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362

개강, 9월, 그리고 이른 가을비

첫 강의가 있는 날입니다. 새로운 만남에 대한 약간의 설레임으로 산뜻하게 집을 나섰습니다. 가을이라기엔 이른 가을비가 소나기처럼 쏟아집니다. 캠퍼스는 새학기의 기운이 기지개를 켜고 여름의 녹음은 차차 성숙한 색깔로 변모하겠지요. 가득차 있는 일정에도 9월은 언제나, 9월. 싱그러움과 설레임, 선선함과 뭔가 이상을 다시 보게되는 계절입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그런 질문을 던질 틈도 없이 달려가는 인생은 결코 행복할 수 없음을 앎에도 무척이나 쫓기는 삶의 양태는 벗어나기 어려운 업보입니다. 새 학기 새로운 마음을 가져봅니다. 짧게 짧게 감상적인 생각의 단편이나마 써 볼 생각입니다.

다시한번, 돈내고 유명해지기

지난 번에 이어 이번에는 시사 000이라는 잡지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상을 수여하는데 수상자로 참여하라는 겁니다. 국가경쟁력에 이바지한 사람들에게 시상한답니다. 잡지에 크게 기사가 나가고 일간지들에도 홍보자료가 배포된답니다. 그리고는 상패 제작비 200만원을 내랍니다. ㅋㅋㅋ 보이스 피싱도 아니고 뭐 이거... 주욱.... 그동안 인터뷰 기사가 나간 사람들, 어느대학 어느교수 등등 리스트를 올려주더군요. 거참, 200만원 내고 유명해지는 거, 기업이라면 홍보차원에도 무리없이 할 수도 있겠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내서라도 유명해지고 싶어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씁쓸하지요. 유명해지려면 그냥 유명해져야지, 거참 찝찝하게... 잡지 아니야, 넌 쫌 그래...

장마, 일상, 주말

간만에 쉴수 있는 주말이 왔습니다.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후 바쁘게 지낸 한 주였네요. 주 중에 허블 관측 계획을 제출했고 연구계획서를 하나 작성해서 제출했고 다음주에 있을 GMT 여름학교 강의안을 제출했습니다. 거대마젤란 망원경의 1세대 관측기기들이 결정되었는데 그 중에서 GMTIFS라고 하는 적외선 분광기에 대한 강의를 맡아서 공부 중입니다. 천안에서는 IVF 전국리더대회가 있었고 과학과 신앙 포럼을 준비해오던 학생들을 지난 봄학기 부터 도와주었는데 강의차 천안에 두번이나 내려갔다 왔습니다. 저녁시간 강의였지만 두번 갔다오니 녹초가 되더군요. 목요일에는 원고 하나 보낼것이 있어 거의 밤을 샜습니다. 목금은 일본에서 방문자가 와서 꽉찬 일정을 보냈습니다. 10월부터 올 예비 박사후연구원이지요. 예전에 과..

돈으로 유명해지기

최근 허블우주망원경 소식 때문에 대중매체랑 여러가지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신문기자들이나, 방송기자들, 작가들과 통화하거나 이메일을 주고 받고 인터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하나 재밌는(?)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잡지사에서 이메일이 왔더군요. 신문에 보도된 허블 우주망원경 시간을 확보했다는 내용을 보고 제 연구관련 심층 취재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잘 알려진 유명한 잡지였는데 사진은 스튜디오에서 전문가가 따로 찍어야 하고 인터뷰 시간도 따로 필요하다더군요. 바쁘시겠지만 좋은 기사가 될테니 응해달랍니다. 그런데 이메일 마지막 부분에 이상한 내용이 있더군요. "교수님도 잘아시겠지만" 이렇게 시작하는 내용은 인터뷰 기사는 잡지구독을 전제로 나가는 거랍니다. 1페이지장 50권 정도 잡지를 구매해야 한다..

