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과신대질문_시리즈] 1. ​미국에서 소수의견인 창조과학이 한국에서 정설이 된 이유는?

별아저씨의집 2017. 11. 11. 11:01


#과신대질문_시리즈 우종학​


1. 미국에서 소수의견인 창조과학이 한국에서 정설이 된 이유는?


과학과 신앙에 대해 그동안 묻지 못했던 많은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과신대 포럼이나 콜로퀴움, 특강 그리고 기초과정을 할 때마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번 주부터 하나씩 이 질문들에 답하는 #과신대질문_시리즈를 하나씩 올려볼까 합니다.


지난 9월에 과신대 2기 기초과정1에 참석한 이X동님의 질문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미국교계에서는 젊은지구론을 신봉하는 비율이 낮을뿐더러 하나의 소수의견으로 치부되는 것으로 압니다. 유난히 한국 보수교회에서는 창조과학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제 주변 사람들에게 미국 교계에서 창조과학은 더 이상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면 잘 믿지를 않습니다.


유독 한국 교계에서만 이러한 현상이 팽배한 이유를 교수님은 뭐라고 보시나요 창조과학자들이 영역 싸움에서 승리한 것일까요? 아니면 과학에 무지한 일반 성도들을 상대로 "정치"를 잘 한 것일까요? 


이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도 있지만 오랫동안 창조과학을 통해 교계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기득권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네, 창조과학은 미국에서도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보수적인 교단에는 꽤 퍼져 있습니다. 물론 신학계에서는 창조과학의 여러 신학적 문제들 때문에 많은 비판이 있고 단지 하나의 소수의견으로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보수적 교회들을 중심으로 창조과학을 정설로 여기는 경우가 꽤 많지만 이미 신학계에서는 소수의견이 되었지요. 성경이 지구6천년설을 지지한다고 생각하는 신학자는 별로 없습니다.


그럼, 보수교회들이 창조과학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몇가지를 꼽아볼 수 있겠습니다.


1.우선 보수교회들의 반지성적 경향이 한 원인입니다.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정확한 해석없이 읽혀지는 대로 믿는 것이 마치 좋은 신앙처럼 여기는 경향, 질문을 허락하지 않고 무조건 믿으라는 경향, 사회나 과학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이원론적 경향, 자신이 복받고 잘살면 믿음좋고 구원받은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 등등이 어우러진 결과이겠습니다.


2.창조과학회를 비롯해서 창조과학 신봉자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수고했기 때문입니다 이분들은 선한 동기로 진화주의와 무신론에 맞서서 복음을 지키려 했고 그 순수성과 열심은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타분야의 과학자나 공학자이긴 했지만 진화생물학이나 지질학 천문학 우주론 등의 학문에 대한 전문성의 부재로 과학계에서 상식이 되어버린 내용까지 부정하는 실수를 했다고 평가됩니다. 가령 지구6천년설이 대표적 오류입니다. 그래서 한국교회 안에 젊은지구론 같은 창조과학이 독점적으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3.그리스도인 과학자들이 침묵했거나 무력했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 중에는 지구6천년설과 같은 창조과학의 주장이 허무맹랑함을 잘 아는 그리스도인들도 많았지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거나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그동안 별로 없었지요. 그래서 마치 창조과학이 진리인양 무비판적으로 교회 안에 퍼져나갔습니다.


4.신학자들이 침묵했거나 무력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도 신학자들이 창조과학의 신학적 문제들, 가령 성서해석의 문제나 세대주의 신학의 문제, 과학으로 변증하려는 태도 등에 대해서 심각성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한국 신학교들은 대부분 교단 신학교들이고 우리가 여러 교단 총회에서 목격하듯 정치화된 교단의 영향력 아래 있는 신학교에서 신학자들의 입지는 그리 자유롭지 않습니다. 창조과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쉽게 낼 수 없지요.


아마도 창조과학이 많은 기득권을 가진 것 같습니다. 지난 번 박성진 후보자의 지구6천년설 문제로 창조과학의 심각성이 대두되었지만 그래도 그들이 지구6천년설을 버릴 수 없는 이유는 그동안 가르쳤던 내용을 스스로 뒤집기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바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창조과학도 지구6천년설 같은 허황된 주장은 버리고 과학계에서 인정하는 진화과학은 인정하고 대신 무신론적 진화주의를 반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재정립해야 할 겁니다. 아울러 과학자와 신학자들도 교회를 위해서 바른 목소리를 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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