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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사이언스플라자] 우주탐사와 과학은 우주개발의 꽃

별아저씨의집 2013. 8. 7. 15:54

[매일경제 사이언스플라자] 2013년 8월 7일자


우주탐사와 과학은 우주개발의 꽃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7월 31일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안을 발표하고 공청회를 열었다. `2040년까지 우주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비전 제시와 함께 자력으로 발사체와 인공위성 개발, 위성정보 활용시스템 구축, 우주산업 역량 강화 등 추진전략이 제시됐다. 


이 같은 계획안은 관련 분야 과학자들에게 보다 용이하게 전달되어 대전에서 열린 공청회에 가지 못했더라도 자세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제시된 전략 중에서도 특히 필자 관심을 끈 것은 우주탐사 분야였다. 

마침 공청회가 열리기 이틀 전인 7월 29일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55주년 창립기념일이었다.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안이 국가우주위원회 심의를 앞둔 시점에 우주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핵심 기관인 나사의 우주탐사 역사를 짚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냉전시대에 소련이 인류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려 우주개발 경쟁을 촉발한 직후인 1958년에 미국은 나사를 설립했다. 그해에 곧바로 미국이 첫 인공위성을 발사했고 1969년에는 드디어 미국 우주비행사가 달표면에 첫발을 디뎠다. 1980~90년대에는 우주왕복선을 개발하여 허블 우주망원경과 국제우주정거장 등을 등장시켰고 90년대 말 이후에는 로봇탐사기기를 동원한 화성탐사가 나사 업적으로 꼽힌다.

화려한 업적 뒤에는 쓰라린 고통도 있었다. 67년 아폴로 1호 화재, 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2003년 엔터프라이즈호 폭발 등이 대표적이다. 많은 우주인 생명을 앗아간 이 사고들 배경에는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나사의 관료주의도 한몫했다. 성과를 위해 서두르다가 원칙을 지키지 않은 오만함, 거대해진 몸집 안에 담긴 비효율성과 나태함, 보수성 등이 낳은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 

나사 미래는 어떨까? 달에 유인 우주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은 취소되었지만 그 대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30년대에 화성을 탐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류가 화성 땅을 밟는 장면은 아마도 우리 후세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우주개발을 돌아보면 그동안 우주탐사와 과학연구 비중이 너무 낮았다. 과학위성들을 개발해오긴 했지만 대부분 100㎏급 소형 위성들이고 우주탐사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다. 미국 유럽 일본도 최첨단의 적외선, X선, 그리고 광학 관측기기들을 탑재한 중대형 과학위성들을 개발하여 우주연구와 태양계 우주탐사를 선도해왔다. 우주의 신비에 깊이 한 걸음을 내딛는 우주탐사와 과학은 그야말로 우주개발의 꽃이다. 우주탐사는 단지 주인 없는 땅에 태극기를 꽂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마법에 걸린 듯 우주의 매력에 끌려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주탐사와 과학이 빠진다면 우주개발은 그저 까칠한 비즈니스가 될 뿐이다.


너무 서두르지는 말아야 한다. 나사 역사가 주는 교훈처럼 성급히 우주개발을 앞당기려다가 오히려 낭패를 맛볼 수도 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전 마피아`처럼 `우주개발 마피아`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달 표면을 딛고 있는 우주인 사진을 보는 것이 70년대감격이었다면 요즘 우리는 1년 가까이 화성 표면을 누비고 있는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보내온 동영상을 즐긴다. 이국적인 하늘을 배경으로 적갈색 황무지를 달리며 큐리오시티가 담아보낸 화성 풍경을 보면 마치 화성의드넓은 대륙을 달리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신세계는 언제나 황홀하다. 


우주탐사와 과학을 통해 새로운 우주의 얼굴을 발견하고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무한한 우주의 꿈을 심어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신나는 우주개발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