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무크따 이야기] 16번째 - 창조과학의 번성 이유 = 목사들의 직무유기?

별아저씨의집 2016. 9. 10. 22:30


#무크따_이야기
16번째 - 창조과학의 번성 이유 = 목사들의 직무유기?

그렇습니다. 창조과학이 번성하는 이유는 바로 목사들과 신학자들의 직무유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이 교육을 잘못해서 홍수지질학/젊은지구론이 유행하는 거라면, 창조과학식 성경해석이 유행하는 건 목사들과 신학자들이 제대로 교육을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입니다.

창조과학 글들을 보면 심각한 신학적 문제들이 발견됩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성경을 무슨 마법책으로 보거나 영지를 주장하는 영지주의자들처럼 본다는 것이죠.

창조과학은 성경을 과학교과서처럼 보고 현대과학의 내용이 성경에 나온다고 주장합니다. 가령, 지구가 우주공간에 떠 있다는 내용이 성경에 이미 나와 있다거나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성경에 이미 나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죠. 핵물리학이 성경에 담겨있다는 주장도 있고 심지어는 핸드폰이 성경에 나온다는 주장도 합니다.

이런 식의 설명이라면 뭐든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자기 주장에 성경구절을 억지로 짜맞추는 재주입니다. 노인들 앞에서 약파는 사람들이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물론 이분들이 누구를 속이려고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성서해석의 심각한 오류를 못 깨닫고 있는 것이죠.

창조과학이 지구나이 6천년을 주장하거나 홍수지질학을 주장하는 것은 정확히 같은 문제를 드러냅니다. 이것은 지질학 등 과학을 논하기 전에 성경해석, 즉 신학의 문제입니다. 성경에 핸드폰이 나온다는 주장과 성경에 홍수지질학이 나온다는 주장이 수준이 다르다구요? 아닙니다. 정확하게 똑같은 문제입니다.

이런 신학적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신학교육을 받은 목사들과 신학자들입니다. 물론 성범죄, 교회세습, 횡령, 사기 등 법적 윤리적 문제를 가진 삯군들이 많으니 비판해야 뭐하겠나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비율이 얼마가 되든 그분들은 일단 논외로 하지요. 신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만 신학생들이 공부를 안 해서 문제다라는 논지도 논외로 하겠습니다.

일단 제대로 신학을 배운 목사들이라면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해야 합니다. 성경에 핵물리학이 나오고 핸드폰이 나온다니요. 성경이 무슨 마법책입니까? 이런 허황된 주장을 고쳐주고 제대로 교육하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됩니다. 진화 창조론이란 관점도 있다고 소개한 강사를 불렀다는 이유로 간사들에게 책임을 물은 고신 교단 목사님들 어떻게 생각들 하시는지? 성경을 이렇게 잘못 가르치는 창조과학 강사들을 부르는 건 왜 문제를 삼지 않습니까? 진화론이 문제라구요? 글쎄요. 성경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온누리 교회 어느 목사님과 얘기를 해보니 창조과학의 신학적 문제를 잘 알고 계시더군요. 젊은지구론 같은 주장이 성서신학적으로 얼마나 오류가 많은지, 성경을 과학교과서처럼 보는 창조과학식 성경읽기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분명히 알고 계시더군요. 그래도 창조과학식 젊은지구론이 교회에 크게 들어오지 못하게 노력은 하신다 들었습니다.

다른 목사님들은 어떠십니까? 성경에 핵물리학 내용이 담겨있고 핸드폰도 나오고 미래의 과학내용이 담겨있다는 식으로 해석해도 좋다고 생각한다면, 신학교에서 어떻게 배우셨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성경을 그렇게 잘못 가르친다면 그런 교회에 가는 일은 누구라도 말려야겠습니다.

창조과학에 신학적 문제가 있는 것은 잘 안다구요? 그렇다면 왜 직무유기를 하십니까? 힘있는 장로님들 때문인가요? 힘없는 목사라구요? 좋습니다. 다만 성경을 가르치는 일이 목사의 책임 중에 가장 중요한 거라면 반드시 이 문제를 놓고 기도하고 씨름하시기 부탁드립니다.

신학자들은 어떨까요? 우리나라 신학교들 대부분 교단신학교들이고 교단은 정치목사들이 권력을 잡고 있습니다. 신학자들이 신학적으로 바르게 가르치기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신대원에 들어온 학생들이 배울 생각은 안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오히려 교수들을 자유주의자라고 비판하는 마당에 바른 교육하기 무척 힘들겁니다. 심지어 한동대 같은 곳에서 창조과학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교수임용도 안되는 상황에 신학교 소속 신학자들 입장이야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

그래서 너무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단은 바로 해야겠요. 성경을 마치 마술책처럼 읽고 과학을 찾아내는 방식의 창조과학식 성경읽기는 분명히 신학적인 오류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목사들과 신학자들의 직무유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