일상

바쁘게 한 주가 갔습니다. 월요일 저녁에 해외출장에서 돌아와서 빡빡한 1주 일정을 보내고 내일 다시 출장 길에 오릅니다.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 지난 출장은 시차 적응도 필요없더군요.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건강한 한 주 였습니다. 날씨가 덥습니다. 무덥습니다. 연구비 처리가 안된다는 산학협력단의 까다로운 행정처리 때문에 머리 뚜껑이 열려서 그런지 주초는 더 더웠습니다. 문제가 생길때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결하는가를 보면 지성인 혹은 성숙한 사람임을 알 수 있는 거겠지요. 불합리한 것들과의 싸움은 언제나 시간과 에너지를 댓가로 지불해야 합니다. 마음대로 보도자료를 배포해 버린 홍보팀 때문에 하루는 기자들에게 시달렸지요. 항상 길게, 그리고 미리 준비해서 계획을 세우는 편이라 적합한 이유없이 그 계획을 바꾸어..

여행을 앞두고

오랜만에 인천공항에 왔습니다. 일본과 중국 출장은 김포공항이 더 편했는데 이번에는 미국 출장입니다.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미국천문학회에 참석합니다. 발표 신청을 했더니 구두발표가 주어졌더군요. 구두발표가 있는 학회는 항상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구두발표를 하는 것이 뿌듯하긴 합니다. 이번에는 두 학생의 연구결과를 묶어 짧게 발표할 예정입니다. 발표할 세션을 보니 제 예전 지도 교수가 좌장이더군요. 제 앞뒤 발표자들도 잘 아는 사람들이고 재미있을것 같습니다. 학회가 끝나면 LA에 들러서 카네기 천문대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두 사람과 공동연구 내용을 의논해야 하고 내년에 할 연구, 가을 관측 프로포잘 계획, 그리고 학생을 보낼 계획 등등 할 얘기가 많습니다. 토요일에 Irvine의 공동연구자와 한 시간 정도 스카..

6월이 되다

졸린데 잠 자기가 싫습니다. 오랜만에 운동을 하고 왔더니 녹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밤을 붙들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에 조찬 포럼을 한다는군요. 차기정부를 위해 과학정책 등등을 점검하는 포럼을 매달 한답니다. 부탁을 받고 간다고는 했는데 막상 마음이 잘 내키질 않습니다. 왜 가야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떠오르는 것도 아닐뿐더러 저에게 오전모임은 쥐약입니다. 강의도 무조건 오전 강의는 피하지요. 그런데 7시조찬 포럼이라니... 오시는 분들이 다들 바쁘신 분들이라 그렇답니다. 오늘이 5월 마지막 날입니다. 벌써 6월이군요 한주 지나면 출장이 시작됩니다. 바야흐로 여름이군요.

연휴를 보내고...

정말 쉬는 연휴를 보냈다. 어제 오전에 연구실에 나와 서너시간 일한 것을 빼면 완죤 쉬는 연휴였다. 원고마감도 없고 강의도 없고 특별한 약속도 없는 말그대로 재 충전의 시간, 우와~ 이거 얼마만이야. 짧게 관악산에 올랐다. 요즘, 몇번 아내와 산책을 나갔더니 왠지, 뉴헤이븐 생각이 났다. 그땐 저녁시간이면 줄곧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들 아래를 걸으며 해질녘의 싱그러움을 즐기곤 했었지. 아내에게 선물한 등산화를 시험해야한다는 사명감(?)에 오른 짧은 산행. 그녀와 보내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후배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1년에 한번 갈까말까한 결혼식. 그녀는 예뻤고, 날씨는 화창했으며, 오랜만에 간 연대 캠퍼스 알렌관은 아담했고, 쉴새없이 오간 실없는 농담들은 즐거웠다. 아, 그리고 저녁이 물들어 간 늦은 ..

봄은 다 갔을까?

이번 학기, 학생들 논문을 여러개 마무리하고 국외 방문자도 세명이나 오고 빡빡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주는 베이징에서 북경대와 국립천문대 등 3군데나 방문을 하고 콜로퀴움을 하고 주요 인사들을 만났습니다. 물론 정치인들말고 힘없는 과학자들 말입니다. 대략 중국 천문학계의 지형도가 그려지더군요. 앞으로 함께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아주 유익한 방문이 되었어요. 그간, 개인 연구프로젝트가 두개가 선정되어서 박사후연구원을 뽑으려고 합니다. 한국인, 외국인 이렇게 두명을 고용할까 하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벌써 추천서랑 이메일 문의가 날아오는 군요. 연구비가 확보되어 앞으로 3년간 그룹을 꾸려나가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학생들이 논문을 내기 시작하니 뿌듯합니다. 3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