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무크따 이야기] 6번째 - 소리로 빛을 창조하셨다고?

별아저씨의집 2016. 6. 4. 10:31

#‎무크따_이야기‬ 6번째

소리로 빛을 창조하셨다고?


어느 교회에서 과학-신앙 강의를 하다가 이런 질문을 했다. 성경에 하나님이 세상을 "어떻게" 창조하셨는지 그 방법에 대한 설명이 나올까? 과학연구에 참고할 만한 과학적 설명을 성경에서 찾을 수 있는지 묻는 질문이었다. 앞자리에 앉으신 분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나옵니다"

"아, 그래요? 어떻게 창조하셨다고 나오나요?"
"말씀으로 창조하셨다고 분명히 나옵니다"
"그런가요? 말씀으로 창조하셨다는 구절이 창조방법에 대한 설명일까요?"

창세기 1장 4절은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라고 기술한다. 누가 빛을 창조하셨다고? 하나님이 하셨다. 분명하다. 그런데 어떻게 창조하셨다고? 말씀으로 하셨다. 이 표현이 창조방법을 기술한 걸까?


이 구절은 하나님이 목소리가 있어서 '빛이 있으라'라는 소리를 만들어냈다는 뜻인가? 그 소리가 전달되어 뭔가 작용을 해서 그 인과관계에 의해 빛을 만들어 냈다는 설명일까? 하나님이 성대를 떨거나 혹은 다른 어떤 기작을 통해 음파를 만들어 "빛이 있으라"라는 소리를 만들어 냈다면 그 목소리는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에 가까왔을까? 아니면 톤이 높은 여자의 목소리에 가까왔을까? 그 목소리로 하나님은 히브리어로 빛이 있으라라고 하셨을까? 헬라어로 하셨을까? 영어로 하셨을까? 히브리어라고? 


아직 아무것도 창조된 것이 없던 시점에, 동물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왜 하나님은 히브리어로 소리를 내어 '빛이 있으라'라고 말을 하셔야 했을까? 


소리는 음파다. 소리는 공기와 같은 매질을 통해서 전달된다. 물속에서도 전달된다. 그러나 매질이 없는 진공에서는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 빛을 만들기 전에는 공기도 없을텐데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라는 소리를 내었다면 그 소리는 아무 곳에도 전달되지 않는다. 그럼 하나님이 빛을 만들기 전에 공기를 먼저 만들었다는 말인가? 아니면 하나님의 목소리는 특별한 음파라서 괜찮다고? 그래서 진공에서도 전달된다고? 아니, 진공이 될만한 공간은 있었나? 그럼 하나님이 빛보다 먼저 공간을 창조하신건가? 


그러니까, 하나님이 성대를 떨어서 소리를 만들어내었고 그 음파가 전달되어 무슨 작용을 해 가지고 빛이 생겨났다, 뭐 그런 뜻이 아니라는 말이다. 과학적 설명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라는 성경의 표현은 하나님이 어떻게 무슨 방법을 사용해서 빛을 만들었는가를 설명하는 구절이 아니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성경이 그 방법을 왜 설명해야 하나?) 하나님은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셨다. 이 표현은 창조의 방법을 설명하는 과학적 설명이 아니라 하나님의 전능한 창조의 능력을 설명하는 신학적 설명이다. 요한복음 1장이 떠오르지 않는가? 


창세기 1장은 하나님이 천지를 "어떻게" 창조하셨는지 과학적 방법을 설명하지 않는다. 창세기 1장은 하나님이 만물의 창조주라는 기독교 신앙의 가장 중요한 메세지 중의 하나를 담고 있다. 그 메세지는 인간의 경험과 상상력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전능한 신의 능력과 놀라운 창조의 과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부분을 담고 있다. 인간은 인간의 모습을 신에게 입혀서 신을 인간의 경험세계 안에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소위 신인동형 (anthropomorphism)의 한계다. 


창세기 1장은 고대 근동지방에 살던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상식으로 하나님이 창조주라는 메세지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의 관점에서 창조과정을 기술한다. 이런 표현들을 과학적 설명으로 읽으면 바로 창조과학식의 문자주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 함정에 빠지면 하나님이 목소리를 내어서 음파를 전달시켜서 뭔가 영향을 주어 빛을 만들었다는 식의 과학적 인과관계를 성경표현에서 찾아내려는 유혹과 오류에서 헤매게 된다. 그것은 오히려 성경이 계시하는 전능한 하나님을, 고대근동에 살던 창세기의 1차 독자들이 이해한 좁은 문자와 상식 안에 가두는 불경스런 일이 되어버린다. 


창조과학자들 중에는 '하늘을 펼치시고" 와 같은 성경 표현을 가지고 성경에 우주팽창이 이미 나와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 식의 아전인수 해석이라면 인플레이션 이론이나 상대성 이론도 성경에서 찾을 수 있겠다. 


성경을 성경으로 읽자. 성서신학자들이 들으면 코웃음칠 그런 엉뚱한 해석은 풍성한 상상력을 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런 해석을 과학적 설명이라고 주장한다면, 그대신 과학계의 정설을 거짓이라하고 과학자들은 타락했다고 음모론을 주장한다면, 그런 잘못된 해석에 근거한 창조과학류에 과학의 이름을 살짝 붙여 내세운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위대한 창조를 이해하는데 오히려 큰 걸림돌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