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과학칼럼 & 과학에세이 32

[과학동아]영화평- 우주를 보는 눈, 허블 우주망원경을 구하라 (허블3D 아이맥스 영화)

아이맥스 영화로 개봉되었던 '허블3D'의 영화평입니다. 작년에 과학동아로부터 청탁을 받고 쓴 글입니다. 6월호인가에 실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록을 위해 남겨둡니다. 우주를 보는 눈, 허블우주망원경을 구하라 -허블 3D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자그마한 깨알 같은 은하들이 가득 스크린을 메운다. 폭탄의 파편처럼 퍼져나가는 은하들이 점점 관객에게 밀려오더니 손에 잡힐 듯 눈가에 와 닿는다. 영화의 시작 장면에서 부터 아이맥스 화면의 크기와 3D영화의 입체감에 압도되어 관객들은 숨을 죽인다. 파편처럼 퍼지던 수많은 점들 하나하나가 사실은 수천억 개의 별을 비롯해 수많은 행성과 블랙홀, 가스와 먼지를 지닌 거대한 소우주, 그러니까 은하라는 사실을 관객들은 미처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

[사이언스플라자] 글쓰기는 과학자의 일상

매경 사이언스 플라자 칼럼 2012년 5월 23일자 과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초ㆍ중ㆍ고생들이 이메일로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다. 심심찮게 날아오는 이메일에 일일이 답해주지 못해 안타깝지만 그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 그것은 과학자가 되려면 글 쓰기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사과정 시절 동료 대학원생들 사이에선 `교수들은 글 쓰는 기계`라는 농담이 오갔다. 연구비를 타려면 연구제안서를 잘 써내야 하고 그것을 토대로 다른 연구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오랜 시간 준비해서 제출한 제안서가 좋은 평가를 받아 채택될 때 즈음이면 벌써 다음 연구제안서를 준비하기 시작해야 한다. 연구비뿐만 아니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경쟁이 심한 우주관측 기기나 실험장비 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좋은 연..

[사이언스플라자] 대학순위 평가의 함정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칼럼 2012년 4월 17일자 [사이언스플라자] 대학순위 평가의 함정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가끔 언론에 등장하는 대학평가에 귀가 솔깃하다. 어느 대학이 세계 100대 대학에 들었는지, 국내 대학 순위는 어떤지를 보여주는 대학순위 평가는 유용한 면이 있다. 그러나 그 폐해도 만만치 않다. 전국 대학총장들은 2010년에 낸 결의문을 통해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야기하는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고 유럽대학연합의 2011년 보고서도 국제 대학순위평가의 여러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래의 과학자들을 키워낼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훌륭한 과학자는 과학교육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의 교양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학교육을 통해 길러지기 때문이다. 한 나라..

[사이언스 플라자] 대중이 과학을 누리게 하라

2012. 3. 14일짜 칼럼입니다. 내용을 나눠쓰긴 그렇고 묶어쓰려니 구체적 얘기를 많이 할 수 없고, 뭐 그렇군요. --------------------------------------------- 대중이 과학을 누리게 하라.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한 나라 과학 수준은 연구인력이나 예산, 논문, 과학교육 등 다양한 지표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흔히 간과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국민의 과학 수준이다. 북미나 유럽 국가 국민은 과학에 대한 소비 욕구가 높다. 과학전시관에 가보면 자녀들 보호자로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과학관을 찾는 어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과학과는 거리가 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다가, 그들이 가진 과학상식이나 과학에 대한 깊은 관심에 깜짝 놀..

[사이언스플라자] 대한민국에는 국립천문대가 없다.

이번 달 칼럼입니다. 편집부에서 제목을 우리에겐 국립천문대가 없다로 수정했군요. 원 제목으로 올립니다. 우리나라에는 왜 국립천문대가 없을까요? 대한민국에는 국립천문대가 없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10여 년 전 워싱턴DC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다가 미국 해군 천문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 부통령 관저가 자리 잡은 해군 천문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해군 천문대 상징인 마스터 시계였다. 24개의 세슘원자와 수소메이저 장치로 구성된 마스터 시계는 표준시간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전자장비가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정확한 시간 측정은 꽤나 중요하다. 가령, 1억분의 1초 정도 작은 오차가 있다면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한 위치측정에서 3m가량 오차가 생긴다. 예부터 역법과 시..

