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크따_이야기 19번째- 하나님이 안 하셨다면 못 하시는거라구?
세미나를 하면서 개혁주의 신학 입장을 가진 분들이 진화적 창조를 수용하는 분들에 대해 많이 오해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가령, 진화적 창조의 입장에는 역사적 아담을 인정하는 견해도 있고, 아담과 하와를 모든 인류의 조상으로 보지 않고 하나님이 많은 사람들도 구성된 공동체를 선택하셨다고 보는 라뮈르 같은 관점도 있습니다.
라뮈르 같은 관점에 대해 질문하시는 분들은 왜 하나님이 한 쌍의 부부에서 모든 인류를 창조하셨다는 걸 못 믿느냐고 합니다. 글쎄요.
라뮈르 같은 입장에 있는 분들은 하나님이 한 쌍의 부부에서 모든 인류를 창조하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걸 못 믿어서 그걸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들이 왜 하나님에게 그런 능력은 없다고 하나님을 제한하겠습니까.
주목해야 할 점은 하나님의 능력을 믿는 것과 하나님이 실제로 어떻게 하셨냐를 논하는 것은 다르다는 겁니다. 하나님이 울산바위를 창조하실 때 하룻밤 만에 천사를 시켜서 만들 수도 있지만, 울산바위를 자세히 연구해 보면 매우 긴 시간 동안 풍화작용에 의해서 만들어 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러면, 아 하나님이 풍화작용을 통해서 만드셨구나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죠.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고 해서 하나님이 천사를 통해서 기적적으로 바위를 만들어 낼 능력이 없다고 하나님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자들이 자연현상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하나님이 기적을 행하실 능력을 믿지 못해서라 아니라 실제로 하나님이 어떻게 행하셨는지를 봤더니 그런 인과관계로 하신 것으로 자연이라는 책에 쓰여있으니 그렇게 결론내리는 겁니다.
어린아이들은 아빠가 용돈을 안 주면 돈이 없어서 안 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돈이 있어서 줄지 말지는 아빠 마음인 것입니다. 아빠가 용돈 안줬다고 말했는데 왜 아빠가 돈이 많다는 걸 못 믿냐고 하면 뭥미? 가 되는 것이죠.
진화적 창조의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이 기적적으로 인간을 창조하실 수 있다는 걸 못 믿어서가 아니라, 혹은 하나님이 한 쌍의 조상에서 모든 인류를 창조하실 능력을 가진 걸 못 믿어서가 아니라, 실제로 하나님이 어떻게 하셨는지를 과학으로 연구해 보니 이렇게 하신 거구나 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죠.
하나님이 그렇게 안 하셨다고 말하면 하나님이 그렇게 하실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오해하는 일은 흔합니다. 자연법칙을 통해서 하나님이 창조하셨다는 설명은 하나님이 기적으로 창조하실 수 있음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하나님은 기적도 사용하시고 자연법칙도 사용하시는데 과연 실제로는 어떤 걸 사용하셨는지 살펴봤더니 자연법칙을 사용하신 것으로 배우게 된 것이죠. (여기서 과학으로 읽어낸 내용이 얼마나 엄밀한가는 일단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 얘기는 긴 설명이 또 필요하니까)
진화를 수용하는 입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건 좋지만 비판을 하려면 그 입장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복음주의적이고 보수적 신앙을 고백하는 과학자들 중에 하나님이 기적이 아니라 인과적 방법으로 창조하셨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은 왜 하나님이 기적으로 창조하실 수 있다는 것을 못 믿느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엉뚱한 질문이 되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