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삿포로 학회를 마치고

별아저씨의집 2013. 8. 24. 07:55



4일간의 학회를 마치고 토요일 이른 새벽, 삿뽀로의 치토세 공항에 왔습니다. 삿뽀로는 일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도시이지만 이른 새벽 국제선 고객은 별로 없는지 이민국이 8시부터 연답니다.


작년부터 거대블랙홀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중국, 세나라의 국제연구협력을 위해 학회를 시작했습니다. 


미국을 떠나 한국의 대학에 자리를 잡은 뒤부터, 일본의 학자들과 보다 더 가깝게 지내고 공동연구들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본의 친구들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은하 중심의 블랙홀 활동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 간에 보다 활발한 공동연구가 이루어지도록 해보자는 동기로 매년 학회를 열어보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유럽의 대도시들간이나 미국의 대도시들 간 거리에 비해서 한국과 일본은 매우 가깝습니다. 또한 문화적으로 비슷한 면이 많기 때문에 공동연구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장점들을 살려서 앞으로 활동성 블랙홀 연구를 교류하는 미팅을 만들자는 의기투합이 되었습니다. 


작년 9월에 제주에서 첫 미팅을 가졌습니다. 40명이 채 안되는 아담한 크기로 제한을 해서 초청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3일간 학회를 했습니다. 미팅을 준비하면서 중국의 학자들도 몇몇 초청했고 이름도 동아시아 활동성 은하핵 학회로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다들 제주학회를 매우 유쾌하게 기억하고들 있더군요. 


킥-오프 미팅으로 성공적으로 치룬 작년 학회를 이어 올해는 일본 삿뽀로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번에는 일본 친구들이 수고를 많이 했고 50명이 넘는 참석자가 세 나라에서 왔습니다. 여전히 아담한 크기라 질의응답 토론이 부드럽고 여유있게 진행되었습니다. 2.5일은 학회로 구두발표와 토론들이 진행되었고 나머지 1.5일은 공동연구를 위한 자유토론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에는 중국의 참가자들이 많이 늘었고 일본 학생들의 참가도 늘었습니다. 아무래도 개최국의 학생들이 참석하기 쉽다보니 학생숫자는 변동이 있습니다. 


둘째날 학회만찬을 시작하면서 일본에서 시니어 참석자인 다니구찌 교수가 건배를 제안했습니다. 거대블랙홀을 위하여~. 그리고 만찬을 마치는 클로징을 제가 했는데 저는 활동성 거대블랙홀을 위하여로 건배를 제안했지요. 활동성 블랙홀을 연구하는 사람들만 아는 유머의 코드이겠지만, 다들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2회 미팅은 성공적으로 끝난것 같습니다. 학회도 좋았고 공동연구 토론도 좋았고 그리고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도 좋았습니다. 저는 이미 여러 공동연구들을 하고 있지만 세나라의 참석자들 간에 보다 활발한 공동연구들이 열매로 드러나기를 바랍니다. 


인천공항에서 몇시간 머물다가 바로 LA로 날아갑니다. 긴 여행이라 피곤하겠지만 한 주간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