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다/생각거리

대학원생 사역의 필요성

별아저씨의집 1997. 8. 22. 16:00
이 글을 쓴 지 벌써 십년이 넘었군요. 기록으로 남깁니다.

대학원생 사역의 필요성

(1997년) 우종학 (서울지역 GSF대표)

이시대에 여기 이땅에서 살고 있는 대학원생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이런 생각을 하 기 시작하게 된것은 GSF(기독대학원생모임)을 만나면서였다. 대학원에서 첫학기를 보내고 나서 나는 대학원에서의 삶이 얼마나 영적으로 피페할수 있는가와 내가 하고 있는 천문학이 라는 것과 하나님의 나라가 어떻게 연관되어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학부에서 선교단체를 거치면서 공동체의 귀중함과 유익함을 맛보았고 교회에서도 리더모임을을 통해 청년부가 바로 세워지기를 소망하면서 노력했던 기억들이 있었기에 공동체에 대한 필요는 끊임없이 자신의 내부에서 들리는 외침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나를 휘감았던 문제는 기독교세계관을 공부했고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 님의 나라를 위해 살아야한다고 배웠으며 또 그렇게 하기 원했던 것과는 달리, 읽어야할 논 문들과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쌓여가는 대학원의 삶 어디에서도 하나님 나라의 실마리를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천문학은 나의 신앙과는 별개인 또하나의 평행축인가? 그런 문제는 개 인 역량부족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이런 고민을 마땅히 털어놓을 곳이 없었고 또한 도움을 받을수있는 사람도 알지못했다는 것이 어쩌면 보다 큰 문제였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알게 된 GSF의 수련회에 참석하게 되었고 거기서 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 었다. 그러한 고민들은 나만의 고민이 아니며 흩어져 서로 알지 못하는 수많은 그리스도인 대학원생들 혹은 그이후 과정에 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문제였던 것이다.

과연 대학원생들의 삶의 상황은 어떠한가? 대학원생들은 한편으로는 학생이고 한편으로는 직장인이라고 할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불안정한 단계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수 있다. 그것은 대학원생들이 처한 삶의 특성에 기인하며 그 특성은 세가 지로 얘기될 수 있을것이다.

첫째, 대학원생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게 된 또래 들과는 달리 여전히 불투명한 미래를 앞두고 있다. 물론 모든 이의 미래가 불투명하겠지만, 계속 공부를 해야할지 혹은 취직을 해야할지 또 공부를 한다면 어느 쪽으로 어디서 해야할 지를 결정해야하는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에 직장에 다니는 같은 또래 집단의 동기들 보다 는 훨씬 불안정한 위치에 처해있다. 더군다나 대학원에서의 공부가 안정된 미래를 보장해주 지 못하기 때문에 진로에 대한 문제는 끊임없는 불안정의 요소로 다가올수 밖에 없다.

둘째 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에 비해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은 경제 적으로 독립하지 못한상태에 있기 쉽다. 학비에 대한 부담감과 오히려 학부때 보다 씀씀이 가 커진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도 짐이된다. 물론 이공계의 특별한 경우에는 장학금으로 생 활비까지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이 다른 일들을 통해서 경제적인 문 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상황에 있다.

세째는 대학원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물론 과마 다 다른 경향을 보이겠지만많은 대학원생들이 교수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수 가 지닌 권위는 일반 직장의 상사가 가진 것보다 훨씬 강력한것이라고 할수 있다. 특히 별 로 인격적이지 못한 교수를 만나게 되는 경우에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에게 당하는 노동착취 는 언급하기 어려울정도이다. 물론 그렇게 심한 교수를 만나지 않더라도 이공계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퇴근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며 스스로 시간을 사용하기가 매우 어렵고 교수의 권위 에 의해 다른 모든것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는 형태로 대학원에서의 삶을 보낸다. 비이 공계생의 경우에는 상황이 매우 다를수 있겠지만 교수의 권위는 학위 논문의 방향이나 내 용, 학생의 진로문제, 학생의 시간, 경제적인 문제에까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대학원 생들은 대부분 그러한 교수의 권위아래서 자유롭지 못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삶의 정황에서 살아가고 있는 대학원생들은 오히려 학부때보다 더 갈급한 목마름 을 느끼게 되지만 이들의 삶의 독특성을 이해하고 받아줄수 있는 공동체를 찾는 것은 오아 시스를 찾는 것보다 어렵다. 더 나아가 자기가 하고 있는 실험이나 공부가 과연 하나님의 나라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고민하게 될때 이들의 고민을 교회 목사님이나 청년부에서 소 화해내고 받아줄수 있을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또한 지도교수 (그가 크리스찬 교수라 고 해도)가 이러한 문제에 열려 있어서 대학원생들을 도와줄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 것이 많은 대학원생이 처한 현실이다.

