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 이슈

복음주의연구소에 다녀와서

별아저씨의집 2009. 11. 13. 18:27
지난 주에 복음주의 연구소에 다녀왔습니다. 연구위원들의 정기모임이며 아볼로포럼을 통해 연결된 대학원생들도 소수 참석할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물론 과학과 신앙에 대한 주제로 세미나를 부탁받았습니다. 홈그라운드이니까 맘껏 이야기하라는 얘기를 듣고 편한 마음으로 갔습니다. 

소수가 모였지만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우선, 보통 다른 자리에서 하던 같은 내용을 가지고 강의를 했는데 전략상 실수였던듯 합니다. '무신론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의 책 내용정도는 이미 다들 간파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미 많이 공부가 되어 있어서 기본적인 얘기를 넘어서 보다 다음 단계의 이야기들, 토론할 주제들에 더 무게를 두었어야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홈그라운드라 다른 것이었을까요. 항상 기본적인 것들을 넘지못해 거기에 시간을 쏟아야 했던 다른 자리들에 비하면 제게는 여러모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강의후에 토론시간을 가졌는데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첫째로 젊은지구론에 오도되어 있는 한국교회들을 돕기위해서는 다양한 계층에 대한 분리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가령,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성도들에 대한 전략, 분석과 종합을 해낼수 있는 지식인/지성인들에 대한 전략, 그리고 지금 막 자라나며 학교와 교회에서 서로 다른 얘기를 듣고 문제에 부딪히기 시작하는 중학생, 고등학생을 위한 전략, 마지막으로는 목회자들 신학생들을 위한 전략입니다. 과학 자체가 본인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라도 복음의 변증과 세상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방식으로 살기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리더훈련 자체에 과학과 신앙에 대한 훈련이 한 챕터 정도로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 중고생들이 쉽게 읽을수 있는 소책자 정도 수준의, 그러니까 '무신론기자,..' 책 보다 더 쉽고 간단한 교제같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기독교사들이나 주일학교 교사들이 과학의 시대에서 어떻게 창조를 가르쳐야 하는지, 창조과학식의 부정적 접근방법 이외에 다른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를 제시하는 자료들이 필요하다는 점, 등등 많은 얘기가 나왔습니다. 또한 무신론자들과 반과학적 입장을 가진 자들의 양쪽의 공격을 이겨낼 신학적으로 과학적으로 건전한 견해들이 보다 튼튼히 쌓여야 한다는 생각들도 나누었습니다. 

둘째로 유신진화론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여러얘기들을 들었습니다. 일단 유신 중력이론 유신 자기장의 법칙처럼 유신 진화론이라는 말도 뭔가 기독교적 진화론이라는 식의 뉴양스를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둘째로는 진화론이라는 말이 이미 무신론이라는 말의 동의어로 쓰여지고 있기때문에 유신 진화론이라는 말은 착한공산당이라는 말처럼 모순적인 말로 사람들이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유신 진화론이라는 말과 다른 뉴앙스를 주는 진화적 유신론이라는 말도 여전히 진화라는 말이 들어가 별로 좋지 않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뭔가 기발한 이름이 필요할듯 합니다. 젊은지구창조론, 오랜지구창조론처럼 무슨무슨 창조론이 될 가능성이 많은데 한마디 덧붙이자면, 창조론이라는 말도 이미 젊은지구론으로 대표되는 반과학적 입장을 대변하는 말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 무슨무슨 창조론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도 망설여지긴 합니다. 그러나 별 대안이 없어보이는데요. 창조-진화를 보는 세가지 견해에서 번역자가 사용했던 '능력으로 충만한 창조론'이라는 표현은 표현이 좀 긴듯 합니다. 제 마음속에 떠오르는 가장 좋은 표현은 '자연적 창조론'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 과학이 밝혀내는 신의 창조역사는 바로 자연적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것들이기 때문이죠. 우주진화, 지구진화, 생물진화 같은 것들도 결국 자연적 과정을 밝혀내는 작업이고 결국 그 밑에는 신의 섭리와 계속적 창조가 담겨있는 것일테니까요.

세째, 사람들을 보니, 특히 젊은 대학원생들을 보니 좋았습니다. 제가 대학원생 운동을 했었던 것이 90년대 중후반이었는데 결국 지금의 젊은 세대에서 사람들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작업이 아닐까 합니다. 

첫째, 둘째, 세째를 종합해서 생각해 보니 결국 모임이 필요할것 같습니다. 같이 공부하고 서로의 생각을 검토하고 그리고 창조적 시너지가 있는 그럼 모임들 말입니다. 일단 과학과 신앙 독서모임같은 것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같이 할 만한 사람들을 찾아봐야겠습니다.