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의 글과 칼럼

저보고 자꾸 진화론자라고 하시는 분들께

별아저씨의집 2015. 6. 28. 04:41

저보고 자꾸 진화론자라고 하시는 분들께


1. 저는 "진화론"을 믿지 않습니다. 


여기서 진화론이란 "모든 것"이 우연히, 목적없이, 스스로, 신없이 생겨났다고 믿는 세계관(신앙)입니다. 저는 보통 "무신론적 진화주의"라고 표현합니다. 저는 이런 진화론을 주장하는 진화론자가 아닙니다. 

2. 저는 흔히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는 "유신론적 진화론"을 믿지 않습니다. 

여기서 왜곡된 "유신론적 진화론"이란 "모든 것"이 우연히, 목적없이, 스스로 생겨났다고 믿고, 그리고 동시에 신을 믿는 입장입니다. 이런 의미의 '유신론적 진화론'은 그 자체가 논리적으로 모순입니다. 창조과학자들이 저를 가르켜, '크리스쳔이라고 하면서 진화론을 주장하는 유신론적 진화론자다' 라고 비판할 때는 이런 의미로 비판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유신론적 진화론"을 믿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를 이런 의미의 유신론적 진화론자라고 비판하면 저는 "뭔소린가?" 합니다. 

3. 저는 다양한 형태의 진화가 실제로 일어났다고 인정합니다. 

여기서 진화는 시간에 따른 변화로 그 대상에 과학적으로 의미있는 수준의 변화가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우주의 진화나 지구의 진화, 그리고 생물의 진화는 자연세계의 관찰을 통해서 충분히 과학적으로 입증된다는 것이 과학자로서의 저의 판단입니다. 여기서 우주 진화는 우주의 크기가 팽창한다는 것, 우주가 매우 오래되었다는 것, 은하와 별과 같은 복잡한 구조가 나중에 생겼다는 것 등을 포함합니다. 생물의 진화는 생물의 종이 시간이 따라 점점 더 분화된다는 것, 지구역사가 흘러감에 따라 보다 복잡한 형태의 종이 출현했다는 것, 종들이 공통조상에서 다선적으로 분화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 등을 포함합니다. 

4. 저는 3에서 다룬 다양한 형태의 진화 (시간적 변화)가 일어난 과정과 인과관계가 상당부분 과학을 통해 설명되고 있다고 봅니다. 

우주론과 천체물리가 관측 증거를 바탕으로 우주의 진화의 큰틀을 잘 설명하고 있다고 봅니다. 생물진화 (즉 종의 분화와 복잡성의 증가)의 경우, 마찬가지로 화석과 유전자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학적 증거들이 진화를 큰 틀에서 설명한다고 봅니다. 

5. 저는 생물진화가 과학으로 완벽히 규명되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생물학의 역사, 특히 종의 분화를 연구하는 분야는 물리학이나 다른 과학 분야에 비해 역사가 짧은 편이며 종의 분화의 기작(진화 메카니즘)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생물학자들이 서로 논쟁하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진화이론이 얼마나 진화를 잘 규명하는가에 관해서는 생물학자들이 판단해야 하며, 과학적 엄밀성에 대한 판단은 학자들마다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생물진화이론이 완성된 이론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6. 생물진화에 대한 완벽한 규명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즉, 진화이론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진화가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화는 현상이고 진화이론은 그 진화를 설명하려는 과학입니다. 과학의 미완성이 현상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태양이 빛을 내는 이유를 완벽히 모른다고 해서 태양이 가짜라고 할 수 없는 이유와 같습니다. 

7. 생물진화 (즉 종의 분화)는 과학으로 어느 정도 잘 설명되지만 최초의 생명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흔히 화학진화라고 합니다)에 관해서는 신통한 과학이론이 없습니다. 아울러, 우주진화는 잘 설명되지만, 빅뱅 혹은 우주가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물리학적 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 엄밀한 과학이론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8. 진화를 믿는다고 혹은 진화를 수용한다고 누가 말하면 그 말은 다양한 의미일 수 있습니다. 

과학자가 진화는 팩트다라고 말하면 이런 뜻이 됩니다. 가령, 지구에 생명체가 없었던 긴 시기가 있었다가 어느 시기 이후에는 생명체가 존재하기 시작했다. 이 결론은 과학적으로 의심하기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생물진화에 관해서도 1억년 전과 수천만년 전, 그리고 수백만년 전을 비교할 때 더 복잡한 생물들이 나중에 출현했다. 이런 뜻으로 진화는 사실이다 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결론도 과학적으로 입증됩니다. 과학자들이 진화는 팩트다라고 할때는 단지 이런 시간에 따른 변화를 의미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이런 시간에 따른 변화가 인과관계에 의해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과학자들이 자연현상을 보는 기본 생각입니다 (이런 접근방식을 자연주의적 방법론이라고 합니다). 물론 시간에 따른 변화 (즉 진화)가 인과관계로 설명되지 않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습니다.

