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362

우리말 글쓰기

아침에 이대 출판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말 글쓰기에 관련된 교양 교재를 만드는데 제가 매경에 쓴 칼럼을 인용하고 싶답니다. 좋은 예인지, 나쁜 예인지 물어봤더니 좋은 예라는 군요. 우리말 글쓰기에 관련된 교재에 내가 쓴 글이 예문으로 들어간다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글쓰기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제가 봐도 잘썼다 싶은 글이 있고 좀 부족하다 싶은 글도 있는데 완성도가 높은 글을 쓰는 것은 결국 시간과 노력에 달려있다고 생각됩니다. 칼럼도 그렇고 추천사도 그렇고 요즈음에는 짧은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피땀을 짜서 만든 글, 어쪄면 글은 영원히 남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해야되겠죠.

입병

독일 출장 가기 직전에 입병이 나더니 새로운 자리에 입병이 다시 나고 있습니다. 출장 후 지난 한 주도 한일 공동 워크샵이 이틀간 있었고 많은 미팅들이 있었습니다. 주말에는 청소년 센터 강의에 이번주에는 과학고 특강시리즈도 겹쳤네요. 두말 만 버티면 안식년을 갈테니 여유있는 생활을 그리면서 좀더 참아야 겠습니다. ^^ 그래도 입병이 나면 사람들 대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비타민과 과일을 잔뜩 먹어야 겠어요.

Bonn, 새벽, 흐린 날씨, 사람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 학회차 왔습니다. 짧은 일정인데 첫날부터 새벽 4시에 깨는군요. 그래도 이 정도는 훌륭한 시차적응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난 목금 청암과학펠로 수여식에 갔다가 포항에 다녀왔고 주말에는 KBS 녹화에 갔다가 바로 독일로 날아와서 피곤이 극에 달했나 봅니다. 입술 주위에 입병이 도졌습니다. 아.. 새벽 하늘은 어둡고 Bonn의 날씨는 흐립니다. 학회는 아기자기 재미있고 뭔가 자신을 입증해야하는 부담이 없이 즐기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에는 톡을 해야합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항상 재미있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Organizer와 몇몇 사람들과 함께 본에서 유명한 찻집 겸 식당에 가서 늦게까지 수다를 떨었습니다. 다른 나라 교수들의 사는 얘기를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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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를 내려보는 관악산이 울긋불긋 물들었습니다. 하늘은 높고 가을내음이 물씬하더니 스산한 날씨와 함께 문득 겨울이 가깝나봅니다 얼마전 뇌출혈로 쓰러진 친구 소식도 있었고 부친상을 당한 친구 소식도 들었습니다. 거의 20년 만에 만난 동창과 중년의 인생 수다도 떨면서 유쾌한 시간도 가졌습니다. 인생이 하루하루 지나갑니다. 올해는 좋은 소식도 많았습니다. 우리그룹에서 논문도 많이 나갔고 연구비도 2개나 수주했고 최근에는 상 받을 일도 생겼습니다. 일본에서 새로온 포스닥과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도 펼쳐보고 하고싶었던 일도 풀어내 봅니다. 내년초에 나갈 안식년 준비도 하고 1년 동안 자유롭게 연구할 생각에 마음이 들뜨기도 합니다. 강의하는 일, 글 쓰는 일은 힘들지만 재밌고 보람됩니다 말과 글은 외로운 연구자의..

좋은 일, 나쁜 일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생기고 나쁜 일도 생깁니다. 그 모든 삶의 굴곡이 모두 우연이거나 모두 결정론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겪는 사람은 그때 그때 마다 그 상황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되곤 합니다. 좋은 일이 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어떤 기회에 손을 내밀었더니 덮석 잡아주었습니다. 오늘 발표가 난 날이었는데 좋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뭔가 상을 받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를 주욱 생각했었습니다. 그것을 받기 바라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뭔가 받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아 지원을 하면서도 별로 얽매이지 않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래도 막상 발표날에는 약간 조바심이 나더군요.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기를 원하고 그리고 인정받음 속에서 자신이 대단하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치켜..

