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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SFC수련회에서 신앙과 과학에 관해 전체강의를 했습니다. 그 강의가 나중에 논란이 되었습니다. 강의내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분들이 창조과학에 비판적인 제가 SFC 수련회에서 강의를 했다는 점을 더 문제삼는 듯 보였습니다. 친-창조과학 입장을 가진 분들은 제가 진화론을 주장한다는 색깔론을 폅니다 (진화론이라는 말앞에 유신론을 붙이던 무신론을 붙이던 간에 진화론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은 진화론이니까요). 제가 창조과학을 혹독히 비판하는 입장이니 그분들의 마음도 이해는 됩니다.
수련회에서 3시간을 강의했습니다. 우주의 크기와 역사 등 현대천문학의 결과를 소개한 내용을 비롯하여 과학과 특성과 한계, 과학주의, 특별계시로서의 성경과 일반계시로서의 자연, 과학주의 무신론자들의 주장과 비판, 근본주의/문자주의 성경해석에 대한 비판, 창조과학에 대한 비판 등 많은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사실 제가 강의한 내용 중에 정확히 어떤 점이 문제가 되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근거없는 비난에는 관심이 없지만 고신측 목회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몇가지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1. 진화론을 가르쳤다?
저는 진화론을 반대합니다. 제가 반대하는 진화론은 진화주의라고 부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무신론자들이 주장하는 우연하고 무목적이고 저절로 진화되었다는 반기독교적 견해입니다. 제가 그런 진화론을 가르쳤을리는 없지요. 저는 과학이 다루는 진화현상과 그 진화현상을 설명하는 여러가지 과학이론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진화이론의 엄밀성은 과학자들이 판단할 영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두 글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 진화는 진화주의와 다르다 (국민일보 칼럼 2015.05.19) https://www.facebook.com/notes/jong...
---저보고 자꾸 진화론자라고 하는 분들에게 https://www.facebook.com/notes/jong...
2. 하나님이 진화를 사용해서 창조하셨다는 견해 (줄여서 진화적 창조)는 고신의 신학과 어긋난다?
진화라는 방법은 보다 폭넓게 말하면 인과율의 방법입니다. 하나님이 진화(혹은 인과율)라는 방법을 사용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면, 하나님이 설악산 흔들바위를 만들 때 풍화작용을 사용하면 안되고 천사를 보내서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하나님의 창조방법을 기적적, 순간적인 방법에만 제한하고 진화와 같은 인과율의 창조방법을 제한한다면 하나님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제한하는 셈이 됩니다. 자연법칙과 인과율을 통해서 하나님이 창조하시면 안된다는 것이 고신의 입장은 아닙니다.
3. 학생들에게 진화적 창조를 주장했다?
젊은지구론을 가르치는 창조과학자들은 하나님이 만년 전에 우주와 지구, 인간을 창조했다는 견해를 가르칩니다. 그리고 이 견해와 반대되는 모든 과학을 진화론이라고 규정합니다. 심지어 생물진화이론과 관련도 없는 방상성동위원소 관련 내용이나 은하까지의 거리측정 등의 내용까지도 다 진화론이라고 덮어씌웁니다. 진화에 필요한 긴 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지구의 나이가 오래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이죠. 과학뿐만 아닙니다. 신학적 입장에 대해서도 젊은지구론 창조과학의 견해가 아닌 다른 견해들은 모두 반성경적이며 성경을 훼손한다고 가르칩니다. 쉽게 말해서 젊은지구론 안 믿으면 예수 안 믿는거다라고 가르치는 것이죠. 이런 가르침은 고신의 신학에 비추어 괜찮은 건가요?
저는 진화적 창조 견해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제가 신앙과 과학 관련 강의를 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진화적 창조 입장만이 기독교적이고, 젊은지구론이나 오랜지구론이나 지적설계는 등의 다른 견해는 기독교적 견해가 아니라고 가르친 적이 없습니다. 다양한 기독교적 견해들의 스펙트럼을 가르치고 모두 하나님의 창조를 인정하는 견해라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과학을 얼마만큼 수용하는가에 따라 하나님의 창조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특히 복음주의적 견해로 수용할만한 입장의 범위를 알려줍니다. 그래서 강의 후에 제가 많이 받는 질문은 오히려 제 견해는 어떤 입장인가라는 질문입니다.
그러니 마치 창조과학자들이 젊은지구론을 가르치듯 제가 진화적 창조를 배타적으로 가르쳤다고 하면 사실관계가 맞지 않습니다.
4. 진화적 창조를 인정하는 사람은 고신이나 보수적 교회에서 강의하면 안된다?
진화적 창조를 배타적으로 가르치지도 않더라도 평소에 진화적 창조를 하나의 가능성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불러다 강의시키는 것은 안되는 걸까요? 그럼 젊은지구론을 인정하는 사람도 불러서 강의를 시키면 안 될 것입니다. 젊은지구론의 성경해석과 신학은 고신의 신학과 맞지 않습니다. (제가 잘못알고 있고 실제로 젊은지구론의 안식교적이고 세대주의적인 성경해석이 고신의 공식적 견해라면 분명히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대도 젊은지구론 견해를 인정하는 사람은 목사로도 세우고 강의도 시키면서 그외 다른 견해를 인정하는 사람은 강의에 불러서도 안된다고 차별하는 것은 매우 불공평한 이중잣대라고 하겠습니다.
