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기독교 서적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 대단히 용기있는 아마츄어리즘

별아저씨의집 2008. 9. 22. 08:27
이 책은 교회가 심리학에 물들어 복음을 왜곡하여 잘못된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는 주제를 다루는 책이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 즉 교회가 심리학에 물들어서 자기사랑과 긍정적 사고방식, 성공을 가르치고 있다는 비판은 적절하고 동의할 만한 것이다. 조웰 오스틴을 비판하는 내용이나 성경을 심리학에 짜 맞추어 해석하여 성경의 원의미를 훼손하는 목회자들에 대한 비판은 귀를 기울여 볼 만한다. 현대교회가 안고 있는 번영신학의 문제점을 심리학에 물든 기독교라는 측면으로 분석했다고나 할까.

그러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저자의 논거는 상당히 비약적이고 터무니없다. 한마디로, 대단히 용기있는 아마추어리즘이랄까.

저자는 일단 심리학이 과학이 아니라는 논거를 제시한다. 그리고 과학의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 심리학을 상당히 저평가한다.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라며 심리학의 내용도 얼마든지 교회가 수용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저자는 심리학은 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주장이 힘이 없다고 말한다. 모든 진리가 하나님의 진리라고 해서 무당이 사용하는 것들도 수용할 것인가라는 식의 비판을 가한다. 매우 과감하고 느슨한 주장으로 보인다. 과학에 대한 저자의 피상적 이해는 둘째치고, 과학이 아닌 다른 많은 학문적 성과들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인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심리학이 자연과학 수준의 과학이 아니라고 해서 하나님의 일반계시로서의 진리를 담을 수 없다는 얘기인가?

한발 더 나아가 저자는 기독교적 심리학은 없다고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물론 기독교적 관점으로 심리학을 하는 분들이 동의할 지는 모르겠다.) 기독교적 물리학이 없듯이 기독교적 심리학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물리학 자체가 하나님의 것이든 심리학도 하나님의 것이다. 물론 심리학에 너무 기대어 복음이 왜곡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심리학 자체를 부정하는 저자의 용기는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결국 저자는 심리학은 반기독교적이라고 규정한다. 이것은 대부분이 아마츄어인, 지질학/천문학이 잘못된 과학이며 반기독교적이라고 주장하는 젊은지구론자들의 주장이나, 진화과학은 과학이 아니며 반기독교적이라는 반진화론자들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저자가 책을 많이 읽은 듯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깊이 없는 다독은 때로는 상당히 위험하다. 그 위험성은 특히 전문적 지식없이, 다독의 힘에 기대어, 굵직하고 깊은 다른 학문의 분야들을 연결하려는 과감하고 무모한 시도가 있을 때 특히 두드러진다. 물론 깊이 있는 지식과 통찰을 통해서 내린 결론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결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심리학이 반기독교적인 이유들을 저자가 열거하지만 글쎄다. 심리학자들이 동의해 줄지는 의문이다.

결국 문화관이 문제다. 낮은울타리 식으로 문화를 적으로 규정하듯, 학문의 성과들을 적으로 규정하는 태도는 이렇게 어이없는 결론을 끌어낸다. 일반은총과 일반계시를 현격하게 낮게 보는 이원론의 경향이 문제의 핵심일듯. 니버의 다섯가지 문화관의 관점에서 조목조목 비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들, 심리학을 제멋대로 수용한 교회의 부족한 면들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오히려 앞의 세 장에서 심리학 자체를 부정하는 엉성한 논거들을 제시하는 아마츄어리즘이 없었더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가 최소한, 심리학과 기독교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해 온 노력들, 세계관적 분석과 다양한 견해들에 대해 공부를 해 보았을지 의심된다. 어쨌거나 과감한 용기가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