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 452

추수감사절도 지나고

며칠 잘 쉬었습니다. 몇 가정이 모여서 조촐하게 저녁도 같이하고 한 해 동안 감사했던 것들도 나누었습니다. 어차피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는데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사는 것이 중요할 듯 합니다. 블로그에 한동안 글이 없어 찜찜했습니다. 왠지 빚진 마음이랄까 의무감 같은 것이 느껴졌는데 뭔가 끄집어 내기가 어려웠던 기간이었던 듯 합니다. 엘에이에 한동안 비도 오고 그것도 주룩주룩. 한 해가 다 가는것 같아 아쉬움도 있고 미래에 대한 떨림도 있고 그랬습니다. 오랜만에 길게 클래식 음악도 들었습니다. 뭔가를 생산해 낸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닌듯 합니다. 연구결과를 내는 것도 그렇고 뭔가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도 그렇고 좋은 관계들을 쌓아내는 것도 그런 것 같습니다. 남는 것은 결국 내가 사랑했던 것들에 대한 기억..

LAX에 갇혀서

아침 일찍 엘에이 공항에 나왔는데 비행기가 취소되었다. 주로 어메리칸 항공을 이용하는데 어쩌다 다른 항공을 타게 될 때는 꼭 문제가 생긴다. 물론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피닉스로 가는 직항이 없어서 사우스웨스트편 티켓을 샀는데 저렴한 가격이라 좋았지만 이렇게 될 줄이야. 두 편이나 캔슬이 되어서 세시간 이상 공항에 갇혀있어야 한다. 슬쩍 노트북을 열었더니 인터넷이 연결된다. 그렇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지.. 이번 여행은 왠지 밀려가는 것 같다.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피닉스도 보고 사람들도 만나고 세미나도 하기로 되어 있는데 왠지 100% 완벽하게 준비를 못하고 있다. 마음이 다른데 가 있는 것일까. 공항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면 무척 재밌다. 다양한 옷차림, 다양한 인종, 다양한 오리진, 다양한 직업,..

작가로 데뷰하는 건가.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내 원고가 무슨 상을 받게 되었단다. 블랙홀에 대한 대중과학서로 벌써 집필이 끝난지 오래되었고 원고가 묵혀 있었는데 아마도 이 상을 받으려고 늦춰진걸까? 어쨌거나 처녀작으로 정식 작가의 대열에, 그것도 지원을 받아 데뷰하게 되는 것 같아 무척 고무적이다. 정식 발표는 다음주에 난다고 한다. 뭔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런 기사가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올 상반기 ‘우수출판기획안공모전’을 개최한 데 이어 우리 저자 발굴을 위해 인문?사회?역사?과학 등 전 분야 일반교양서 원고를 대상으로 ‘우수저작및출판지원사업’을 전개한다. ‘우수출판기획안공모전’이 저자/편집자 제한 없이 우수하고 참신한 기획에 초점을 맞춘 것에 비해 ‘우수저작및출판지원사업’에서는 원고(콘텐츠)를 ..

[독서모임] 하나님의 정치 - 짐 월리스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나는 빈곤과 전쟁의 문제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빈곤과 전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하는 관점은 바로 우리의 정치적 행동의 잣대가 되어야 한다. 쉽게는 선거가 있을 때 누구를 찍을 것인가, 어떤 정책에 관해 찬성하는 입장을 취할 것인가 혹은 반대하는 입장을 취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으로 부터 출발해서, 어떤 정당을 심정적으로 후원금으로 지지하고 어떤 미래 사회를 지향하고 그것을 위해 내가 가진 것들을 투자하고 헌신할 것인가와 같은 삶의 전반적인 의사결정에도 빈곤과 전쟁의 문제는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물론 모든 관점이 그렇듯, 빈곤과 전쟁에 대한 관점도 어떤 가치에서 나온다. 내가 붙들고 있는 가치체계는 그것을 내가 말로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든 없든 간..

