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교수가 어쨌다고? (201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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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인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젊은 교수시군요 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제가 나이보다 조금 젊어 보이긴 합니다 (이것은 자뻑이 아닙니다. 물론 제 담벼락에 자뻑이 많은 건 인정합니다). 그래도 40 중반을 넘겼으니 젊다고 하긴 좀 그렇습니다. 하긴 젊다는 말은 상대적이라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나에게 젊다고 해도 사실관계에는 오류가 없지요.
그러나 사실관계에 오류가 없는 '젊은 교수'라는 말은 '경험이 없는, 아직 초짜인, 성숙하지 못한, 권위가 없는, 전문성이 좀 떨어지는...' 등등 다양한 부정적 함의를 담고 있을 수 있고 반대로 '패기가 넘치는, 건강한, 추진력과 용기가 보이는, 위험을 기꺼이 감당하는' 등등의 긍정적 함의를 담을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생각보다 젊은 교수님이라 좋아요' 라고 하면 긍정적 의미가 많이 담기기지만, 어느 평가위원회 같은 자리에서 젊은 분이네요 라는 말은 나이로 서열관계 혹은 발언의 무게를 정해보겠다는 부정적 의미가 담길 수도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젊어보이는 건 뭐 그리 좋은 일은 아닙니다. 흔히 권위, 권력, 경험, 전문성 등 한 개인의 사회적 가치를 나이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사회에서 대통령, 국회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공무원, 의사, 과학자 등 많은 직업군에서 나이가 지긋이 들어야 뭔가 할 수 있을듯이 보이는 것이죠. (안 그런 분야도 물론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우리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세대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죠.
예전에 페북에서 어느 목사님과 메세지 글을 주고받은 적이 있습니다. 의견이 다른 논쟁이었죠. 한참 메세지가 오간 뒤, 그분이 이러더군요. '젊은 교수님이 괄괄하시네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나이로 밀어붙이겠다는 거냐고 따져물은 적이 있지요. 제가 괄괄하긴 한데 젊은 교수가 괄괄하다는 표현은 문제가 있는 것이죠. 그랬더니 그런 의도는 아니었답니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 젊은 사람 운운하면 왜 나이차별이 되는지 설명드렸습니다. 잠이 안온다면서 한 밤중에 메세지를 다시 주시더군요. 그래도 목사인데 그런 류의 사람은 아니라고... 저도 목사님을 그런 사람으로 생각지는 않는다고 위로를 드렸습니다.
위의 글에서 "젊은 사람"을 여성으로 바꿔 넣으면 어떨까요? 똑같은 얘기가 됩니다. 여교수가 능력있네, 여학생인데 공부도 잘하네 라고 특히 남성이 말한다면 여성비하 발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반대로 남성비하도 가능하죠. 가령, 남학생이 옷도 잘 입네 라고 한다면 남성은 옷을 잘 못 입는다는 의미가 깔려 있는 것입니다. 그냥 '옷 잘 입네' 라고 하면 좋은 거지요.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차별, 혐오, 사회적 약자 등등 다양한 논의들이 넘쳐납니다.
저는 남성이라, 존재론적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남자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저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한다고 해도 불편하긴 하지만 참아야 합니다. 남자라는 원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남성이 여성을 억압한 긴 역사를 생각하면 비록 내가 그런 몰상식한 한 남성이 아니더라도 여전히 남성이기 때문에 존재론적 원죄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에는 약자와 강자가 있습니다. 강자가 약자를 힘으로 누르고 차별하고 억압하고 이용해 먹는 것은 죄악입니다. 그 구분이 젠더이든, 나이이든, 직업이든, 소유한 부의 양이든 간에, 내가 강자라면 내가 보지 못하는 약자의 관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합니다.
제가 볼 때 이걸 못하는 집단 중에 두드러지는데가 교회입니다. 도저히 평이 나오질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차별을 오히려 성경에 근거해서 하고 있죠. 명백한 성경 오용입니다. 심지어 노아의 세아들 운운하며 흑인종이 노예가 될 수 밖에 없음을 성경으로 설명하던 흑역사를 똑똑히 기억해야죠.
자, 다들 좀 눈을 열고 귀를 열고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