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 이슈

기적 안에 신을 가두지 말라

별아저씨의집 2010. 9. 19. 08:03


어느 교회의 교육부 담당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초등부터 청년까지 교육을 담당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기는 처음인데 나름 기대가 되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고민되는 점은 과학과 관련된 내용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이다. 가령, 인간은 진화되었다고 가르쳐야 할까, 진화되지 않았다고 가르쳐야 할까? 다양한 배경과 신앙의 칼라를 가진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될까,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 어떤 창조의 그림들을 심어주어야 할까.

흔히 우리는 '기적'을 행하는 신의 모습에만 익숙해 있다.  어릴 때부터 교회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보는 신의 모습은 주로 기적을 행하는 신의 모습이다. 신의 역사는 너무나 기적의 세계에만 국한된다. 반면, 우리의 일상과 자연법칙을 통해서 세상을 주관하고 우주를 섭리하는 신의 모습은 별로 가르치지 않는다.

그렇게 기적에만 갇혀있는 신의 모습을 주로 배우고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이성의 눈이 떠지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기적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되면 어릴 때부터 가져왔던 신의 모습을 버리게 되는 경우도 있고 더 큰 문제는 기적 이외의 영역에서는 전혀 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성경을 보거나 자연세계를 보면 실제로 신은 기적 이외의 방식으로 그러니까 그가 원래 자연세계에 부여한 질서와 법칙을 통해서 섭리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기적을 통하지 않고 그의 뜻을 이루어가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교육에서는 당연히 그런 신의 모습도 동시에 가르쳐야 한다. 선한 자와 악한 자에게 동시에 해와 비를 주시고 계절과 자연현상을 통해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시고 그리고 하늘과 우주를 질서있게 규칙적으로 운행하시는 신의 모습을 가르쳐야 한다.  
 
이런 균형있는 교육을 하지 않았을때 아이들은 일종의 트라우마를 겪을 가능성을 갖게 된다.  가령, 우주 전체를 기적을 사용해서 뚝딱 만들었다고만 가르친다면 아이들은 창조에 대해서 매우 편협만 그림을 갖게된다.

그러다가 우주의 역사가 137억년이 된다거나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이 된다는 내용을 과학을 통해서 배우게 되면, 별과 은하와 대륙과 암석을 비롯한 수많은 자연의 대상들이 자연적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배우게 되면 (물론 자연적 과정을 통해서 신이 창조한 것이지만), 자연스레 과학의 내용과 교회에서 배운 내용 사이의 갈등을 겪게된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그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 순간이 오며 교회에서 배웠던 그림을 버리는 순간 동시에 신앙을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까?

구체적인 내용은 교육현장에 계신 분들이 개발해야 하겠지만, 내가 언급한 원칙은 이런 것이다.

아이들이 보다 폭넓고 다양한 창조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가르치라고. 성경은 누가 창조했는지는 정확히 가르치지만, 어떻게 창조했는지, 어떤 순서로 창조했는지, 어떤 방식을 통해서 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21세기 과학을 배운 우리가 관심갖는 "어떻게"의 문제는 창세기 저자의 관심도 아니었으며 성경이 창조기사를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주려는 주된 내용도 아니기 때문이다. 창조주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명백하지만 어떻게 창조했는가하는 창조의 그림은 다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창조의 그림만을 보여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 좋다. 그들이 성인이 되어서 과학을 배우면서도 그 과학 너머에 섭리하는 신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신이 기적을 행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너무 마술사와 같은 모습만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 중의 분명한 한 가지는 과학에 대한 교회교육이 제대로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