여름에서 가을로

더운 날씨가 지속되던 엘에이에도 지난 한 주간 가을 기운이 물씬 풍겼습니다. 더이상 짧은 소매는 입을 수가 없고 얇은 외투까지도 걸쳐야 했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나가 보니까 사람들 옷차림이 마치 완연한 가을 같더군요. 약간은 쌀쌀한 느낌을 풍기는 날씨에 따듯한 햇살을 맞는 즐거움은 더할 나위 없습니다. 가을 분위기가 나니까 슬며시 가을을 타는 것 같습니다. 아니, 가을을 타고 싶은걸까요? ^^ 저녁에 가벼운 산책을 하면서 갖가지 생각을 하게됩니다. 오늘 날씨는 다시 덥습니다. 움추렸던 햇살이 깨끗한 하늘 아래 가득 차 버렸고 사람들은 다시 짧은 소매로 되돌아갔습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은 그렇게 변덕스럽습니다. 그렇게 제 인생도 변화무쌍한가 봅니다.

[독서모임] 루이스의 '네 가지 사랑'을 끝내고

두번에 걸쳐 C. S. 루이스의 '네가지 사랑'을 읽고 독서모임을 가졌습니다. 점조직처럼 모여 서로 다 알지 못하는 사이였으나 첫모임과 두 번의 토론 모임으로 벌써 왠만큼 허물이 없어진 듯 합니다. 두번에 책을 나눠 읽느라 분량이 많아서인지 혹은 토론할 거리가 많아서 인지 약 세시간 가량씩 토론을 한 듯 합니다. 내가 보지 못하던 점들을 다른 사람의 시각을 통해 배우는 것도 재미있었고 우리 삶의 경험과 관련지어 토론한 내용들도 흥미진진했습니다. 1,2,6장을 요약해서 올렸는데 3,4,5장 까지 요약을 올린다면 책을 읽는대신 요약만 보는 분들이 생길수도 있다는 변명으로 제 게으름을 가려보렵니다. 오랜만에 루이스의 책을 읽어서 좋았습니다. 틈틈히 깔깔대며 웃게 만드는 부분도 있어도 그의 통찰에 감탄하게 되는..

[독서모임] 네 가지 사랑 - 6장 자비

루이스는 지금껏 다룬 자연적 사랑(애정, 우정, 에로스)과 하나님의 사랑, 자비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6장을 시작한다. 우선 그는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하다고 해서 자연적 사랑을 깍아 내릴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정원이 정원사의 노력이나 햇살과 비를 필요로 한다고 해서 정원의 아름다움이 손상되지 않는것 처럼 자연적 사랑과 하나님의 사랑도 비슷한 관계에 있다. 문제는 자연적 사랑과 하나님의 사랑이 갈등을 일으킬 때이다. 당신은 하나님을 사랑할 것인가 자연의 연인을 사랑할 것인가? 이러한 라이벌의 상황에서의 해결책은 첫째, 세상 것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자연적 사랑이 상처와 고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을 감당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다. (이 점에서 그는 어거스틴의 견해와 의겨..

job market

해마다 장사철이 돌아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job market에 나가야 하는 철이 돌아왔습니다. 꼭 내년에 어떤 자리를 얻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 그리 절박함은 없지만 매번 새로운 포지션을 구하는 일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주님의 뜻이면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하리라는 믿음이 내게 얼마나 있는지 돌아보는 기간이 되기도 하고 그 분의 뜻과 내 뜻을 얼마나 잘 혼동하는지 깨닫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왠만큼 자신을 믿다가도 어김없이 그분의 은혜를 바랄 수 밖에 없는 철저한 한 사람의 모습을 깨닫기도 합니다. 가을 분위기가 좀 나야 왠지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을 듯 한데 요 며칠 엘에이 날씨는 90도를 넘나듭니다.

LACMA

LACMA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집 근처에 있어서 산책 겸 걸어갔습니다. 두달 이상 벼르다가 오늘 드디어 발을 디뎠네요. 생각보다 크더군요. 산타바바라의 죄그만 뮤지엄을 보다와서 그런가 봅니다. 물론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보다는 훨씬 작은 스케일이고 맨하튼의 MOMA보다도 작지 않나 싶습니다. 자세한 건 좀더 둘러봐야 알겠습니다. 오늘은 건물 두 개만 슬쩍 둘러보았습니다. 5시 이후에는 공짜나 다름없는데 예일의 뮤지엄들처럼 자주 가게 될 것 같습니다. Magnus Zeller (1888-1972) The Orator 1920 오늘 본 작품 중 인상깊었던 그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