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과학기사

서울대, 허블망원경으로 우주블랙홀 비밀 밝힌다

별아저씨의집 2012. 6. 20. 10:00

지난 주에 허블우주망원경의 Cycle 20 즉 2012년 하반기에서 2013년 상반기에 이르는 1년 관측 프로그램들에 대한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2월에 공들여 준비한 관측제안서를 제출하였고 5월에 심사가 있었으며 이제 그 결과가 발표된 것입니다.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동시에 관측할수 있는 STIS라는 분광기를 사용하여 6개의 블랙홀 근처의 가스운동을 관측할 15 공전 시간을 얻게 되었습니다. 올해 연구에서 가장 뿌듯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기사내용입니다.


서울대 우종학 교수, 허블우주망원경으로 블랙홀 관측





서울대학교는 우종학 교수(물리·천문학부·사진)팀이 미항공우주국(NASA)의 허블우주망원경 관측시간을 확보해 거대 블랙홀 관측에 나선다고 19일 밝혔다. 국내 연구자가 허블망원경 관측시간을 확보한 것은 우 교수가 두 번째다.

우 교수팀은 국내 최대 관측시간 (15공전)을 확보해 올 10월부터 1년간 허블망원경으로 6개의 거대블랙홀 주변의 수소와 탄소 등 다양한 가스운동을 동시에 측정할 예정이다. 허블망원경은 하루에 지구를 14번가량 공전한다. 개발 비용으로만 15억달러가 소요된 허블망원경은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가장 성공적인 미션으로 꼽힌다. 2009년 컬럼비아호에 탑승한 우주비행사들을 통해 4세대 관측장비를 갖추게 된 허블망원경은 현재 역대 최고의 관측성능을 갖고 있다. 자외선과 광학 영역에서 동시에 블랙홀 근처의 가스의 운동을 관측할 수 있는 장비로는 허블망원경이 유일하다. 이에 따라 새로운 블랙홀 질량 측정법을 제시해 초기우주 블랙홀 연구에 중요한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우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지내던 2007년 처음으로 허블망원경 시간을 확보해 블랙홀과 은하의 공동진화를 연구해 왔으며 2008년에는 거대 블랙홀 연구를 인정받아 미항공우주국이 소수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수여하는 허블펠로십을 받기도 했다.


------------------------


지난 주에 미국에 있는 동안 과사무실에 알려서 홍보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어제 출장에서 돌아와 출근해 보니 서울대 홍보팀에서 벌써 보도자료를 배포했더군요. 오후에 갑자기 기자들에게 전화가 와서 같은 질문들에 같은 답들을 하느라 꽤나 힘들었는데 이번에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일단 일반인들이 과학소식을 잘 듣기 위해서는 기자들이 잘 이해할수 있도록 좋은 내용을 잘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고 신문에야 짧은 내용이 나가겠지만 충분한 자료와 배경설명을 덧붙여서 정확한 내용이 전달될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앞으로는 국내연구자들이 허블 시간을 많이 받아서 이런 내용이 더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기자들의 질문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15 공전이라는 것이 어느정도의 시간인가요? 


허블은 버스크기만한 우주망원경으로 약 1시간 40분 만에 한번씩 지구 주위를 공전합니다. 그래서 공전하는 동안 별이나 은하, 블랙홀 같은 대상을 지향하여 관측을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관측시간은 허블의 공전 시간 단위를 사용해서 1공전, 2공전, 이런 식으로 표현합니다. 15 공전이라면 대략 총 25시간 정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2. 어떻게 허블망원경을 사용할수 있게 되나요? 누구에게 시간이 주어진는 건가요?


허블망원경은 미국의 NASA에서 운용하지만 전세계 누구나 관측제안서를 낼수 있습니다. 허블망원경을 사용하여 훌륭한 과학연구를 하겠다는 내용을 관측제안서로 내면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선택되게 되는 겁니다. 매년 2월경에 관측제안서를 내는 기회가 있고 5월에는 심사위원들이 분야별로 관측제안서를 심사합니다. 심사위원들은 관측제안서를 하나하나 미리 평가를 마친 상태에서 모여서 호텔에 갇혀서 며칠 동안 분야별 패털토의를 거쳐 최종심사를 하지요. 탁월한 관측 제안서들만이 최종 선택된다고 보면 됩니다. 


3. 그럼 관측은 어떻게 하게 됩니까?


우주망원경은 위성과 같이 지구주위를 돌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 가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선택된 관측제안서의 연구책임자들은 주어진 허블망원경 시간을 가지고 어떻게 구체적으로 관측을 할지 준비해야 합니다. 이것을 보통 2단계 준비 (Phase II) 라고 합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어떤 대상을 얼만큼의 시간으로 어떤 조건으로 관측할지 모든 과정을 컴퓨터로 미리 시뮬레이션 해 보고 기대결과를 확인한 뒤에 최종적으로 그 내용을 제출합니다. 그러면 허블망원경을 주관하는 우주망원경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관측 프로그램마다 시뮬레이션 내용을 확인하고 최종 승인을 하지요. 그러면 그 내용이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송신되어 저희가 결정한 방식대로 블랙홀들을 하나하나 관측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관측자료는 다시 우주망원경 연구소로 송신되고 저희한테 오게되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