[사이언스플라자] 학비 걱정하는 이공계 대학원생

1월달 칼럼을 썼습니다. 대학원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다루었습니다. 사실, 공대의 경우는 산업계와 연관이 많아 연구비가 크기 때문에 상황이 훨씬 낫지만 자연과학의 경우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순수과학 분야 대학원생들은 생활비 문제가 큰 부담입니다. 매경에서는 제목을 '학비 걱정하는 이공계 대학원생'으로 뽑았군요. 학비 정도는 사실 해결되는데 말이죠. ------------------------------------------------------------------------------------------ 대학원생의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과학 발전을 위해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중에서 첫 단추에 해당되는 것이 과학계를 이..

[사이언스 플라자] 과학에는 민간의 힘이 필요하다

매경 [사이언스 플라자] 과학에는 민간의 힘이 필요하다 2011년 11월 30일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10여 년 전에 개봉된 영화 `콘택트`는 과학에 대한 깊은 통찰을 던져주는 명화다. 과학명저로 꼽히는 `코스모스` 저자이며 행성과학자로 유명했던 칼 세이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조디 포스터는 외계 생명체를 찾는 과학자로 등장해 열연한다. 뉴멕시코 사막지대를 배경으로 펼쳐 있는 전파망원경들 모습이나 과학적 증거와 경험의 역학관계와 같은 철학적 주제들도 흥미롭다. 잊히지 않는 장면은 조디 포스터가 연구비를 얻기 위해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장면이다. 외계 생명체 증거를 찾지 못한 탓에 정부 지원 연구비가 끊어지자 그는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 기업과 민간 재단을 찾아다닌다. 외계 생명체를 찾..

[사이언스플라자] 뛰어놀다가 쥐를 잡아라

매달 마감일이 순식간에 다가옵니다. 이번 칼럼에는 감상을 조금 담았습니다. 원글가기 10월 26일자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뛰어놀다가 쥐를 잡아라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우주의 가속팽창을 발견한 공로로 세 천문학자, 펄뮤터와 슈밋 그리고 리스에게 수여됐다. 인류의 긴 역사 동안 우주는 무한히 크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허블과 르메트르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우주 공간이 커지고 있다는 이 발견은 현대우주론의 출발점이 됐고, 우주 시공간이 유한하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지난 한 세기에 걸쳐 뿌리내렸다. 하지만 21세기가 시작되기 직전 또 한 번 놀라운 발견이 우주론을 뒤흔들었다. 먼 우주의 초신성을 연구하던 버클리와 하버드대학의 두 연구팀이 각각 ..

한 여름밤의 추억

지난 여름, 현대자동차이던가, 어느 사보에 한 여름밤에 관련된 추억 이야기를 짧게 써달라고 원고청탁을 받았더랬습니다. 귀찮기는 했지만 일단 '짧은 글'이라는 유혹에 넘어갔지요. 물론 방학때라 여유도 좀 있었구요. 천문학을 알릴수 있는 기회는 최대한 이용해야한다는 사명감도 있었나 봅니다. 사보는 벌써 나왔을텐데, 한권 보내주지도 않는군요. 어떻게 편집했고 어떻게 레이아웃이 들어갔는지 궁금했는데 말입니다. 어쨌거나 오늘 집에서 작업을 하다가 원고를 발견해서 여기 올립니다. 한 여름밤의 추억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블랙홀 교향곡’의 저자) 여름방학을 맞아 멀리 시골 외갓댁에 내려온 어린 마음이 들떴던 탓일까요? 모두 잠든 깊은 밤, 소년은 홀연히 잠이 깼습니다. 자장가처럼 들리던 할머니의 코..

[사이언스플라자] '영웅보다 다수의 과학자가 필요'

매경이 경제신문이라서 그런지 자꾸 돈 얘기만 하게 되는것 같아요. 이렇게라도 핑계를....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2011, 9. 21 대중은 영웅을 사랑한다. 어려움을 딛고 위대한 성취를 이룬 예술가나 운동선수의 성공담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 소망과 대리만족을 준다. 위대한 지도자들에 의해 역사는 진보해왔고 한 사람의 위대한 영웅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듯하다. 그러나 영웅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뛰어난 인물은 여전히 요구되지만, 한 사람의 영웅이 복잡하고 분화된 21세기 세상을 뒤바꾸기는 어렵다. 능력 있는 대통령도 조직과 세력 없이는 나라를 꾸려갈 수 없다. 영웅의 역할이 옛날 같지 않다. 과학 혁명기였던 20세기 초에는 새로운 물리학을 탄생시킨 과학사의 영웅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과학이 고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