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손가락 가는 대로

두 교회

별아저씨의집 2008. 12. 15. 09:44
벤쿠버 공항에서 잠시 인터넷을 뒤지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바로 미국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입국심사를 캐나다 공항에서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습니다. 친절한 심사관을 만나서 농담도 나누고, 아내는 비자만료가 내년 4월로 되어 있는데도 새로 받은 H1B, H4B 서류를 바탕으로 2011년까지 체류기간을 줘서 까다로운 문제들이 한 큐에 해결되었습니다. 여권도 둘다 내년 4월에 유효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체류기간을 보통 거기 맞추어 주었었는데 이 아저씨는 미국출입을 자주 안할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짚으면서 새로 I94를 작성하는게 어떻겠느냐고 하더군요. 내 경우에야 외국에 나갈 일들이 있으니까 새로 여권을 만들어 체류기간을 다시 받으면 되지만 아내는 일부러 출국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아주 잘 되었습니다. 맘 편하게 있다가 한국에 가게 되면 새로 비자를 받으면 될 듯 합니다. 

두번의 주말을 벤쿠버에서 보내면서 두 교회에 가보았습니다. 첫주에는 다운타운에 있는 한인교회를 갔고 오늘을 호텔 바로 앞에 있는 벱티스트 교회를 갔습니다. 어학연수생들로 가득차 보이는 첫 교회는 예배시간이 거의 두 시간이나 되었습니다. 찬양예배 형식이라 좋았습니다. 그러나 왠지 예배가 힘들었습니다. 두번째 교회에서 오늘 예배를 드리면서 십여년 전에 캐나다 교회에 가봤던 첫 경험들이 떠올랐습니다. 따라하느라 정신없어서 가사를 음미하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찬양, 뭔가 표면하기 어려운 새로운 느낌들, 매우 다른 문화권에 있다는 것이 가슴에 팍팍 와 닿으면서도 이런 사람들이 같은 믿음을 갖고 있다는 신기함, 그 복음의 보편성에서 느껴졌던 힘, 그리고 세상을 향한 교회의 관심. 이런 것들 말입니다. 오늘 예배에서도, 아직도 십여년 전의 지진의 피해를 안고 있는 엘살바도르의 자매 교회가 5천불이 소요되는 집을 매년 20채 지으려고 하는데 성탄헌금 전부를 그쪽으로 보내겠다는 얘기, 기도시간에 흘러나온 세계의 곳곳의 전쟁과 기난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 르완다에서 아이들을 위해 사역하는 온타리오에서 온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어느 자매의 사역보고 등등이 예배를 더 예배답게 했습니다. 

물론 뜨거운 찬양과 그리스도의 은혜 안에 깊이 들어가는 것들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두 시간 내내 그렇게만 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도움을 간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예배시간 내내 한번도 세상을 향한 관심이나 기도가 없는 것은 어쩌면 예배를 자신들 만의 잔치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두시간의 예배가 힘들었던 것은 그런 연유가 아니었나 합니다. 

뱁티스트 교회에서 흘러가는 예배의 진행을 따라가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중간 중간에 선포되는 성경말씀들, 그리고 기도, 그리고 설교를 통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맘편하게 성탄절을 기다리는 우리와 다르게, 고난을 겪으며 죽음을 겪으며 환란과 핍박 속에서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던 초대교회 성도들을 생각해 봅니다. 캐롤송으로 울려대는 신나는 음악이 아니라, 불의와 고통의 세상속에서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복음에 벅차하면서 하나님나라의 완성을 기다르는 사람들이, 이천 년 전 이땅에 성육신하신 그분의 생일을 맞으며 미래의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거기서 재확인하는 성탄. 주여 언제까지입니까. 곧 오소서 임마누엘. 그 찬양이 계속 입에 맴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