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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현대과학과 기독교의 논쟁

별아저씨의집 2008. 2. 1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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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진화 논쟁을 넘어서 과학과 기독교의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읽을 만한 다음의 책을 강추합니다. 제가 번역한 책이라 조금 쑥쓰럽기는 하지만 한국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도움이 될거라는 그 소망을 가지고 번역한 책이라 권하기를 주저하지는 않겠습니다.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대한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으리라 봅니다. 이 책의 일독 후에는 각각의 입장에 대한 보다 깊은 공부가 필요할 겁니다.


현대과학과 기독교의 논쟁
리차드 칼슨 편저
우종학 옮김
살림출판사 (2003)

Science & Christianity: Four Views
Richard F. Carlson Ed.
InterVarsity Press
이 책에 대한 소개는 저의 번역후기로 대신하지요.

역자후기

우주인이 있다면 성경이 틀린 것일까? 중학교 때의 그런 막연한 질문으로 시작된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대한 나의 관심은 1996년 천문학 석사과정의 시작과 기독대학원생회(GSF) 회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대한 대중적이지만 상당히 오도된 입장들이 무척 불만스러웠던 나는 과학과 신앙을 둘 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자연과 성경을 하나님이 주신 두개의 책으로 보는 기독교의 전통적인 입장에 곧 매료되었다. 과학과 신앙의 양극화를 조장하는 목소리가 팽배한 현실을 불평하던 나는 이제 과학의 길로 소명을 받은 한 그리스도인으로서 현재의 상황을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고 묵묵히 섬겨야 하는 자리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번역은 아마도 그런 맥락에서 시작되었다.

미국IVP(InterVarsity Press)의 도서회원으로 신간을 받아보던 2000년 어느 날, 시선을 끄는 제목의 책에 나는 곧 빠져들었다. 여러 입장의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견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 이 책이 맘에 들었던 나는 이런 책이 국내에 번역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학에 대한 기독교적 입장으로는 반-진화, 반-과학적인 견해들이 주를 이루는 현실을 볼 때, 진지하면서도 신실한 그러나 분명히 서로 다른 견해들을 갖고 있는 다양한 그리스도인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것은 과학을 버린 그리스도인들 뿐만 아니라 과학 때문에 신앙을 버린 비-그리스도인들에게도 분명히 필요한 일이다.

편집자인 칼슨은 ‘(그리스도인들이) 종교화 과학적인 문화간의 관계를 이해하려고 할때, 이들이 현대 자연과학과 기독신앙의 관계에 대해 헌신적으로 씨름해온 그리스도인 학자들의 생각들을 접하게 될 것’이라며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에게 각각의 견해를 뚜렷하게 선보이는 중요한 일을 이 책의 목적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그 목적은 그후 일 년쯤 지난 어느 날 받은 번역 의로를 내가 쾌히 승낙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다뤄진 네 가지 입장은 모두 상당히 흥미롭다. 흔히 반-과학적으로 알려진 창조론의 경우에도 그 입장을 대변하는 과학자들을 통해 상당히 건전한 과학관과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대한 관점이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대중매체를 통해 유명해진 지적 설계의 입장은 국내에도 여러 번역서를 통하여 소개된 바 있는데 설계가 인식론적으로 지지될 수 있음을 치밀하게 역설한다. [창조와 진화를 보는 세 가지 견해](한국IVP)라는 책을 통해 국내에 알려진 하워드 반 틸의 진화적 유신론은 현재 미국의 복음주의자들(과학자, 신학자, 철학자를 포함하여) 사이에서 하나의 핵심 이슈가 되고 있으며 이 책에서 보다 말끔하게 전개된다. 국내에 체계적으로 소개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상호독립의 입장은 상당히 많은 그리스도인 과학자들이 갖는 견해로 보여지는데 이 책에서 역시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대한 한 견해로서 탁월하게 전개된다. 이 네 가지 서로 다른 견해들은 사실 과학과 신앙에 대해 상당히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특히 이 책의 장점은 (스티븐 마이어를 제외하면) 실제 과학자들에 의해 쓰여졌기 때문에 과학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견해들이 제시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에 대한 오해가 깊은 한국기독교계에 과학과 신앙에 대한 폭넓은 견해를 제시하는 일에 이 책이 쓰이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물론 각 입장에는 분명히 대립되는 점들과 약점들도 담겨있다. 어느 견해를 받아들일것인가는 결국 독자들의 몫이다. 장점을 취하고 약점을 보강해서 중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나의 견해를 선택할 때는 반드시 다른 견해들에 충분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며 이 견해들 모두가 기독교적 입장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책의 번역은 나 자신에게 큰 유익이 되었다. 여러 번의 정독과 참고문헌들의 독서를 통해서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관한 나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데 큰 공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번역의 어려움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다. 이 지면을 통해 살림출판사의 편집부 및 관계자분들 그리고 ‘우리시대의 신학총서’를 기획한 박치완, 최태연 두 교수님께 감사를 전하며 장대익 선생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내 전공 분야 밖의 전문용어들을 설명해준 예일대학의 여러 박사과정 친구들과 여름방학을 포함한 여러 달 동안 주말마다 번역에 몰두하는 남편을 불평 없이 격려해 주고 번역의 목적을 상기시켜준 아내 지은에게 사랑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