5. 진화를 인정하는 견해를 가르치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네. 이 부분은 인정합니다.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배움의 혼란은 나중에 터질 폭발을 예방해 줍니다. 과연 어느 것이 더 혼란을 줄까요? 교회에서 반과학적인 내용, 가령 공룡과 사람이 같이 살았다던가, 지구의 나이가 만년이라던가, 천문학이 거짓이라던가 등을 배우던 학생이 학교에서 과학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교회에서 거짓을 배웠다고 생각하게 되면 더 큰 혼란을 주지 않겠습니까?
지구의 나이나, 우주의 팽창이나, 종의 분화나 과학은 경험적 증거에 근거하여 매우 강한 논거를 제시합니다. 과학의 전문성을 우습게 보기 어렵습니다. 과학다큐멘타리나 과학뉴스, 대중과학서적, 인터넷 과학기사,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 내용 등을 만만히 보는 것은 커다란 오판입니다. 학생들은 과학을 배우고 수용하는 입장에 있는데, 무신론자에게 과학을 배우면서 교회가 거짓말을 했다고 분개하며 신앙을 버리는 일은 걱정이 염려되지 않습니까? 저는 주로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서 메세지나 이메일을 받기 때문에 매우 우려가 되고 가슴이 아픕니다. 무신론 과학자가 아니라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과학을 배우고 그 과학의 내용이 무신론의 증거가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를 잘 드러낸다고 배우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지 않겠습니까?
학생들이 그동안 알고 있던 내용과 다르기 때문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염려는 이해합니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이제 성인입니다. 지식과 세계관이 신앙과 더불어 자라가야 할 때입니다. 과학을 배우며 생기는 질문들을 덮어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 문제는 언젠가 터져서 신앙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쉽지않더라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아기는 배꼽에서 태어난다고 알고 있던 아이들이 성에 대해 눈을 뜨면 물론 충격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 혼란이 염려되어 성인이 되어가는 아이들에게 여전히 아기는 배꼽에서 태어난다고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6. 성경을 맘대로 해석하고 과학을 성경위에 둔다.
이런 비난은 근거없다 하겠습니다. 창세기 1장에 대한 해석이 쉽지 않다는 것은 다들 잘 아는 사실이고 제가 지지하는 성경해석은 복음주의적 스펙트럼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제가 복음주의 스펙트럼에 남아있으려고 애써서 그런 것이 아니라 성경과 자연을 동시에 보는 제 시각을 토대로 생긴 것이겠습니다. 과학을 성경 위에 둔다는 식의 근거없는 비난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제시하겠습니다.
-- 나의 성경해석을 성경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벗어나라https://www.facebook.com/notes/jong...
7. 진화를 인정하면 원죄 교리에 혼란을 준다?
목회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성도들이 잘못된 생각으로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 목회적 염려에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원죄가 생물학적으로 유전되는 것인지 인간이라는 존재가 존재론적으로 갖는 것인지 등은 신학적으로 논란이 되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순각적으로 창조하면 이 문제가 쉬워지고 자연법칙을 통해 긴 시간동안 창조하면 이 문제가 더 어려워질까요? 글쎄요. 하나님의 창조의 방법 자체가 교리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상당힌 순진한 생각입니다.
더 솔직히 말해봅시다. 목회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들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는 일이 아닐까요? 신학교에서 신학은 배웠지만 과학에 대해서는 많이 배우지 못했고 어디까지가 과학의 엄밀성이 담보되는 내용이고 어디까지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이야기인지도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신학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나님의 창조가 신학적으로 뭐 그리 쉽게 풀리는 문제이겠습니까? 그러니 과학을 배운 성도들이 던지는 다양한 질문이 두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질문을 막고 젊은지구론식으로 하나님을 마술사처럼 그려놓고 덮고 넘어가는 것은 건강한 신앙을 위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창조는 신비입니다. 과학은 그 신비의 극히 일부분을 파악해 갈 뿐입니다.
저는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과학이 아무리 새롭고 충격적인 내용을 밝혀낸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창조와는 다른 충격적 모습을 던져 준다고 하더라도 결국 하나님이 창조하셨음을 믿을 것입니다. 그것은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가장 기본되는 믿음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값없이 주시는 은혜를 믿고 경험하는 사람으로서 성경의 내용에서 이성과 합리성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혹은 과학과 부딪히는 듯이 보이는 내용들이 혼란과 고민을 줄 때 오히려 예수를 의지할 것입니다. 그것은 나같은 죄인에게 구원과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였다는 결코 이성과 합리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이 두렵지 않고 예수의 가르침대로 진리 안에서 자유하기를 갈망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과학이 걸림돌이 되는 (혹은 걸림돌이 될) 모든 크리스쳔들에게도 동일한 진리와 자유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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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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