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 이슈

과학자와 신학자의 수다

별아저씨의집 2013. 7. 30. 14:29



페북을 통해 페친이 된 박동식 목사님/박사님과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클레어몬트에서 범재신론과 Open Theism 등을 공부하신 분이라 과학과 신학에 관련된 이슈들에 대해 재미있는 얘기들을 나누는 기회였습니다. 


범재신론으로부터 수용할 점은 수용하고 비판할 점은 비판해야한다는 얘기에 공감대가 있었고 빅뱅우주론, 다중우주, 무로부터의 창조 등의 주제들과 과학자와 신학자 간의 대화의 필요성, 그리고 한국의 신학계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누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현대과학과 기독교 신학/신앙에 관해 제가 정리해본 생각은 다음 세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첫째는 성경신학자들이 창세기 해석을 바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창세기 1장을 극단적인 문자주의를 바탕으로 해석한 전근대적인 해석에 갇혀 있기 때문에 창세기 1장의 창조기사와 표면적으로 모순되어 보이는 현대과학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6일창조라든가 젊은지구론이 바로 그런 예입니다. 창조기사의 중심 메세지는 창조순서나 과학적 서술이 아니라 누가 창조주인가를 밝히는 것임을 잘 가르쳐야 합니다. 


둘째는 과학자들이 1) 현대과학의 결과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2) 그것을 신의 창조의 결과로 해석해 주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현대과학의 결과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 지구의 나이가 만년 밖에 되지 않았음을 입증해 주는 과학적 증거가 많다거나, 진화가 일어났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거나, 빅뱅우주론은 가설에 불과하다거나 하는 식의 매우 잘못된 지식을 기독교인들은 너무나도 풍성하게 갖고 있습니다. 과학계에서는 전혀 용납되지 않는 내용들임에도 불구하고 교회 안에서는 과학보다 더 우월한 지식으로 포장되어 확대 재생산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은 심각한 정보의 불균형입니다. 그래서 밖에서 보면 기독교인들은 대략 무식한 사람들로 보이는 것입니다. (실제로 기독교인들이 과학에 관해서 무식한 것은 사실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에게 일단 과학을 가르치는 제대로 가르치는 일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과학은 진화론에 물들어 타락한 학문이라는 식의 마녀사냥은 그만두고 지적으로 성실하게 과학을 직시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와더불어 그렇게 가르친 과학의 결과들이 바로 신의 창조를 보여준다는 해석의 작업을 덧붙여주어야 합니다. 빅뱅우주론을 통해서 밝혀진 우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바로 신의 창조의 역사이고 생물진화의 과정이 창조의 과정이라는 신앙고백, 즉 해석이 필요합니다. 이 두 작업은 결국 과학자들이 해주어야 하는 작업입니다. 과학의 결과들이 무신론을 지지한다거나 기독교에 방해가 된다는 오해를 씻어주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세째는 신학자들 특히 과학과 신학, 혹은 신과 우주의 관계 등에 대해 전공한 신학자들이 신의 역사와 섭리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창조주가 어떻게 창조하고 다스리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그림들을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근대과학 이전 시대처럼 천사가 내려와 기적을 행하는 방식의 제한된 모델로는 현대과학을 통해 우리가 이해하는 물리적인 우주를 섭리하고 다스리는 신을 이해하기가 매우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신학적 작업과 그 결과들을 통해 신과 우주의 관계를 이해하는 다양하고 풍성한 식탁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세가지 요소가 균형있게 잘 갖추어져야 진정한 의미에서 건전하고 바른 창조신학이 만들어지고 교육될 수 있습니다. 이왕 세가지인 것, 뭐랄까, 건전한 창조신학을 위한 trinity라고 부를까요? 


사실, 현대과학의 결과들을 받아들인다면, 창조과학처럼 특별창조 혹은 기적이라는 좁은 틀 안에 가두어 둔 신에 비해서 훨씬 더 위대하고 멋드러진 신을 배우게 됩니다. 과학지식은 창조주를 훨씬 더 영광스럽고 신에 대한 이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지요. 


오늘 점심시간을 통해 종종 함께 대화하면서 생각들을 정리하고 그리고 여건이 된다면 함께 독서하는 모임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풍성하고 감사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