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과도기_이야기] 2 그랜드 캐년 창조과학 탐사를 갔다와서 헷갈린다는 분들께

별아저씨의집 2017. 6. 24. 16:16
과도기_이야기 2. 

그랜드 캐년 창조과학 탐사를 갔다와서 헷갈린다는 분들께

1. 창조과학에 신학적 문제가 많다며 비판적이던 어느 대형교회 지부 목사님이 그랜드캐년 창조과학 탐사를 다녀오더니 생각이 바뀌었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신학적 문제를 정확히 알면서도 과학에는 장님이 된 듯 한 모습이라 안타깝습니다.

2. 젊은지구론이 과학적으로 얼마나 터무니없는 주장인지 많은 분들이 비판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창조과학의 과학적 신학적 문제는 이미 과학자 신학자들에게 새로울 것이 없지만 창조과학에 대한 비판은 물밑에 가라앉아 있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3. 그랬더니 오히려 창조과학탐사가 더 유행입니다. 아마도 젊은지구론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더 열심히 활동하나 봅니다.

4. 그랜드캐년에 다녀온 분들은 그 장관을 보고 하나님의 창조의 위대함을 코앞에서 경험하게 됩니다. 저도 결혼 10주년 여행으로 다녀왔는데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5. 그 위대한 창조물 앞에서 하나님을 생각하고 찬양하고 예배하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무슨 말도 먹힙니다. 과학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젊은지구론 얘기를 하면 강한 확신으로 받아들이게 되지요. 심지어 과학분야 종사자들도 공학이나 의학 말고 자연과학에 관한 지식이 많지 않은 경우 혹하게 되는데 목회자들은 말할 것도 없지요.

6. 그러나 만일 제가 여러분을 데리고 그랜드캐년에 탐사를 간다면 여러분은 오랜지구론에 설득될 것입니다. 하나님이 그 긴 기간동안 창조하시고 오래참으시면서 인류의 창조를 준비하셨다는 메세지에 다들 은혜 받을 것입니다.

7. 아니, 그랜드캐년은 지구 수준이니 좀 약합니다. 제가 여러분을 화성으로 데려가는 화상탐사를 한다면 여러분은 은혜받고 기절할지도 모릅니다. 상상해 보십시요. 지구를 떠나 화성에 가서 하나님의 창조를 경험한다면 기분이 어떨지?

8. 그러니 사실 그랜드캐년이던 화성이던 이런 탐사를 가서 은혜롭게 찬양하고 예배하고 기도하는 과정을 거치면 창조의 신비를 맛본 분들에게 무슨 말을 해도 설득이 됩니다. 제가 대중과학 강연 하면서 우주의 신비로운 영상 몇개를 보여주고 과학을 풀어내도 마구 설득되는데 심지어 직접 탐사를 가서 보면 그 효과야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9. 그런데 말입니다.

그랜드 캐년에서 장관을 보고 경험하는 건 좋지만 그래서 지구의 나이가 만년이라고 믿는다면 큰 문제입니다. 그랜드 캐년이 노아 홍수 때 만들어졌고 지구는 만년 전에 창조되었다는 주장은 허무맹랑한 주장입니다. 과학적인 주장인듯 포장했지만 (그래서 창조과학이죠) 사실은 과학이 아닙니다. (창조과학은 과학이 아닙니다. 이 말은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는 말과 심각한 질적 차이가 있습니다. ^^)

10. 창조과학의 젊은지구가 틀렸고 지질학의 오랜지구가 맞다는 증거를 대라는 분들이 있는데요. 과학자들은 그저 귀찮아서 상대를 안 할 뿐입니다. 이 정도 과학은 첨단과학도 아니고 불확실한 문제도 아니고 아직 연구가 필요한 분야도 아니고 그냥 다 지나간 옛날의 결론일 뿐입니다. 지질학의 결론을 그냥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천동설-지동설 중에 지동설이 맞다는 것도 과학자들의 결론을 그냥 받아들시죠? 네 지구 연대도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11. 젊은 지구론을 비판한다고 오랜지구론이 마치 저 한사람의 주장인듯 포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지구연대 이런거 연구 안합니다. 저 혼자의 주장이 아니고 현대과학의 바탕이 바로 우주와 지구와 생물의 긴 연대에 있습니다. 긴 지구의 연대는 현대과학에서 아무도 문제제기를 안하는 자연사의 틀입니다.

12. 그러니 지질학, 해양학, 기상학, 천문학, 생물학, 물리학 등을 다 틀렸다고 주장하고 싶으면 젊은지구론을 주장하십시요. 그러나 조금만 상식을 가지고 생각해보면 자연과학의 대부분 분야에 속한 과학자들이 해 온 연구결과 다 틀렸고 현대과학의 결론을 다 틀렸다고 믿는게 옳을까요? 아니면 전문가도 아닌 아마츄어들이 그랜드 캐년이 수천년 전에 만들어졌고 지구도 만년전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걸 믿는게 옳을까요?

13. 결혼 10주년 여행으로 그랜드캐년을 다녀온 것이 벌써 7,8년 전이군요. 저는 그랜드 캐년의 층층이 쌓인 지층이 연대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깊이 감동했었습니다. 걸어다니다보면 조개와 같은 화석을 발견할 수도 있지요. 바다 아래서 오랜 시간동안 퇴적물들이 쌓여 화석들이 만들어진 과정과 그 지층이 융기하여 산위로 올라온 그 지질학적 과정을 상상해 보면서 무척이나 감명을 받았습니다. 수십억년의 지구의 역사의 결과를 한 눈에 보는 그 느낌은 제가 지질학자가 아니더라도 감동과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14. 기회가 된다면 그랜드캐년 꼭 가보십시요. 거기 레인저들이 투어를 해주는데 예약을 해서 함께 따라다니면서 그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랜드캐년에 관한 과학적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매우 흥미롭습니다. 창조과학자들이 해주는 엉터리 설명말고 지질학에 기반한 설명을 들어보세요. 기가막힙니다.

그리고 찬양과 기도회는 따로 밤에 하시면 됩니다.

15. 맘 같아서는 제가 그랜드캐년 투어를 만들고 싶은 심정입니다. 화성 투어는 불가능하지만 그랜트 캐년 정도는 사실 가능하니까요.

16. 창조과학탐사를 다녀오신 분들은 젊은지구론에 세뇌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도그럴것이 심각한 정보의 불균형을 겪기 때문이죠. 왜냐하면 이 분들은 그랜드캐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에 대해서 지질학자들의 설명을 들을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랜드캐년 입구에 있는 다큐멘타리 영화를 보러 들어가지도 않을테고 그랜드캐년에 관해 지질학자들이 쓴 좋은 책들도 읽지 않을테죠. 그러니 카더라 통신원이 되고 맙니다.

17. 그랜드 캐년 말고 설악산은 언제 만들어졌을까요? 노아 홍수때 만들어졌을까요? 아이고 참 갈 길이 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