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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2015년 2월 서울대학교 자연대학 공개강연회 '과학자의 꿈과 도전' 강연집에 실은 원고입니다. 


인터스텔라의 우주와 블랙홀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우주가 우리를 부른다. 오색찬란한 모습을 넘어 인간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전자기파의 다양한 얼굴을 가진 빛이 변화무쌍한 우주의 베일을 벗기고는 끊임없이 손짓한다. 시시각각 터지는 우주의 불꽃놀이가 우리의 시선을 끈다. 짧은 인생과 아담한 인류의 역사를 비웃기라도 하듯, 우주의 주인공들이 알듯 말듯 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인다. 지구라는 좁은 동굴을 나와 드넓은 우주의 화려함을 한 번쯤 구경해 보지 않겠느냐고.

 

1.     인터스텔라의 우주

 

인터스텔라의 우주가 무한히 펼쳐진다. 인터스텔라는 별 사이의 공간이라는 말이다. 밤하늘에 보이는 수천 개의 별들이 차지하는 공간은 대부분 빈공간, 인터스텔라이다. 그래서 인터스텔라는 우주공간을 의미한다. 하와이에 있는 고도 4200미터의 산, 마우나 키아의 정상에서 세계의 최상급의 망원경 관측시설을 통해 우리는 수 십억 광년 떨어진 먼 우주에서 은하들을 목격한다. 빛이 오는데 수 십억 년이 걸리는 먼 우주에 있는 이 은하들은 근처에 있는 은하들에 비하면 젊어 보인다. 광속은 유한하기 때문에 멀리 볼수록 빛이 도달하는 시간은 길어지고, 그래서 과거를 보게 된다. 인터스텔라의 우주로 나가면 시공간은 그렇게 하나가 된다. 천문학의 창을 통해 우리는 어린시절부터 현재의 모습까지 우주의 다양한 모습을 탐구한다.


         광대한 시공간의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그 답은 밤하늘이 어둡다는 단순한 사실에서 출발한다. 케플러는 무한한 우주, 변함없는 우주라면 무한한 숫자의 별이 존재할 것이고 그래서 밤하늘은 별들로 가득차서 낮처럼 밝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올버스의 역설로 알려진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주가 무한하고 정적이라면 마치 나무가 빽빽한 숲에서 하늘을 내다 볼 수 없듯이, 우리의 시선방향 어디에나 별이 존재해서 우리는 결코 밤하늘에서 어두운 영역을 찾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밤하늘이 밝지 않고 어둡다는 사실은 우주가 무한하지 않거나 혹은 우주가 정적이지 않음을 알려준다. 추리소설로 유명한 작가 알렌 포우는 우주가 너무나 커서 멀리있는 별빛들은 아직 지구에 도착하지 않은 것이라는 설득력있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 역설은 에드윈 허블이 우주팽창을 발견하며 풀리기 시작한다.


      우주는 끝없이 변해왔다. 시간이 흐르며 우주는 점점 더 팽창하여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 끝은 백억 광년도 넘는 거리에 있다. 우리가 사는 우주는 138억년 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대폭발로 시작되었으며 유한한 나이를 갖는 우주에서는 무한 개의 별을 볼 수는 없다. 밤하늘이 어두운 이유다.


    우주는 진화한다. 원자 크기보작았던 시공간은 빠르게 팽창하기 시작했고 138 억년이 지난 오늘, 한히 넓어 보이는 우주는 여전 크게 더 빠르게 팽창한다. 잔한 다처럼 균일하고 심하던 기 우주는 세월동안 동적이고 흥미진진한 우주로 성장했다. 텅빈 한 우주공간은 중력의 지휘 아래 암흑물질들이 병합을 거듭하며 거미줄처럼 얽힌 거시구조로 채워졌, 밀도가 높은 영역을 중심으로 억개가 는 거대한 은하들이 탄생했다. 각각의 은하들은 가스가 뭉쳐 탄생수백, 수천 억 개의 들을 거느리며 인터스렐라의 우주를 화려하게 수놓는다.

