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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기_이야기] 37. 진화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고 고백한 생물학 교수 이야기

별아저씨의집 2018. 2. 25. 22:19
#과도기_이야기 37
진화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고 고백한 생물학 교수 이야기 2017.10.3

[진화에 대한 내 생각은 어떻게 바뀌었나?]를 읽는 중, 캐나다 트리니티 웨스턴 대학의 교수인 데니스 베네마의 글을 접했습니다 .

흥미롭게도 그는 생물학과 교수인데 지적설계를 지지했다가 진화적 창조를 지지하는 입장으로 바뀐 사람입니다. 그가 쓴 글의 제목도 [지적설계에서 진화적 창조로]입니다.

그의 글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그가 유전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자기는 진화에 대해서 잘 몰랐었다고 고백한 점 때문입니다.

생물학 교사연합 학회에 참석하여 진화, 지적설계 등 여러 강의들을 듣고 돌아오는 길에 그는 자신이 지적설계나 진화 둘 다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교수로서 자신이 하는 연구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어린시절의 배경을 통해서 막연하게 진화에 대한 부정적 생각과 지적설계에 대한 친근감을 갖고 있었지만, 사실 과학자로서 양쪽의 주장에 대해 깊이 있게 조사해 보지는 않았던 것이죠.

그래서 증거들을 면밀히 살펴보기로 결심한 그는 마이클 베히의 책을 먼저 읽으며 지적설계의 입장을 살펴보았답니다. 그리고는 여러 맹점들을 확인하면서 지적설계 입장을 버리게 되었답니다. 그 다음에는 진화에 대한 증거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답니다. 먼저 네이쳐 논문을 살펴보면서 곧바로 진화의 증거들에 수긍하게 되었답니다.

그 후 계속 공부를 했는데, 진화에 대해서 급격하게 변한 자신의 관점을 신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케네스 밀러의 다윈의 신 찾기나 신의 언어 같은 책들을 읽으며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합니다.

생물학 교수였던 베네마의 고백은 참 의미심장합니다. 자신이 유전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생물학과 교수였지만 진작 진화의 증거 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공부해 본 적이 없었다는 고백.

대학시절과 대학원 시절을 거치며 진화를 배우기는 했지만 그것은 학생시절의 배움이었고, 연구자로서 증거들을 살펴가며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은 없었던 것이죠. 그리고 막상 진화에 관한 논문들을 읽으며 자신의 유전학 전문성을 토대로 그 증거들을 판단해 가면서 결국 그는 쉽게 진화를 수용하게 됩니다.

SNS에서 보면 참 많은 사람들이 주워들은 이야기로, 혹은 인터넷에 떠도는 정체불명의 글을 읽고서 아는 척 하는 걸 많이 봅니다. 150년이 넘은 진화생물학의 역사 동안 얼마나 많은 연구와 증거들이 쌓여있는지, 최근 5년 동안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지 감도 잡을 수 없는 사람들이 진화생물학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용감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보다 조금 나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학부에서 이공계 전공을 했다며 과학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학부에서 생물학 전공을 했다며 생물학이 내 전문 분야인듯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전에 풀러에서 강연을 했을 때, 어떤 목회학 전공하는 목사는 그런 얘기도 했습니다. 내가 책들을 주욱 읽고 공부해 봤더니 진화생물학은 믿을 수 없다고. 전공이 뭐냐고 물었더니 자신을 무시한다며 화를 내던 분입니다. 그분이 생물학 논문들을 읽었을까요? 그저 대중과학서나 읽었겠지요. 그나마 창조과학책들 말고 일반 대중과학서라도 읽었으면 다행일 것입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사실 생물학 교수들 중에도 나는 생물진화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공이 워낙 다양하니 생물진화학을 직접 다루고 연구하지 않으면 따로 공부해보지 않는 이상 잘 모를 수 있는 법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 사람들이 같은 고백을 합니다. 성경적 진리를 배우기 위해 성경을 묵상하고 연구하고 열심히 해석하듯이, 과학적 진리를 배우기 위해서는 자연을 연구하고 논문을 읽고 과학적 증거들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그런 지성적 작업을 거치고 나서 내리는 결론이 바로 이 책의 제목에 대한 답입니다.

천문학 전공인 제가 생물학에 대해 뭐 그리 깊게 알겠습니까. 1차 저작들을 따라 읽지 못하는 저는 아무래도 생물학자들의 얘기를 들을 뿐입니다. 학부에서 생물을 전공했건 혹은 생물학 분야에 박사학위가 있건 심지어 생물학 교수라고 해도 진화에 관한 전문성은 다를 수 있습니다. 창조과학 신봉자들의 맹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1차 저작들을 읽고 검토할 전문성이 없다는 점.

겸손해야 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천문학 분야에도 제가 잘 모르는 것들이 많습니다. 끊임없이 공부해야지요. 심지어 제 전공인 활동성 블랙홀이나 은하진화에 관해서도 제가 모르는 것 많습니다. 어쩌다가 대중강연을 많이 하다 보니 다 잘 아는 듯 강의할 때가 많은데 항상 조심하고 겸손해야 겠습니다. 진화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고 고백한 생물학 교수의 이야기. 명심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