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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사이언스 플라자] 미래창조과학부에 바란다

별아저씨의집 2013. 1. 10. 13:07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2013. 1.9


미래창조과학부에 바란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교수 



지난 대선 과정에서 차기 정부 국정 운영 중심에 과학기술을 놓겠다는 대통령 당선인 약속에 과학계는 고무됐다.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부처를 신설해 국가 정책 수립과 경제 발전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선언은 국가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추진력을 과학기술을 통해 얻겠다는 당선인 의지를 드러내며 다양한 기대감을 낳았다. 

물론 `과학기술 중심`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 과학기술이라는 말은 익숙한 표현이지만 사실 과학과 기술은 다른 용어다. 기초연구가 핵심이 되는 과학을 국정 운영 중심에 두는 것인지 혹은 실용을 기반으로 한 기술을 국정 운영 중심에 두는 것인지에 따라 매우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 탄생을 앞두고 기대와 염려가 섞인 다양한 논의가 오간다. 인재 양성과 과학기술이 밀접하다는 그럴듯한 논리로 교육과 과학을 접붙여 교육과학기술부를 만들었던 5년 전 이명박 정부의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나온다. 과학이 교육의 하위 부처로 전락한 통합부처에서 과학기술은 예전 위상을 잃었다. 교육과 과학의 융합 효과가 무엇이었는지도 별로 알 길이 없다.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심각성에 부랴부랴 만들어낸 과학기술위원회는 교과부가 실패작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기획과 응용과학에 초점이 맞춰질 듯하다. 미래를 기획하고 새로운 산업동력을 찾는 부처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경제논리와 실용기술이 중심이 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 자체와는 그리 궁합이 맞지 않는 것 같다. 단기적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기초과학 관점에서 보면 과학이란 말이 포함된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이름은 생뚱맞다. 기획, 창업, 연구개발, 인재 양성, 재정, 정보통신 등 다양한 기능을 다 섞어 놓는다면 교육과학기술부처럼 또 다른 짬뽕, 그것도 덩치 큰 짬뽕 곱빼기가 되는 것은 아닐까? 과학이 중심이 되지 못하면 미래창조과학부는 오히려 과학 발전에 역기능을 할지도 모른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해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5년 단위로 바뀌는 행정부처는 과학기술에 대한 장기전략과 기획이 없음을 방증한다. 과학기술 백년을 내다보는 꼼꼼한 전략이 필요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기간은 너무나 짧다. 실패한 교과부처럼 또 한 번 큰 비용을 치르지 않으려면 과학기술 현장 목소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부처를 구성해야 한다. 기대되는 다양한 역할들 간 균형을 잡는 일부터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둘째, 거대 부처는 까다로운 시어머니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논리와 관료주의 앞에서 기초과학 위상이 타격을 받지 않아야 한다. 마땅히 기획하고 점검해야 할 과학기술 정책들이 거대 부처 탄생을 앞두고 이어지는 힘겨루기 때문에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 조직 개편을 넘어 정책과 내용을 깊이 있게 마련해야 하고 새로운 부처는 과학계를 시집살이 시키지 않는 부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셋째, 미래창조과학부가 국가 대형 사업에 초점을 맞춘다면 기초과학의 핵심인 풀뿌리 연구가 제약받을 가능성이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래 산업동력을 제공할 부처라는 위상은 자연스럽게 기초과학 홀대 현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용적 관점을 넘어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와 인재 양성이 차기 정부에서 지속돼야 한다. 

국가 미래를 짊어질 미래창조과학부 역할이 기대된다. 동시에 기초연구가 약화되지 않도록 미래창조과학부 안에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하거나 혹은 기초과학을 전담할 부처를 독립적으로 둬야 한다. 기초연구는 교과부에 남겨두면서 약화된 과학 위상을 강화시키는 것도 미래창조과학부의 약점을 극복할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