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책] 창조론자들 - 1 1920년대까지 젊은 지구론은 없었다?

별아저씨의집 2016. 6. 6. 12:58
#창조론자들 책읽기 1 - 1920년대까지 젊은 지구론은 없었다?


약 10년 전에 원서로 읽었던 넘버스의 <창조론자들>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한글로 읽으니 주욱 읽히고 너무 좋습니다. 새물결플러스에서 자신했듯이 번역이 매끄럽습니다.


2판이 출간된 2006년 책을 읽기시작하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충격은 창조과학이 번성한 20세기 후반과는 달리,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까지는 젊은 지구론이 전혀 대세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이 나온 뒤 20년이 채 안되어 대부분의 동,식물학자들은 진화론을 받아들였고, 20세기 초에 등장한 다윈에 대한 비판도, 종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된다는 진화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다윈이 제시한 자연선택이 진화의 기제로서 충분한가하는 (그러니까 진화이론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진화와 진화이론은 다들 구분하시겠죠?)


진화론을 비판하던 창조론자들 대부분이 당대의 지질학 결과들을 수용하고 있었다는 점은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과학계에서는 젊은지구론이나 홍수지질학을 지지했던 과학자는 없었고 심지어 과학을 가르치는 정도의 사람들을 포함한 과학계 변두리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범위를 넓혀 성직자를 포함해서 진화론을 비판한 기독교인들 중에서도 지구나이를 6천년으로 주장한 사람들은 한두 사람 뿐이었다는 넘버스의 기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든 생명체가 비교적 최근에 문자적으로 6일 만에 출현했다고 주장하고, 화석 기록에서 진화의 흔적을 의심하며, 성경의 홍수에 지질학적 의미를 부여했던 창조론자를 발견하려면, 우리는 주류 과학계 밖을 살펴봐야 한다. 진화를 거부하는, 성직자 직분을 가진 과학 교수들이 차지하고 있었던 변두리의 과학계에도 젊은 지구를 옹호하는 사람은 없었다." (58 페이지)

20세가 되어 근본주의가 강하게 등장하면서 진화에 대한 비판은 거세지지만 심지어 초기의 근본주의자들도 지구의 오랜 역사를 받아들였고 또 많은 이들이 창세기를 문자적으로 해석하지 않는 아닌 방식을 택했습니다. (108페이지).

진화는 비과학적이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려고 타운센드는 창조론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의 명단을 처음 만들어 21명의 이름을 담았지만 그 중에서 인명사전에 없는 사람, 40년 전에 죽은 사람, 다윈의 진화론이 나오기 전에 죽은 사람들, 타분야 전공자 등을 빼면, 충분한 권위를 갖춘 생물학자는 사실 한명이었죠. 진화론 반대의 전성기였던 그 시대에도 독일의 동물학자 한사람을 겨우 꼽을 수 있었던 겁니다. (148페이지)

이런 역사적 기술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도대체 100년전의 이런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게 된 이유는 뭘까? 20세기 후반에도 젊은지구론을 지지하는 해당분야의 과학자를 찾는 건 매우 어렵지만, 반면 성직자나 일반 기독교인들의 경우에는 어쩌다가 대다수가 젊은지구론을 신봉하게 된 것일까요?

이 질문은 작은 영어활자로 600페이지나 이어지는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든 추진력이 되었습니다. 넘버스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역사적 순서에 따라 풀어갑니다.

이어지는 얘기는 후속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