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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우주개발, 피할 수 없는 미래

별아저씨의집 2013. 1. 9. 13:18

[매경 사이언스플라자] 2012. 11. 18


우주개발, 피할 수 없는 미래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혹시 화성에 이주해 살아볼 생각이 있습니까?" 황당했던 이 질문을 들었던 것은 박사과정 시절 참석한 어느 학회 리셉션에서였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관리가 젊은 학생들에게 화성 이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자립 가능한 마을을 형성하기 위해 사람들을 보내는 것이 나사 측 계획이라며 인류 최초로 화성에 발을 내딛는 선구자가 되려는 관심자들을 그는 찾고 있었다. 

2010년 가을에 나사는 유인 달탐사 계획을 포기하는 대신 유인 탐사선을 2030년대에 화성에 보낸다는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나사가 쏘아올린 무인탐사선은 지난여름 화성에 도착한 이후 `큐리오시티`로 명명된 자동차 크기만 한 로봇탐사장비가 화성 지표를 누비며 성공적인 탐사를 수행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네덜란드 한 기업이 2023년에 우주인 4명을 먼저 화성에 보내고 2년마다 후발대를 보내 화성 이주 기지를 만든다는 `마스 원(Mars One)` 프로젝트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유럽항공우주국도 2025년에 유인탐사선을 화성에 보내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우주개발 계획은 화성에서 멈추지 않는다. 태양계 너머 다른 별로 우주선을 보내는 방법을 탐구하는 `백년 스타십(100-year starship)`이라는 프로젝트가 미국 국방고등과학연구소(DARPA)와 나사에서 초기 연구비로 약 100만달러를 받고 작년 말부터 진행 중이다. 

공상과학 영화 주제로나 적합할 것 같은 화성 이주 프로젝트 소식이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우주개발은 피할 수 없는 인류의 미래라는 것이다. 자원은 고갈되고 인구는 포화 상태가 될 지구의 미래를 내다볼 때 선진국들이 우주개발에 주목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돌아올 수 없는 편도여행으로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에서부터 유인탐사선을 화성에 보내기 위한 기술이나 비용을 따져보면 불가능하거나 비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태양계 탐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빛의 속도로 날아가도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려면 4년 넘게 걸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별 탐사는 정말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위대한 비전을 가지고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도전한 사람들을 통해 미래는 항상 새롭게 창조돼왔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화성 이주가 먼 미래 얘기처럼 들리는 반면 지구 밖 우주공간 개발은 매우 현실적이다. 2010년 기준으로 위성서비스와 위성발사를 포함한 우주산업 시장은 170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세계 각국의 우주 분야 투자도 700억달러가 넘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쏘아올린 우주발사체 횟수는 84회로 일주일에 한두 번꼴이었다. 우주개발 선진국들이 인공위성과 발사체 기술을 다른 나라에 전수하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우리나라는 인공위성과 같은 탑재체 기술은 상당한 반면 발사체 기술은 걸음마 수준이다. 국민 염원이 담긴 나로호 3차 발사가 성공해도 러시아에서 구입한 1단 로켓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핵심기술 이전이 불가능한 사업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나로호의 한계는 한국형 발사체 독자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주개발을 위한 첫 관문인 발사체 기술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2021년이 목표인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위한 예산 확보에도 지원과 지혜가 필요하다. 발사체 부문을 상용화해 기업에 넘기는 선진국들 동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주개발은 언제 참여할 것이냐는 문제지 선택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후발주자인 우리가 선진국들 틈바구니 속에서 어떤 전략으로 우주시대로 나아갈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