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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개혁주의 vs. 창조과학 - 윤철민

별아저씨의집 2016. 4. 20. 21:47
개혁신학 vs. 창조과학 - 윤철민 저.


예전에 추천받고 읽을 책 목록에 두었던 책을 드디어 손에 잡았습니다. 무척 재미있는 책입니다. 고신교단의 윤철민 목사가 쓴 이 책은 한마디로, 창조과학의 주장들이 얼마나 개혁주의 신학에 반대되는지를 풀어간 책입니다.


창조과학의 특징인 근본주의 문자적 해석이 어떻게 제칠일안식교에서 기원했는지, 세대주의 종말론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네페쉬 교리라고 하는 컬트적인 신앙이 어떻게 창조과학의 바탕이 되었는지 등을 파헤칩니다. 타락 이전에 죽음이 있었는지, 창세기의 족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등등 평소에 누구나 궁금해하던 창세기의 내용들을 훑어가면서 창조과학의 주장과 개혁주의의 신학을 차례차례 비교하고 있습니다.

책의 흐름도 재밌지만 권위있는 개혁주의 신학자들의 입장을 주욱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가령 칼빈이라든가 바빙크라든가 다양한 신학자들이 개혁주의 관점에서 성경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그리고 창조과학의 성경해석과 어떻게 다른지를 정리한 내용들을 따라가다 보면 창조과학이 성경적이라고 생각했던 흔한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독자의 흥미를 끄는 질문들을 소개하자면, 타락 이전에 죽음이 있었는가? 노아 홍수가 끝나는 시점에 하나님이 동물을 식용하도록 허락했는데 그럼 그 전에는 육식은 안 한 걸까? 타락 전에 인간은 영생하는 존재였을까? 창조과학자들은 왜 식물은 생명체가 아니라고 주장할까 등등입니다.

지난 주 토요일 대구에서 강의하면서 사자가 양을 먹는 것이 비윤리적인가?라는 질문을 슬쩍 던졌습니다. 시편 104편에 그 힌트가 있는데 비슷한 주제를 이 책에서 상당히 재밌게 풀어갑니다.

창조과학의 주장이 성경적이라고 생각했던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보고 꽤나 놀랄 것입니다. 책에서 다루는 개혁주의 관점은 수많은 개혁주의 신학자들의 저술을 바탕으로 합니다.

작년에 SFC에서 강의한 일로 고신교단 목사님들에게 비판을 쫌 받았는데 고신의 개혁주의 말로만 하지말고 정확한 개혁주의 신학을 바탕으로 창조과학의 신학적 문제를 겸허히 봐주시기 바랍니다. 창조과학의 신학적 문제가 무엇인지 궁금한 분들, 개혁주의 입장에 있는 목회자들에게도 강추합니다.

뒤쪽에는 창조과학자 김명현 교수가 주로 주장하는 한자를 성경으로 풀이하는 내용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등장합니다. 창조과학자들이 한자를 해석하는 것이나 과학을 해석하는 것이나 성경을 해석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책의 저자는 고신교단의 목사님으로 윤철민이라는 분입니다. 대학부에 속해있는 생물학 전공하는 '다은'이라는 이름의 대학생 제자를 위해 쓴 책이군요. 책의 마지막 부분, 제자에게 전하는 편지를 일부 옮겨봅니다. 대안을 지적설계로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 충격이긴 하지만 그것은 과학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봐 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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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의 핵심, 즉 개혁주의 신앙은 젊은지구창조론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육천년설이든 일만년설이든 믿지 않아도 된다. 성경은 지구 나이에 관심 없으니 이 문제에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만일 네가 젊은지구창조론을 믿는다면.. 나에 대한 신뢰를 걸고 반대하고 싶구나. 창조과학은 2등급 성경해석 + 2등급 과학이라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네 주위에도 창조과학 시노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받는 고난에 대해 미안해하지 마라. 안 받아도 될 고난을 사서 받고 있는 자학적 나르시즘일 수 있다.
...

지구 나이 육천년을 가르치면서 과하고가 신앙의 괴리를 부추기는 과학자가 되지 말고 확실한 개혁주의 전통에 근거해서, 최신 과학의 성과들을 지적 설계 가설로 잘 가르치고 전파할 수 있는 과학자가 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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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바꾸어 봅니다 .... 최신 과학의 성과들을 잘 가르치고 하나님의 창조역사를 잘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하고 알려주는 크리스천 과학자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