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2016년 서울대 기독신입생 OT강의에서

별아저씨의집 2016. 3. 1. 01:21

2월의 마지막 날 서울대 기독신입생 OT에 갔습니다. 신앙과 과학 선택식 강의를 들으러 학생들이 강의실을 메웠습니다. 다른 강의하시는 분들에게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대학 신입생들에게 공통적으로 해주고 싶은 말은 대학 4년을 단지 직업학교처럼 스펙쌓는데 보내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졸업 후 어떻게 살지, 어디에 가치를 두고 무슨 일을 하며 살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내가 사는 사회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조망해야 할지, 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깊이 고민하고 씨름해야 하는 시기가 대학시절이어야 한다고. 


전공과 교양 과목들을 들으며 단지 학점을 목표삼지 말고 내 인생과 이 사회와 우주를 조망하는 시각을 배우고 수많은 책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무엇이 내 인생을 걸 가치있는 일인지 찾는 기간으로 삼으라고 말입니다. 


물론 길찾기는 대학 이후에도 계속되겠지만 대학시절 만큼 다양한 학문을 배우고 경험하며 진지하고 깊이있게 고민할 기회는 쉽게 오지 않습니다. 졸업 후엔 비정규직, 정규직 직장 일에 밀리고 결혼, 육아로 이어지는 삶에 끌려가다 보면 40대 후반 50대가 되어서야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뒤늦게 생각해 보게 되기 싶습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이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며 대학시절을 어떻게 살지 꼰대처럼 슬쩍 도전한 뒤에 대학에서 부딪힐 과학관련 이야기들을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전투적 무신론자를 만날 수도 있고 때로는 도그마적인 근본주의자가 경건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무정부주의자를 만날 수도 있고 공산주의자를 만날 수도 있지요. 너무나 다른 가치와 생각으로 이질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고 놀랄 수도 있고 여러 강의를 들으며 자신의 기존의 가치관과 생각의 틀이 무너지는 충격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과학을 배우면서 그동안 자신이 생각했던 단순한 그림과 달라 신앙에 위협이 된다 느낄 수도 있고, 과학이 무신론의 증거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논리에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창조과학만 배웠는데 창조과학이 과학적으로 얼마나 허망한 내용인지를 깨닫게 되면 교회에서 거짓을 가르쳤다고 신앙에 회의가 올 수도 있습니다. 


대학시절 동안 다양한 도전들을 받으며 지성의 폭을 넓히고 신앙의 지적 토대를 튼튼히 쌓아야 합니다. 그 도전은 때로는 위협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성숙하고 성장할 좋은 기회입니다. 


강의 후 한 학생이 질문을 했습니다. 성경을 해석할 때 비유나 의인화 등 문자적으로 해석하지 말아야할 부분들이 있다면 성경해석이 사람마다 달라지고 비탈길에서 주욱 밀리는 것처럼 복음의 핵심도 다 잃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두렵다고 해서 성경을 무조전 문자적으로 보고 그 문자에 갇혀있는 것은 건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질문의 문을 열고 흔들려가며 고민해가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훨씬 더 건강한 신앙으로 인도합니다. 사실 지구 나이나 창조의 방법 등 과학과 관련된 성경본문을 해석하려면 성서신학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구원에 관한 복음의 핵심은 2000년 교회사가 해석해 왔지만 과학을 통해 새로 제기되는 문제들에 관해서는 그저 성경에서 읽히는 대로 생각한다면 수많은 오류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던지는 일이 두려울 수 있습니다. 다 감당하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입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왔다면 이제 그 질문들을 과감히 던져야 합니다. 그리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떠나야 합니다. 비록 그것이 괴롭고 힘들고 흔들리는 길이라도 말입니다. 


제가 믿는 바는 비록 때때로 회의하고 흔들릴 수 있어도 이해를 추구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신앙은 훨씬 더 풍성하고 든든해 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지구나 우주의 나이 같은 과학지식의 도전을 받아내지 못할 정도의 형편없는 신앙이라면 아예 버리는 것이 낫습니다.


대학신입생 여러분 대학시절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