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튼 칼리지 서점에서 책을 샀다. 연중 행사처럼 이번에도 Science 섹션을 훝으며 대여섯권을 골랐다. 매번 새로 눈에 띄는 책들에 손이 가는 것은 어쩔수 없다.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새 책이 눈에 들어왔다. C. S. 루이스의 Surprised by Joy를 따라 비슷한 스타일의 제목을 달고 있었다. 한글번역서에는 '예기치 못한 기쁨'이라는 제목이 달려있는 루이스의 책은 그의 인생과 작품에 녹아들어 있는 Joy라는 주제를 다루는 책이다. 잃어버린 천국처럼 결코 이 땅에서 채워지지 않는 그 빈 자리를 채우는 Joy는 결국 그리스도와의 만남에서 찾아온다.
시카고에서 서울로 날아오는 비행기에서 책을 읽어갔다. 긴 비행시간의 지루함을 잊고 13개의 장을 따라 그의 얘기를 들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맥그라스가 최근 자연신학을 새롭게 정의하면서 과학과 신앙 문제를 다룬 'Fine-tuned Univsers' 같은 책과 비슷한 맥락이 이 책에도 담겨있다. 앞부분에서는 특히 리차드 도킨스와 같은 무신론자들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다. 도킨스를 비롯한 무신론자들은 과학을 무신론의 근거로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과학적 무신론이라는 말을 줄곧 사용해왔는데 맥그라스는 New Athesism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과학적 무신론이라고 하면 무신론이 과학적이라는 잘못된 뉴앙스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맥그라스의 표현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맥그라스는 과학이 자연현상을 다루지만 궁극적으로 존재의 의미, 우리 인생의 의미를 다루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과학 만이 진실되고 그 이외의 영역들, 특히 종교라는 것이 폐기되어야 할 것이라면, 우리는 인생의 의미를 찾을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의미를 찾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 의미는 사실, 자연과학을 넘어서는 영역, 신앙과 종교의 영역에서 만나게 된다.
그가 전개하는 논리에 상당히 많은 양의 천문학 내용들이 들어있어서 놀랐다. 물론 Fine-tuned Universe에서도 다양한 물리적 우주론적 내용들이 나오면서 인류원리와 같은 주제를 다루지만, 이번 책에서도 과학사적인 에피소드들을 비롯해 천문학에 관한 많은 얘기가 실려 있어 친숙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코스타에서 강의를 한 내용과 겹치는 부분도 많아서 한편 놀라기도 했다.
맥그라스는 그의 논점의 핵심으로 C. S. 루이스를 인용한다.
저는 태양이 떠오른 것을 믿듯 기독교를 믿습니다. 그것을 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 의해서 다른 모든 것을 보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과학이 주는 지식을 넘어 이 모든 것들을 서로 연결시켜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주는 틀 (frame) 이 필요하다. 그것은 태양처럼 다른 모든 것들을 보게 해 주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는 것이다.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이지만 논리적인 순서가 자연스럽고 특히 우리에게 도전이 되는 무신론 운동의 약점들을 잘 다루고 있으며 과학과 신앙 영역에서 기독교 변증을 위해서도 많은 도움을 줄 책이라 생각된다. 특히 작년에 나온 그의 책들이 두껍고 학술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반면, 이책은 일반독자를 겨냥한 얇고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책이다.
차례는 다음과 같다.
1. Looking at the big picture
2. Longing to make sense of things
3. Patterns on the shore of the universe
4. How we make sense of things
5. Musings of a lapsed atheist (here he looks at the New Atheism)
6. Beyond the scientific horizon
7. A Christian viewpoint
8. The deep structure of the universe (here he looks at the Anthropic Principle)
9. The mystery of the possibility of life (a further look at the Anthropic Principle)
10. The accidents of biological history? (a look at Darwinism)
11. History, culture and faith.
12. The heart's desire: Longing for significance
13. Surprised by mea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