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신앙과 과학에 대한 질문들을 풀어가는 공부 길잡이 1

별아저씨의집 2015. 1. 31. 11:20

과학을 어떻게 보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하는 크리스천들이 많습니다. 종종 질문을 받을 때면 어떻게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을 드리곤 합니다. 


어떤 문제를 다루건 간에, 처음부터 지엽적인 한 두 가지 내용에 집중하기보다는, 먼저 전반적인 그림을 보고 대략적인 이해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체의 윤곽을 어느정도 이해했으면 그리고 나서 이제 좀더 구체적인 문제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봐야 합니다. 흔히 숲을 먼저 보고 나무를 나중에 본다는 비유로 표현하는데 이 원리는 과학이나 신학을 포함한 다른 모든 학문에도 적용되며 일상생활이나 사회에서 겪는 문제를 파악할 때도 역시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과학과 신앙에 관한 이슈들에 대해 큰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과학과 신앙의 관계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보는 다양한 견해들에 대해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과학을 수용 혹은 불신하는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는 큰 흐름들을 나누어서 생각해 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과학을 어떻게 정의하고 성경에 대한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가 크게 나누어질 것입니다. 



과학과 신앙에 관한 책은 이미 다양한 책들이 출판되었고 그 중에서 국내에 번역된 책들도 있습니다. 가령, 이안 바버의 '과학과 종교의 대화'나 '현대과학과 기독교의 논쟁' 같은 책들이 큰 그림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과학과 신앙에 관한 이슈들에 대해서 큰그림을 그리는 첫 작업으로 제가 쓴 '무신론기자, 크리스천과학자에게 따지다'를 권합니다. 줄여서 '무크따'라고 부르는 이 책에는 과학자의 시각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가령 우주나 지구의 나이를 만년으로 보는 창조과학의 젊은지구론은 인정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한 저자의 책이라면 어차피 모든 견해가 공평하게 다루어지기는 어렵습니다. 저자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어느 책을 읽건 간에 각 입장에 대한 무게감이 다른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위해서는 꼭 과학자의 시각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현대과학은 그 내용을 이해하고 점검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의 전문성을 필수로 하기 때문입니다. 과학에 대한 과학자의 의견, 그리고 신학에 대한 신학자의 의견 등 일반상식 보다는 주로 해당분야의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창조과학자들은 과학자가 아닙니다. 그들의 견해를 과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로 받아들이는 것은 심각한 오해입니다. 


'무크따'를 통해서 대략적으로 숲을 이해했으면 이제는 나무를 보기 시작해야합니다. '무크따'에도 각 장마다 다양한 참고문헌들, 더 읽어야 할 도서목록들을 제시했습니다. 아울러 각 장을 읽으면 독자들은 당연히 많은 질문들을 갖게될 것이고 이 책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이슈들을 새롭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니 숲을 보는 일은 당연히 숲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보는, 즉 나무를 보는 일에 동기를 유발하기도 하지요. 


'무크따'로 숲을 본 뒤에는 '오리진'이라는 책으로 나무를 보기를 권합니다. 이 책도 역시 물리학자와 천문학자가 쓴 책으로 미국의 칼빈대학교에서 함께 가르치는 하스마 교수 부부가 저자입니다. 이 책은 제가 추천사도 썼지만 과학과 신앙에 관한 이슈들을 대략적으로 망라하고 있습니다. 과학과 신앙의 관계, 과학이란 무엇인가, 성경해석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연대문제, 창조-진화 논쟁, 창세기 1장 해석, 인류와 아담의 기원 등등. 책에서 전개되는 내용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리진'의 장점은 각 이슈에 대해서 신학적, 과학적인 견해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각 견해들이 얼마나 신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또한 과학적으로 엄밀한 지에 대한 평가가 함께 제시되기 때문에 독자들이 과학과 신앙의 지형도를 구체적으로 그리는데 좋은 도움이가 됩니다. 


자, 정리하면, '무크따'를 가지고 숲을 보는 작업을 먼저 합니다. 대화체로 쓰여진 책이고 그리 두껍지 않아서 일독을 하는데 긴 시간을 요하지 않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토론문제 등을 빼고 한번 주욱 읽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한번을 읽고 난 뒤에는 다시 한번 읽으면 더 좋습니다. 각 장마다 제시된 토론문제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각 장의 정리된 내용들로 요약해 보면서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렇게 두 번 정도 읽으면 책의 내용이 머리속에 정리되면서 숲의 그림이 그려질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오리진'을 처음부터 읽습니다. 이미 '무크따'로 숲을 한번 봤기 때문에 빠르게 일독을 하는 것 보다는 첫 장부터 정독을 하는 방식으로 한 장 씩 읽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면 순서를 지키면서 읽는 것이 저자들이 전달하려는 내용을 오해없이 읽는 방법입니다. 한 장씩 끝내면서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숲의 자세한 면들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무크따'와 '오리진'을 순서대로 읽고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면 숲과 나무를 보는 신앙과 과학에 대한 첫 공부가 마무리됩니다. 여기까지 숙제를 한 분들은 이 즈음에서 나의 입장은 무엇인가를 한번쯤 정리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남아있겠고 또한 새로 갖게 된 질문들도 있겠지만, 숲과 나무의 내용에 비추어 자신의 생각을 대략적으로라도 정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