9. 저는 천체물리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그리고 생물학의 전문성이 천문학의 전문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짐을 인정하는 입장에서, 다음을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우주의 나이는 매우 오래되었고 지구의 나이도 매우 오래되었다. 그리고 지구 역사에서 복잡한 생물 종이 나중에 출현했다. 저는 최소한 이 내용은 거부하기 어려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 봅니다. 물론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이 최소 범위를 넘어섭니다.

10. 그렇다면 신은 어떻게 생물의 종들을 창조했을까요? 두가지가 가능합니다. 

10-1. 첫째, 신이 직접 종의 분화를 기적적으로 일으키는 방법입니다. 

진화가 너무나 일어나기 어렵고 종의 분화 (생물진화)는 신이 직접 일으킨 것으로 볼수 밖에 없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를 특별 창조 혹은 기적적 창조라고 합니다. 46억 년의 지구 역사 동안, 혹은 수억~수십억년 의 생물의 역사 동안 그 수많은 종들을 수백만년 마다 혹은 수만년 마다 신이 직접 자연계에 간섭해서 종을 분화시키는 방법입니다. 오랜지구론을 주장하는 창조과학자들 중의 일부는 이런 입장을 갖습니다. 


10-2. 둘째, 신이 자연적 기작 (자연의 인과관계)을 사용하여 생물의 종을 분화시키는 방법입니다. 


즉, 자연의 원인들 (유전자 변이 등 과학자들이 밝힌 혹은 앞으로 밝힐 인과관계)을 사용하여 신이 종을 분화시켰고 이를 통해 복잡한 종들이 점점 나중에 출현하게 창조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방식의 신의 창조를 믿는 입장을 "진화적 창조" 라고 하고 이를 수용하는 입장을 진화 창조론이라고 합니다.

11. 지구 역사의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종들이 출현했고 분화된 것은 과학자들에게 분명해 보입니다 


(즉 생물진화는 분명해 보입니다. 단 창조과학자들은 지구의 연대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그들에게는 전혀 분명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일어났는가라는 것입니다. 이 질문은 과학자들이 던지는 질문 (즉 진화가 어떻게 일어났는가)이고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바로 진화이론들입니다. 

12. 성경은 창조의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지 않습니다. 


창세기 1,2장은 신의 창조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책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답을 찾으려는 시도는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다시 말하면 창세기 1장은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생물의 종을 분화시킨 하나님의 창조의 방법이 특별한 (자연계 안으로 간섭을 통한 기적적) 방법이었는지, 혹은 인과관계를 통한 자연적 방법이었는지에 대해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세기는 가능한 두가지 창조의 방법 (10-1 과 10-2)과 모순되지 않고 둘 중 하나를 직접적으로 지지하거나 거부하지도 않습니다. 즉, 성경본문만을 가지고 창조의 방법을 분별할 수 없습니다. 

13. 그러나 신학적으로 보면 신이 종의 분화를 기적적인 방법으로 직접 일으킨다고 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신의 action이 자연계에서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관해 많은 과학신학의 탐구가 있었고, 현재 2015년 시점에도 많은 종들이 분화되는 것이 직접 관찰되고 실험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신이 종의 분화를 기적적인 방법으로 직접 일으킨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따릅니다. 물론 이 문제는 신의 역사에 대한 신학적 판단이며 신학자들 간에 다양한 논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신이 자연적 방법을 통해 창조한다고 보는 입장, 소위, non-interventionism 비간섭주의로 요약되는 입장은 간섭주의에 비해 오히려 신의 지혜와 능력을 드러내는 입장이라고 봅니다. (물론 비간섭주의가 기적을 배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이신론도 아닙니다).

14. 위의 논점들을 종합해서 저는 하나님이 주신 자연이라는 일반계시의 책에, 진화적 창조가 잘 드러나 있다고 보는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1) 신의 창조를 믿고, 2) 신의 창조의 방법이 기적적일 수도 자연적일 수도 있다고 믿고, 3) 과학으로 설명되는 우주진화나 생물진화는 하나님이 자연적 방법으로 창조하셨음을 드러낸다고 믿고, 4) 그리고 지금도 우주의 다양한 창조물들을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섭리하신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 입장은 "모든 것"이 우연히, 목적없이, 스스로 생겨났다고 보는 입장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저를 제가 주장하지도 않는 유신론적 진화론자라고 부르거나 제 견해를 오해 혹은 오도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