코스타에서 사온 책들 중에 '부패한 사회를 개혁한 영국의 양심, 월버포스'라는 책을 읽고 있다. 18세기 노예제도와 관련된 참혹한 상황들은 인류의 역사를 비참하게 한다. 몇 백년 전의 일이긴 하지만 영국의 사회상의 부패함을 보는 것은 엮겨웠다. 그러나 반 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처음 주목했던 점 하나는 월버포스의 회심에 대한 얘기였다. 그의 회심은 제노바로 가는 마차 여행에서 시작된다. 어머니와 누이를 데려다 주고 몇달 후 다시 데리러 오는 그 긴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