 




   그림 1.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찍은 eXtreme Deep Field. 보름달 크기의 1/50에 해당하는 작은 영역에는 5500개 가량의 은하가 담겨있다. 수십 억 광년 가량의 먼 거리에 존재하는 작은 크기의 은하들은 젊은 은하의 모습을 보여준다. (출처: 나사 허블우주망원경 eXtreme Deep Field )

     

2.    블랙홀

 

우주가 보여주는 신비로운 현상들 앞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우주는 인간의 지성에 담기지도 않은 경이로움을 드러내며 과학자들의 애를 태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간의 일상적 경험과 다른 도전을 주는 대상은 블랙홀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밀러 행성은 블랙홀 근처에서 위치한다. 블랙홀에 의해 휘어진 시공간 때문에 밀러행성에서 보낸 1시간은 지구에서 보낸 7년의 시간에 해당한다. 그 행성에서 몇 시간을 보내는 동안 지구사람들은 수십 년의 나이를 먹어버렸다. 시간의 절대성에서 벗어나 보지 못한 우리는 이 놀라운 시간의 상대성에 입이 딱 벌어진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의 시간지연 효과는 실험을 통해 이미 확증되었으며 영화에서 벌어진 사건은 실제로 일어날 개연성이 있다.


        시간의 상대성이 블랙홀의 물리라면, 블랙홀이나 웜홀을 통한 우주여행은 과학의 한계를 넘어 인간의 상상력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사실, 무한의 밀도, 무한대의 중력은 과학의 언어인 수학으로 기술하기에 벅차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블랙홀을 통한 우주여행에는 3대 법칙이 있다. ‘로또 여행의 법칙, 일방통행의 법칙, 그리고 묻지마 여행의 법칙이다. ‘로또 여행의 법칙이란, 블랙홀이나 웜홀을 찾아서 여행을 시작하기가 복권에 당첨되는 것 만큼, 아니 그 이상 어렵다는 뜻이다. 보이지도 않는 블랙홀을 찾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 겠는가? 불안정한 웜홀은 우주여행자들을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일방통행의 법칙이란 블랙홀을 통한 우주여행에서 돌아올 수 없다는 뜻이다. 사건지평선을 넘어 특이점에 가까이 가게 되면 인간의 몸은 블랙홀의 막대한 중력에 의해 산산히 부서지고 만다. 아무리 튼튼한 우주선을 만들어도 별로 소용없을 듯 하다.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여행, 그래도 위대한 탐험정신을 가진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나설지도 모른다. ‘묻지마 여행이라는 말은 블랙홀이나 웜홀을 통한 우주여행이 성공한다고 해도 목적지가 어디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다. 웜홀을 통과하면 우주 시공간의 어디로 나오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 목적지를 모르는 묻지마 여행이 흥미진진할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상품을 팔아야 하는 여행사의 입장에서는 이 상품을 눈독을 들일 것 같지는 않다.

 

상상력의 영역에서 한발 짝 내려와 과학의 세계를 보아도, 블랙홀은 충분히 흥미롭고 다채롭다. 주변의 별이나 가스의 운동을 정밀하게 측정하여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역학적 증거를 찾은 지도 2십년 가까이 지났다. 모든 블랙홀이 검은 것은 아니다. 활화산에 유비되듯이, 가스를 유입하는 활동성 블랙홀은 천억 개의 별빛이 합쳐진 은하가 내는 빛보다 강한 빛을 사건지평선 밖에서 방출하기도 한다. 태양보다 백만 배 이상 무거운 거대블랙홀들은 퀘이사로 알려진 진화과정을 통해 엑스선에서 전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얼굴을 드러내는 우주의  괴물이다.

 

블랙홀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연구하다보면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 있다. 아마도 블랙홀은 연구자의 시간도 느리게가도록 만드는지도 모른다. 인터스텔라의 우주와 블랙홀, 그 경이로움에 과학자들은 인생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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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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