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과도기_이야기] 16번째. 우리 학교가 수십억 원을 잃는다면? 그래도 진리를 추구할 수 있을까?

별아저씨의집 2017. 11. 11. 21:28
우리 학교가 수십억 원을 잃는다면? 그래도 진리를 추구할 수 있을까?

리차드 마우는 20년 동안 풀러 신학교의 총장이었습니다. [진화에 대한 내 생각은 어떻게 바뀌었나?]에 등장하는 25명 중 마지막 저자인 그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내놓습니다.

한번은 그가 총장이던 시절에 풀러 신학교 교수 한명이 지적설계에 대해서 비판하는 글을 썼답니다. 그런데 풀러에 기부하던 부자 한명이 그때문에 화가 났답니다. 마침 그 교수의 정년보장 심사가 있었는데 그 부자 기부자가 마우 총장에게 이렇게 요구했다는 군요. 풀러의 교수들이 정년심사를 통과시켜도 총장이 비토할 수 있으니 그 교수가 정년을 받지 못하게 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풀러 신학교에 한푼도 내지 않겠다고.

그렇게 요구한 기부자는 한 푼 정도가 아니라 수백만 달라를 내던 기부자였답니다. 고민이 꽤 되었겠지요. 그러나 마우 총장은 이렇게 답했답니다. 당신의 돈을 기부할 다른 신학교를 찾아보시라고. 물론 매우 힘들게 한 답변이었답니다.

창조과학이 한국교회를 휩쓸고 있습니다. 지구6천년설을 가르치고 공룡이 원래는 초식공룡이었다가 아담의 범죄이후 육식공룡으로 바뀌었다고 가르치는 창조과학은 유사과학일 뿐만 아니라 신학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신학자들은 창조과학의 문제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지요. 목회자들 중에도 공부하는 분들은 창조과학의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지구 6천년설이 성경적이며 창조과학 이외의 다른 견해는 사탄의 생각이라는 식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들이 교단 소속 교회의 목사 장로 들이고 교인들입니다. 그러니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신학교들에서 만일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면 어떨까요?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교수는 아마도 정년은 커녕 바로 짤릴 지도 모릅니다. 특히 보수적인 신학교들은 문제가 심각하겠지요.

작년에 총신대에서 벌어진 일이 생각났습니다. 학교에서 공식 초청을 받아서 명품강연을 하게되었는데, 강연날짜를 며칠 앞두고 갑자기 취소되었습니다. 창조과학에 비판적인 제 강의가 곤란했나 봅니다. 교목실장이 반대해서 강연이 취소되었답니다. 창조과학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고 있는 총신대 교수들도 많을텐데 힘에서 눌렸겠지요. 외부에서 총신대에 기부하지 않겠다고 압력이 들어와도 총장이 나서서 막아줄 수 있는 학교 정도는 되어야 그래도 칭찬을 받을겁니다. 현재 총신대 총장은 부정청탁으로 2천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총신대는 검찰에 기소된 총장도 총장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학칙을 바꾸는 명민함을 보였습니다.

지난 달에 장신대 원우회에서 초청을 받아 강의를 했을 때는 170명이 넘게 등록을 해서 강의실을 바꾸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장신대와 총신대가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장신대도 교단 신학교 교단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지요. 장신이건 총신이건 감신이건 간에 신학교들이 건강하게 굳게 서야합니다.
마우 총장은 자신이 겪은 것과 같은 어려운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국도 여전히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교회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신학자, 과학자, 교수, 목회자, 교사 등 이 문제를 심각히 여기는 분들의 길고 고된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