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산 정상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립니다.

별아저씨의집 2012. 9. 9. 16:20

산 정상에 추적추적 비가 옵니다.


구름반 안개반


시야가 완전히 가려진 이곳은


산 꼭대기인지 우리집 앞마당인지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관측을 많이 다녔지만


3일내내 흐리고 망원경 사용은 커녕 돔도 열지 못하고 끝나는 관측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역시 국내 관측은 날씨 탓에 성공률이 무지하게 낮군요.



학생들과 MT를 온 기분입니다.


꼬박꼬박 식사시간을 지켜 맛난 밥을 먹고


점심 후에는 탁구도 한판 치고


연구관련 토론도 하고 면담도 하고 수다도 떨고...



오전에는 흐렸지만 조금은 더웠습니다.


산 아래 마을들이 아기자기 내려다보이고


등성이들을 스르르 감고 지나가는 구름들이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만들어 냅니다. 



도시를 떠나 산에서 만나는 산 사람들


시골이기도 하지만 순박하게 사는 사람들의 삶이 새삼 새롭게 보입니다. 



굳이 바쁘게 살아갈 필요는 없는데


사람들은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처럼 


끊임없는 삶의 욕심과 추동에 밀려 피곤하게 살아갑니다. 


그 흐름에서 나는 예외일까라는 질문도 던져봅니다. 



한국에서의 지난 3년을 얼마나 바쁘게 보냈는지 


사람 그리워할 시간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3년즈음되니 지친것도 같고, 아님


이제 적응이 되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학기부터는 좀 더 여유있게 살기로 마음 먹었고


외부강의 같은 것도 왠만하면 거절합니다. 



그래도 


내년 안식년이 더 기다려 집니다. 


무슨 일들을 주실 건지


어떤 새로움을 맛보게 하실 건지


오랜만에 새로움에 대한 꿈을 품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