기독대학원생들의 필요는 크게 두가지 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지속되는 하나님과의 관계와 공동체와 연관되는 영성에 관한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학문과 기독신앙과 관계되는 지성의 측면이다. 이 두 측면은 분리되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에 따라서 느끼는 필요의 정도가 다르다고 할수있다. 우선 영성에 관한 얘기를 먼저 해보면 그리스도인으로의 훈련이 학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삶에서 계속되어야하며 삶을 통한 그리스도의 증인으 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서 다들 동의한다. 그러나 특별히 대학원생 들에 대한 비젼을 갖고 대학원생들의 특성을 이해하며 사역하는 단체가 없으며 현실적으로 대학원에 들어온 이후에 훈련받고 더 성숙한 신앙을 갖도록 도와줄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특히 대학원생들이 처한 삶의 정황을 깊이 인식하며 그들이 바른 신앙인으로 성숙할수 있도 록 도우며 이후에 사회속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미칠것을 소망하면서 꿈을 꾸는 단체가 별로 없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대학원생들의 필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실용적인 학문이건 보다 원론적인 학문이건 간에 남들보다 좀더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며 자기가 하는 공부 혹은 실 험과 자신의 신앙이 어떻게 관련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학교에서의 연구와 교회 에서의 신앙이 분리되는 이원론적 경향을 넘어서야하는 과제를 포함해서 말이다.

이러한 지 성적인 필요는 두가지로 나눠볼수가 있다. 첫째는 아직은 학생의 입장에서 앞으로 지성인으 로 책임있게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훈련할 것인가라는 부분이다. 예를 들서 성정 치에 대한 담론이나 진화론의 입장에서 기독신앙을 비판하는 담론들이 나올때 신앙고백적인 수준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있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침묵하지 않고 대응할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지성적인 준비와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둘째로는 자신의 학문분야 에서 어떻게 기독교신앙을 가지고 사고하며 올바른 그리스도인 경제학자, 그리스도인 과학 자, 혹은 그리스도인 문학가가 될것인가하는 것이다(여기서 올바른 이란 단어의 의미에 대 해서는 깊이있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지성적 필요의 채움은 결코 혼자서 해 나갈 수가 없다. 기독교적으로 사고하기 위한 훈련과 학제간의 관심을 갖는 일이나 자신의 분야 에서 구체적인 일을 통해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는 일은 결국 함께 할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대학원생들에 대해 비젼을 가지고 기독대학원생들의 필요를 채워가기 위해서는 두가지가 이루어져야한다.

첫째는 대학원생들의 공동체가 세워지는 일이다. 단지 학부를 돕거나 교회 에서 봉사하는 일뿐 아니라 대학원생들의 영혼을 사모하고 그들을 그리스도께 돌아오게 하 며 함께 훈련할수 있는 대학원생 사역 단체가 세워져야 한다. 그것은 GSF이건 CCC학사회 건 SFC대학원생모임이건 큰 상관이 없다. 각 학교별로 대학원생들의 공동체가 어떤 이름으 로든지 모여서 대학원생들이 처한 상황에 가장 적합한 공동체가 꾸려진다면 얼마나 고무적 인 일이 될것인가?

둘째로는 대학원생간의 혹은 대학원생모임간의 network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원생들의 지성적인 필요를 채우고 기독교적 학문이라는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결 국 갖은 분야 혹은 비슷한 분야의 전공별 모임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그리스도인 대학 교수들이나 연구원들의 모임과도 서로 연결되어야 하며 이러한 연합이 이루어질때 진정한 기독교적 학문운동의 결과들이 나올수 있다. GSF는 지난 3년 동안 여름과 겨울마다 수련회를 거치면서 운동의 방향성에 대해 계속 고 민해왔으며 분리될수 없는 영성과 지성이라는 한축의 두 바퀴를 균형있게 유지하면서 천천 히 달려가고 있다. 지난학기에는 한달에 한번씩 서울지역모임라는 학기중 모임을 처음으로 시도하였다. 방학중의 수련회만으로는 담기 어려운 여러가지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 이기도 했다. 서울지역모임에 대학원생들의 지성적 필요를 담아갈수 있기를 바라고 또한 network의 장으로 활성화 되기 원한다. 예를 들어서 한달에 한번 모이는 모임을 위해 창천 교회와 같은 넓은 장소를 빌리고 GSF나 SFC, JOY, CCC, ESF 혹은 큰 교회의 청년부모임이 함께 모이고 기학연이나 혹은 그밖의 단체에서 훌륭한 강사진이 준비된다면 함께 모이는 대 학원생들은 소속이 어디든지 간에 좋은 내용을 공급받아 지성적인 필요들을 채워가며 훈련 할수 있을것이고 기학연과 같은 기독교수들의 모임도 자극을 받게될 것이다. 또한 그러한 모임후에는 각 단체별로 따로 fellowship을 갖고 나름대로의 필요를 채워간다면 바람직한 모임의 장이 될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뿐만아니라 서로 다른 단체에 속해 있다하더라도 정 보를 공유하게 되고 결국 사람을 서로 알아갈수 있으므로 점진적으로는 전공별 소모임을 꾸 려나갈수 있는 포텐셜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한 5년후에 어느 대학원 신입생이 찾아와 신앙과 전공의 갈등으로 고민중이라고 할 때 그 의 필요에 맞는 모임과 사람을 그리고 그에게 줄수 있는 글들이 있게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