안철수 후보의 논문 재탕 의혹

안철수 후보의 논문 재탕 의혹을 밝히라고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난리법석이군요. 석사학위 논문과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같다고 재탕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상황을 보니 완전히 코메디입니다. 서울의대 교수들이 논문 재탕이 아니라고 설명을 해주어도 막무가내군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이공계 논문이 어떻게 나가는지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정말 재탕이라 생각할 듯 합니다. 보통 학위논문을 쓰기 위해 한 연구의 결과는 학위논문으로 작성해서 학교에 제출하기도 하지만 같은 내용을 전문학술지에 논문으로 냅니다. 학교에 내는 학위논문은 사실 학교에 내는 논문입니다. 별로 접근성이 없지요. 그러나 연구결과는 학술지 같은 곳에 논문으로 실어서 학계에 알려야 합니다. 그러니까 별로 의미도 없는 학위논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절필

언론인 고종석이 절필을 선언했다. 그의 마지막 칼럼에 담긴 아래 문단이 훌쩍 가슴에 담겼다. 글은 세상을 바꾸는데 무력할까... "그러나 내가 글쟁이로서, 다시 말해 얼치기 기자이자 얼치기 소설가이자 얼치기 언어학자로서 독자들에게 끼친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소수의 독자들이 내 글에 호의적이긴 했지만, 내 책이 독자들에게 큰 메아리를 불러일으켜 많이 팔려나간 적은 없다. 설령 내 책이 꽤 팔려나가고 운 좋게 거기 권위가 곁들여졌다 해서, 그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분단체제 극복을 위해 그리도 많은 글을 쓴 백낙청이 통일부 중하급 관료나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보좌관만큼이라도 대한민국의 통일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미심쩍었다. 글은, 예외적 경우가 있긴 하겠으나, ..

이 나라 지도자들의 수준...

새누리당 송영선 전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녹취록을 보니 참 가관이다. 이 나라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 장관을 해 보겠다는 사람들, 몇 억, 최측근... 그들의 사적인 대화에 드러나는 그 천한 생각들이 역겹다. 매스껍다. 수준이 그것 밖에 안되냐고 질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 천한 생각들은 철저히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아... 홍사덕, 송영선..... 새누리당은 이름만 새누리인가

[인간과 우주] 수업

이번 가을 학기도 핵심교양 과목인 '인간과 우주'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50명 가량되는 학생들과 함께 우주를 훑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은 우주의 팽창을 두번째로 다루었는데 까다로운 개념들을 논리적으로 잘 따라가야 하는 내용이어서 보통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내용입니다. 그래도 나름 재밌게 수업을 끌어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첫 시간에 이 과목을 듣는 동기와 목표를 정리해서 내라는 과제를 내 주었습니다. 하나하나 읽어보면 두리뭉실하긴 하지만 학생들의 생각이 잡힐 것도 같습니다. 화목은 수업준비와 수업으로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지만 그만큼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우주를 맛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이번 학기에 만나는 학생들과도 좋은 배움과 가르침의 기억이 남길 바랍니다.

산 정상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립니다.

산 정상에 추적추적 비가 옵니다. 구름반 안개반 시야가 완전히 가려진 이곳은 산 꼭대기인지 우리집 앞마당인지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관측을 많이 다녔지만 3일내내 흐리고 망원경 사용은 커녕 돔도 열지 못하고 끝나는 관측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역시 국내 관측은 날씨 탓에 성공률이 무지하게 낮군요. 학생들과 MT를 온 기분입니다. 꼬박꼬박 식사시간을 지켜 맛난 밥을 먹고 점심 후에는 탁구도 한판 치고 연구관련 토론도 하고 면담도 하고 수다도 떨고... 오전에는 흐렸지만 조금은 더웠습니다. 산 아래 마을들이 아기자기 내려다보이고 등성이들을 스르르 감고 지나가는 구름들이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만들어 냅니다. 도시를 떠나 산에서 만나는 산 사람들 시골이기도 하지만 순박하게 사는 사람들의 삶이 새삼 새롭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