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지구론도 진화창조론도 나는 싫다?
요즘 젊은지구론 논쟁에 대해서 의견을 표명하시는 분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그글들을 보면서 몇가지 생각이 듭니다. 젊은지구론에 대한 비판은 최근에 제가 칼럼 등을 통해서 제기했으니 아마도 최근 논쟁의 중심 근처에 제가 있는 듯 합니다.
1. 우선, 눈에 들어온 내용은 양비론입니다. 젊은지구론이 과학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진화창조론도 과학으로 문제가 많다는 주장이죠. 이런 식의 주장은 균형잡힌 시각은 아닙니다.
지구연대에 관한 과학계의 결론이 나온지는 이미 백년 가까이 되었고 그에 비하면 생물진화를 다루는 과학은 여전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둘다 문제가 있다는 식의 양비론은 문제의 경중을 완전히 오도하는 셈입니다. 특히 이런 의견들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분들이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아직 양자역학에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해서 양자역학도 틀렸고 천동설도 틀렸다고 양비론을 제기한다면 과학자들이 보기엔 좀 우스운 꼴이 됩니다.
2. 둘째, 젊은지구론과 진화창조론 입장이 서로 싸우지 말고 대화하고 평화롭게 가야한다는 주장들이 눈에 띕니다. 그런 글들을 보면, 흠.. 언제 두 입장이 싸웠는지가 매우 궁금해집니다. 아마도 저의 젊은지구론 비판이 그런 주장이 나온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쎄요.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싸운다는 것이 무엇이고 대화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과학에 대한 옳고 그름, 성경 해석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고 논하는 것을 왜 싸움이라고 보는 지 모르겠네요. 가령, 젊은지구가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 싸움을 거는 거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과학자는 과학을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고 그것이 어떤 면에서는 하나님나라에서의 역할이고 소명입니다. 물론 저를 기독교인이 아닌 듯이 비판하는 창조과학자들의 주장을 보면 대화하자는 얘기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너 예수 믿는거 맞어? 이렇게 공격하는 것은 싸움이지요. 그러나 지구가 젊다는 얘기는 과학적으로 넌센스야. 이렇게 알려주는 것은 교육입니다. 마치 젊은지구론에 대한 논쟁을 그리스도인들이 피해야 하고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들을 보면 황당하게 느껴집니다. 어떻게 평화롭게 대화하라는 걸까요. 그러니까 평화롭게 대화하지 않았다는 걸까요? 가령, 예수가 실존인물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교회에 큰 문제를 일으킨다면 잘못된 점을 하나하나 지적해 주는 것이 취해야 할 태도가 이닐까요? 지구가 젊다는 젊은지구론의 주장을 제대로 따져 주어야 하는 것은 과학자의 의무입니다. 이런 일을 그동안 안 했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젊은지구론이 판을 치고 있는 것입니다. 마크 놀의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달을 보면 정확히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3. 셋째, 양비론을 가지고 적절히 중간에 서는 입장은 제가 보기엔 비겁하거나 혹은 문제의 심각성을 못느끼는 입장처럼 보입니다. 가령, 젊은지구론도 틀렸고 진화창조론도 틀렸다. 반면, 나는 오랜지구론입장이다라는 것이죠. 심정적으로 이 입장을 갖는 분들을 이해합니다. 젊은지구론은 대부분의 과학을 부정하니 아닌 것 같고 진화를 인정하기에는 신학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중간적인 입장을 선택하는 것이죠. 더군다나 진화과학이 얼마나 엄밀한지를 파악할 전문성은 없는데다가 창조과학의 반진화 주장들만 일방적으로 들어와서 심각한 정보의 뷸균형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오랜지구론이 편한 입장이겠습니다.
그러나 지구연대나 우주기원를 다루는 과학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지만 오랜지구는 받아들이는 반면, 생물진화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부족하면서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는 모순적입니다. 이중잣대인 셈이죠. 특히 지질학자나 천문학자의 설명은 받아들이고 생물학자의 설명은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충분한 공부와 검토를 통한 결론이 아니라 다분히 선입견이 들어있고 심리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지적으로 불성실한 태도인 것이죠.
물론 모든 사람에게 이 문제를 공부하고 결론내리라는 이야기를 할 수 는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그분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잘 모르면서도 뭔가를 주장하는 사람들입니다. 조금 알면서 마치 전세계의 과학자들과 맞먹고 맞짱을 뜨는 분들은 매우 용감한 분들입니다. 약은 약사에게 병은 의사에게 라는 말처럼, 과학은 과학자에게 신학은 신학자에게 배우려는 태도가 바로 바른 태도이며 대화를 이끄는 태도입니다.
4. 넷째로, 젊은지구론에 대한 비판을 진화창조론과의 대결구도로 보는 시각입니다. 하나님이 진화를 통해서 창조하셨다는 입장을 수용하는 진화창조론과 하나님은 우주와 지구를 만년 전에 창조하셨다는 입장을 주장하는 젊은지구론 중에 어느 것이 더 복음의 진보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까요? 진화론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젊은지구론의 피해가 심각합니다. 교회에서 젊은지구론을 배우고 학교에서 우주와 지구의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 교회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고 교회를 떠나고 신앙을 잃는 학생들.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습니까. 그들이 신앙을 잃는 것이 진화론 때문인가요? 아닙니다. 젊은지구론 때문이죠.
오랜지구론이나 지적설계 입장을 갖는 사람들은 젊은지구론의 폐해에 대해 보다 심각하게 고민하고 문제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분들 진화창조론은 목소리를 높여 비판하면서 젊은지구론은 왜 비판하지 않습니까? 젊은지구론이 틀렸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하면서도 왜 젊은지구론의 심각한 피해들을 직시하지 않을까요? 제가 보기엔 이분들 젊은지구론 문제의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 왜면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젊은지구론을 비판하면서 생물진화를 옹호하는 얘기는 별로 하지도 않았는데도 젊은지구론과 진화창조론의 색깔논쟁으로 보는 시각은 참 아쉽습니다. 지구나이가 1만년인가 와 생물은 진화했는가는 과학으로 보면 학문의 영역이 다른 두가지 다른 이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